한화, 3년 전 '야신' 아닌 한용덕 선택했더라면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4.17 13: 05

 3년 전에 한화가 한용덕 감독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세상 모든 일에 '만약'이라는 말은 의미없지만, 요즘 한화와 지나온 3년을 되돌아보면 부질없이 생각난다.
2014년 10월 25일, 한화는 새로운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사실 당시 프런트는 내부 승진으로 한용덕 특보를 감독 후보로 그룹에 결재를 올렸다. 이글스에서 30년 가까이 몸 담았고, 1~2군 투수코치, 수석코치, 감독대행 그리고 미국 마이너리그 연수까지 다녀온 한용덕 특보를 적임자로 판단했다.
그러나 그룹 승인 단계에서 밀렸고, 결국 구단주의 뜻이 반영돼 김성근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후 이글스 사장-단장은 교체됐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를 이끈 2015~2017시즌 3년의 시간은 모든 이들이 지켜본 결말로 끝났다.

2017년 10월 31일, 한화는 한용덕 감독 영입을 발표했다. 3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한화는 올 시즌 초반 깜짝 성적을 내고 있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 18경기에서 10승을 기록하며 단독 3위에 올라 있다.
한화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지는 모른다. 두산, 넥센, KIA, 롯데를 4월말까지 차례로 만난다. 연승을 하다가 연패에 빠지는 등 올 시즌 초반 팀마다 굴곡이 심하다. 한화도 다시 연패에 빠질 수 있다. 한화의 최종 순위는 지금보다 낮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순위, 성적보다 팀이 만들어져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는 잃어버린 3년을 만회하면서 빠르게, 팀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 의미있다. 당장 올해 성적만이 아닌 2~3년 이후, 4~5년 이후를 바라보는 중장기 계획도 가능해졌다. 박종훈 단장 등 프런트의 지원으로 2군 퓨처스도 계획이 서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한화 캠프를 찾았다. 훈련량부터 대폭 줄었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화 선수들을 잘 아는 한용덕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다가갔다. 김태균, 송광민 중심타자가 휴식일을 앞두고 특타를 자청하자, 만류하던 한 감독은 배팅케이지 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훈련 끝까지 함께 했다.
캠프 연습경기, 한화는 승리 없이 무승부와 패전만 기록했다. 사실 연습경기 승패가 의미없지만, 주위에서 보는 시선으로 초보 감독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한 감독은 "솔직히 이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투수들의 등판 계획대로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했다. 
시즌에 들어와서도 한 감독의 뚝심과 한화 선수단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도드라져 보인다. 한 감독과 선수 생활을 함께한 정민철 해설위원은 한 감독의 뚝심에 대해서는 엄지를 추켜세웠다. 
수 년간 불펜의 핵심 전력이었던 권혁, 송창식, 박정진 등은 완벽한 몸상태가 되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고 있다. 캠프에서 박상원, 서균 등 새로운 얼굴을 키워서 기회를 주고 있다. 마운드에서 초반 실점, 수비 실수나 주루 실수에도 한 번 더 참는 모습이다. 감독의 뚝심, 인내심은 선수들이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하게끔 만든다.
희생번트를 웬만하면 주문하지 않고 타자들에게 맡긴다. 작전이 많으면 타자들의 타격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을 먼저 생각한다. 수비가 안정되야 마운드, 공격에서 선순환이 일어난다. 수비형 선수라도 공격에서 한 번씩 결정적인 안타로 보답하게 된다.
캠프에서부터 초보 감독이 아닌 몇 년 경험이 있는 베테랑 감독처럼 느껴졌다. '초보 감독이 아닌 베테랑 감독같은 느낌'이라는 말에 한화 관계자는 "3년 전 한화를 떠나 두산에서 투수코치, 수석코치를 경험하면서, 그 시간이 감독님을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의 시간을 돌아서 온 한용덕 감독이 한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준비된 감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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