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NDC, 지식나눔을 통한 게임업계 상생 도모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8.04.27 14: 51

지난 26일 게임업계 최대 지식 공유의 장 NDC(Nexon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NDC)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4월 24일부터 사흘간 열린 2018년 NDC는 올해 12회째로, 게임기획, 운영, 프로그래밍, 비주얼아트&사운드, 프로덕션 등 폭넓은 주제의 106개 강연에 약 1만9000여 명이 누적 참관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며, NDC 종료 이후에는 모든 강연 영상과 발표자료가 NDC 홈페이지에 공유된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인 관심이 뜨거운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 나눔과 텐센트, 미호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 게임산업을 이끄는 세계 유수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도 눈에 띄었다.  대외에 강연을 본격 공개한 2011년 이후 올해까지 NDC의 누적 참관객 수는 약 14만 명. 게임 산업계의 상생을 위한 지식공유플랫폼으로서 NDC의 영향력과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NDC가 처음부터 지금의 외형을 갖춘 것은 아니다. NDC는 2007년 넥슨 소속의 개발자들이 모여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종의 사내 스터디 행사로 시작했다. ‘지식공유’의 가치를 충분히 확인한 넥슨은 이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타사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그 외연을 확장했다. 그리고 2011년 NDC는 전면적으로 대외에 문호를 활짝 개방하며, ‘게임업계 모두가 참여하는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했다.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게임 산업 자체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선도적 행보였던 셈이다. 물론, 타 업계에서도 지식을 공유하는 컨퍼런스는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매년 사흘에 걸쳐 자사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동종 업계와 호흡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게임업계는 넥슨이 내디딘 상생을 위한 첫 걸음에 뜨겁게 호응했다. 정보 공유의 필요성에 공감한 다양한 직군의 업계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강연이 한층 풍성해졌을 뿐 아니라, 국내∙외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개발자 및 아티스트들의 강연은 NDC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지식 나눔을 통해 업계의 상생을 도모한 NDC가 그 자체의 선순환을 이룬 셈이다.
NDC는 매 회 시의성 있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게임업계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화두를 제시해왔다. 올해 기조강연의 주제는 ‘즐거움을 향한 항해 – 넥슨이 바라보는 데이터와 AI’였다. 지난해 출범한 인텔리전스랩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넥슨 강대현 부사장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 각각의 목적과 피드백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정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빅데이터의 분석 관리, 인공지능 기술 적용 등 효과적인 차세대 솔루션을 제시하며 게임 업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또한 기조강연에 앞서 NDC의 개막을 축하하며 환영사를 진행한 넥슨 오웬 마호니 대표는 최신 트렌드와 유행만을 뒤쫓다 보면 결국 다른 사람의 비전을 쫓게 된다는 점을 짚으며, 게임업계의 성장을 위한 진정한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호니 대표는 NDC를 통해 업계 종사자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것 또한 혁신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많은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게임업계에서 포스트모템(post-mortem)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 복기를 하며 되짚어보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얻은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향후 개발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포스트모템은 주로 내부에서 분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패의 경험은 그 자체로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민감한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슨 NDC는 그동안 다양한 포스트모템 강연을 통해 게임업계에 ‘성공의 지름길’을 제시하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이번 NDC에서도 전례 없는 장르의 게임으로 주목받았던 ‘야생의 땅: 듀랑고’의 아트 제작 뒷 이야기를 풀어낸 넥슨 아트디렉터 최은영의 세션에 많은 참관객들이 몰렸고,  서구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인 ‘초이스’와 넥슨이 지난해 내놓은 ‘AxE’의 포스트모템 또한 성황리에 진행되는 등 다양한 포스트모템 강연이 진행됐다.
넥슨은 2010년 NDC부터 학생들의 참관을 허용해, 게임산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게임업계 입성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NDC는 이미 일종의 ‘필수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NDC에 참관하는 것만으로도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및 사운드, 게임 운영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들을 통해 최신 트렌드와 지식을 파악할 수 있을뿐더러,  업계 선배들로부터 살아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이번해 NDC에 학생 참관객으로 방문한 경희대학교 유근우씨는 “NDC에서는 학생들도 다양한 세션을 참관할 수 있어서 게임 업계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향후 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한 방향을 잡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전세계를 관통하는 화두로 부상하면서 ‘개방과 공유’는 새로운 혁신을 일구기 위한 핵심적인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다. 지식과 노하우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함께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AI 분야에서도 이 같은 ‘지식공유를 통한 생태계 발전’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수 년간 게임산업의 발전과 상생을 위한 역할을 꿋꿋이 수행해온 넥슨 NDC의 발자취는 더욱 곱씹어 볼만하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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