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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차 ‘더(THE) K9’이 ‘뷰’를 강조할 수 있었던 배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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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다양한 시승행사에 참여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시승에서 체크해야 할 주안점 첫 번째로 꼽은 항목이 ‘파노라믹 뷰’였다. 대개의 시승행사에서 핵심 포인트가 돼 왔던 ‘주행 성능’은 두 번째로 밀려나 있었고, 세 번째가 주행지원 시스템이었다.  

17일, 기아자동차는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플래그십 세단 ‘더(THE) K9’의 시승행사에서 가장 먼저 ‘뷰’를 강조했다. 행사장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인공적 공간, 서울 잠실의 롯데시그니엘 서울 그랜드볼룸이었다. 123층 건물 중 76층에 자리잡고 있다. 잠시 화장실을 들른 사람들은 창밖으로 펼쳐진 경치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본분(?)을 잊을 정도로 최고의 뷰를 자랑했다. 

‘더 K9’이 파노라믹 뷰를 강조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시야 때문이다. 왼쪽 창문에서 시작해 전면 유리창, 그리고 우측 동승석 창문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세 개의 프레임에 펼쳐지는 한 편의 파노라마 같다고 해서다. A필러를 최대한 얇게 처리하고, 전면 유리창을 영화관의 스크린과 흡사한 비율로 정돈 했으며, 크래시 패드를 비롯한 실내 디자인의 라인들은 모두 전면 유리창을 따라 와이드하게 펼쳐져 있다. ‘차와 건축물은 풍경을 담는 프레임’이라는 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유명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더 K9’의 출시행사장에 등장한 이유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뷰는 단지 높이 있다고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창이 있어도 그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공간이 어지럽고 불안하며, 소란스럽기까지 하다면 500미터 상공의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 올라 있어도 바깥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기아자동차가 플래그십 ‘더 K9’에서 ‘뷰’를 강조할 수 있었던 ‘여유’를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찾아 봤다.

▲ 주인님, 운전은 제가 할게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제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운전자가 잠시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없다면 어느 틈에 눈을 바깥으로 돌릴까?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출발해 춘천을 돌아오는 왕복 155km 구간에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있다. 새로 뚫린 도로도 좋지만 산과 물이 공존하는 주변 경치가 절경이다. 차량 가격 6,650~8,230만 원짜리 3.3 터보 가솔린 모델에는 운전자를 대신하는 훌륭한 장치가 실려 있었다.

고속도로에서의 반자율 주행은 상당 수준 현실화 단계에 와 있다. 운전자가 정해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고, 차로 앞에 다른 차가 포착 되면 속도를 줄여 거리를 맞춰주며, 차선을 인식해 차가 알아서 조향을 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비슷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더 정밀해지고, 더 안전해지는 경쟁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THE) K9’에는 차로 유지 보조장치가 장착 돼 있다. 유사한 개념이지만 차가 차선을 넘지 않게 하는 기술에는 ‘차량 이탈방지 보조장치(Lane keeping Assist, LKA)’와 ‘차로 유지 보조장치(Lane Following Assist, LFA)’가 있다.

LKA는 차가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해 주는 장치다. 차선을 넘을 정도로 선에 붙으면 핸들을 꺾어 차선 안쪽으로 밀어준다. 이 장치는 차선에 가까이 올 때만 차를 안쪽으로 밀어주기 때문에 뒤에서 보면 마치 차가 술 취한 것처럼 보인다. 차선을 넘지는 않지만 차가 양차선 가운데로 갔다가 차선 가까이 붙었다가를 반복한다.

반면 한 단계 진보 된 LFA는 차를 양 차로의 중간으로 인도한다. 뒤쪽에서 움직임을 보면 차로 가운데를 흔들림 없이 주행한다. ‘더(THE) K9’의 차로 유지 보조장치는 LFA다. 

‘더(THE) K9’의 크루즈 컨트롤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이다. 국내 고속도로에서는 대단히 쓸모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로 주행하는 상태에서 전방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인지 되면 먼저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가 뜨고, 잠시 뒤에는 차가 알아서 제한 속도에 맞게 속도를 줄여준다.

