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연맹, UMB와 마찰...사실은 중계권 계약 때문?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4.24 23: 45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상급단체 세계캐롬연맹(UMB)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작은 지난 19일 공개된 '국제대회 국내 개최 사업권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에서 비롯됐다. 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의 이름으로 공개된 이 성명서는 국내 당구계를 대상으로 했지만 내용은 UMB를 겨냥한 것이었다.
골자는 UMB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 연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UMB가 기존 개최국인 연맹이 가지고있던 월드컵 방송중계권을 일방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규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또 연맹에서 모든 비용과 자원을 부담하던 국제초청대회(LG유플러스)의 사업권(방송중계권, 마케팅)까지 규정을 바꿔 강탈해 갔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이런 UMB의 횡포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UMB는 국내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국제 대회 일정을 삭제, 협박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지난 22일 UBM가 반박하고 나섰다. UMB는 월드컵은 물론 국제초청대회의 방송중계권과 관련한 규정이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 규정을 변화없이 그대로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UMB가 정한 규정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국가의 연맹들도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돼 따르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국제초청대회, 월드컵, 월드챔피언십 등이 한국만 다른 규정으로 적용돼 열릴 수 없다는 것이다. UMB는 결국 연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번 사태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당구연맹이 언급한 내용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UMB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제초청대회인 LG유플러스 대회는 지난 2015년부터 열리고 있다. 연맹이 주최하고 UMB가 승인한 대회다. 연맹은 LG유플러스와 월드컵을 포함한 대회들의 국내 중계권 계약을 빌리어즈TV와 맺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연맹으로서는 이런 국제초청대회가 여러 개 있는 것이 낫다고 보고 UMB에 국제대회 개최를 추가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UMB는 이미 코줌 인터내셔널과 공식 중계권 계약을 맺은 상태. 한국에만 대회를 추가할 수 없기에 이를 거절한 것이다.
특히 UMB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번갈아 개최하는 컨티넨탈컵을 새롭게 신설, 계약자인 코줌에게 중계권을 부여했다. 이에 코줌은 1회 대회를 한국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연맹이 컨티넨탈컵의 중계권에 대한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UMB는 2017년 12월 이집트 후루가다 월드컵에서 이사들이 모이는 총회를 개최, 이 안건까지 협의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남삼현 연맹 회장도 참석을 했다. 여기서 국제초청대회의 경우 코줌과 함께 해당 국가의 방송사가 추가로 중계할 수 있도록 하는 중계 관련 규정이 통과됐다. 
문제는 LG유플러스 대회 중계를 MBC 스포츠플러스가 맡기로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초 연맹과 국내 중계권 계약을 맺었던 빌리어즈TV로서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계약 파기는 물론 게약 위반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구연맹은 UMB에 항의에 나섰다. 바뀐 규정에 동의할 수 없으며 다시 규정을 바꾸라는 주장을 당구연맹이 하고 나선 것이다. 
UMB로서는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규정을 통과시켰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 당구연맹 회장이 자리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이의제기 기간이 한달 정도 있었는데 이제 와서 규정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UMB는 당구연맹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3월 10일까지 답변하지 않을 경우 UMB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한국의 국제 대회 일정을 삭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구연맹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UMB는 일정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당구연맹이 이와 다른 주장을 펼칠 경우 UMB와의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진실공방으로 이어져 일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당구연맹은 UMB에서 탈퇴, 독자노선을 걷는 극단적인 선택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당구계 관계자는 "현 연맹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와 달리 선수들에게 참가비를 받고 있다. 그런데 대회 상금은 오히려 줄었다"면서 "더 지켜봐야겠지만 잇권 다툼에 결국 당구 선수들의 설 자리만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좋아지고 있는 당구에 대한 인식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대한당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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