이 같은 반자율주행 장치들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인지 ‘더(THE) K9’은 핸들에서 손을 떼고 달려도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도 띄우지 않는다. 적어도 현대기아차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HDA)이 작동하는,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그랬다.

반자율 주행모드로 달리면서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차창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바깥 경치를 보며 상념에 빠질 정도의 여유는 누릴 수 있었다.

▲ 움직이는 콘서트홀, 제 1의 조건은 방음

‘더(THE) K9’에는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렉시콘의 카오디오 시스템이 장착 돼 있다. 차내 16곳에 17개의 스피커가 숨겨져 있고, 최대 출력 900W의 12채널용 Class D 앰프가 실려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콘서트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음향 시스템이 아니다. 그 음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공간 설정을 말한다. 콘서트홀 제 1의 요건은 방음이다.

렉시콘의 프리미엄 카오디오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차내 정숙성이 전제돼야 한다. 외부 소음이 차단 되지 않는 공간에서의 프리미엄 오디오는 개발에 편자다.

‘더(THE) K9’에서 듣는 음악은 울림이 있고, 깊이가 있었다. 잘 말린 오동나무를 두드릴 때의 여음이 살아 있었다. 차내를 가득 채우는 사운드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인간의 오감 중 절반 가까이를 호사스럽게 하고 있었다.

▲ 한바탕 격정 후, 평화

트윈 터보차저가 달린 3.3 가솔린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70PS, 최대토크 52.0kgf·m의 스펙을 갖추고 있다. 에코-컴포트-스포츠-커스텀-스마트의 5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각 모드는 클러스터 디스플레이가 모두 다르게 디자인 돼 있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포츠 모드였다. 모드를 달리해도 주행 성질의 변화가 크지 않은 차들도 있지만 더 K9은 뚜렷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완전 야수로 돌변했다.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배기 사운드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엔진음과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소리를 합성해 만든 것이긴 했지만 운전자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서스펜션은 도로와 한판 붙겠다는 듯 팽팽하게 긴장했고, 엔진의 토크는 인간이 흥분했을 때의 혈압처럼 높아졌다. 시트는 등허리 양쪽의 볼스터가 허리띠 조여매듯 꽉 감싸고 들었다.

타이어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한바탕 질주가 끝나고, 에코 모드로 전환을 하니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했다. 파도를 헤쳐 나가던 범선이 잔잔한 바다라도 만난 걸까? 화장실을 나온 신사가 양복 자락을 여미며 점잖게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격정적 주행에는 그 만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더 K9’의 복합연비는 8.7km/ℓ(19인치 2WD기준)다.

▲ 온정의 나라, 그래서 배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는 느긋한 풍경 완상(玩賞)을 방해하는 짓궂은 요소가 있다. 터널이다. 예전의 운전자는 터널을 만나면 마음이 바빠졌다. 헤드라이트를 켜야 하고, 열린 창문은 닫아야 하며 공조장치는 내기 모드로 돌려야 한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헤드라이트 정도는 알아서 켜 주기는 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는 산악지대를 뚫고 다리는 만큼 터널이 많다. ‘더(THE) K9’은 진행방향에 터널이 있으면 열린 창문을 자동으로 닫아주고, 공조장치도 내기 모드로 알아서 전환했다. 물론 시승차는 이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터널을 앞두고 일부러 창문을 열어 놔 봤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장치에 ‘내비게이션 정보’가 반영 돼 가능한 배려였다. 겉으로는 “뭐 이런 거 까지”라고 했지만 마음 한 곳에서는 흐뭇해지는 인정 많은 사람의 마음 씀씀이 같다. 

내비게이션의 지도 정보에 의거, 차가 곡선구간에 접어들면 차는 스스로 안전 속도 범위로 내릴 줄도 알았다. ‘더(THE) K9’은 “그건 제가 할게요”를 입에 달고 다니는 든든한 동반자였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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