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①] 로드 벤슨, “두경민 계속 뛰었으면 DB 우승했을 텐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5.02 06: 54

8년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로드 벤슨(34·백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원주 DB는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기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DB를 꼴찌후보로 분류했다. DB는 보란 듯이 개막전부터 KCC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DB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SK에 먼저 2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DB는 3차전 석연찮은 심판판정이 나오며 승리를 내줬고, 이후 믿기 어려운 4연패로 무너지고 말았다.
챔프전이 끝난 뒤 주역인 디온테 버튼과 로드 벤슨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특히 206.7cm인 벤슨은 KBL의 신장제한 정책으로 다음 시즌부터 한국에서 뛸 수 없다. 어차피 오래전부터 은퇴를 결심했던 벤슨이었다. 그가 돌아보는 8년의 한국생활과 챔프전은 어땠을까. LA 헐리웃에 있는 벤슨의 집에 놀러가 백수가 된 그의 근황을 살폈다. 어차피 은퇴하는 마당에 한국농구에 대한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DB에서 챔프전 준우승만 세 번을 했다. 아쉽지 않나.
▲ 그냥 SK가 더 잘했다.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게 전부다. 물론 근접한 경기가 몇 번 있었다. 2점을 뒤지는 상황에서 SK가 더 선택을 잘했고, 마무리를 잘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챔프전 때 심판판정은 어땠나. 특히 3차전. 이상범 감독이 엄청 화가 났었다.
▲ 맞다. 하지만 그 날이 끝나고 심판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우리는 여전히 연장전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실책을 했다.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하기는 쉽지만 원인은 우리에게 있었다. 20점을 이기던 경기를 지키지 못했다.
- 너무 쿨하게 패배를 받아들이니 의외인데?
▲ 후반전에 20점을 이기고 있었는데 경기를 졌다면 우리 탓이다. SK가 4쿼터 내내 지역방어를 펼쳤는데 우리가 깨지 못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 실책한 윤호영을 원망하나?
▲ 아니다. 하하. 그 플레이는 버튼에게 패스를 하려고 했다. SK가 전달하지 못하도록 수비를 잘했다. 틈이 없었다.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 김주성과 세 번 결승에 갔지만 우승을 못해서 아쉬울 것 같다. 이제 김주성은 은퇴한다.
▲ 그런 선수와 뛸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우리 팀을 보고 꼴찌를 할 거라고 다들 그랬다. 10경기가 지나도 우리가 9등을 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1등을 했고, 결승까지 갔다.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말한 반대로 됐다. SK가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정말 잘했다. 오리온의 이승현이 군대에 간 터라 정말 우승할 기회가 있었다.
- 한국선수 플라핑을 지적했다. 나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은 왜 그럴까?
▲ 이건 정말 문제다. 왜냐하면 심판이 미국선수들과 한국선수들을 다르게 판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들은 조금만 접촉이 있어도 넘어진다. 그러면 심판이 파울을 준다. 모두 똑같은 기준으로 판정을 한다면 내가 화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이 날 건드리면 심판이 날보고 그만하라고 한다.
SK도 큰 선수들이 많다. 특히 최부경과 김민수는 강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왜 나와 부딪치기만 하면 넘어지나? 한국선수들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다. 심판이 계속 정확하게 5~7번 분다면 한국선수들도 그런 플라핑을 그만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적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모든 선수들이 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그런 플라핑을 할 것이다. 한국선수들이 강하게 뛴다면 이길 자격이 있지만 플라핑을 해서는 이길 자격이 없다.
- 최준용과 SNS 설전을 펼쳤다. 그것도 플라핑 때문이었나?
▲ 최준용이 경쟁적인 선수라는 것은 안다. 다만 시즌 중에 2-3라운드에 최준용이 플라핑을 너무 많이 했다. 게임을 너무 재미없게 만들었다. 최준용은 최대한 플라핑을 많이 해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난 그냥 짜증이 났다. KBL의 미래가 될 선수가 저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게 보기 싫었다.
난 한국을 두 번째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등 국제대회에 나가서 잘해서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국제무대서 이런 플레이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선수들이 충분히 강하게 뛰어서 더 잘할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래서 그랬다.
- 두경민이 시즌 중 이탈했다. 어떤 생각을 했나? 그가 이기적이었나?
▲ 두경민은 팀과 자신을 많이 신경 쓰는 친구다.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가끔 바깥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두경민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두경민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경민의 스타일이 바로 그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 팀은 두경민이 그런 식으로 플레이해야만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다.
- 두경민이 모비스전에서 일부러 슛을 안 던지는 모습을 보였지 않나?
▲ 그 경기 전에 비디오세션을 가졌다. 두경민이 슛을 좀 자제하고 패스를 더 많이 하라는 말이 나왔다. 버튼에게도 패스를 더 많이 하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두경민이 모비스전 슛을 안 던졌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런 스타일의 선수는 그런 말을 들으면 힘들 것이다. 만약 나보고 리바운드하지 말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하겠나? 그러면 내가 할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것과 똑같은 거다. 두경민보고 슛을 쏘지 말라고 하면 정말 이상한 거다. 20명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마음을 먹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팀이든 항상 이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노력을 할 뿐이다.
- 두경민 사건 후 팀이 더 단단해졌나?
▲ 아니다. 우리 최고의 팀은 모두가 함께 했을 때였다. 만약 두경민이 다치지 않았고, 모비스전 이후에도 계속 뛰었더라면 우리는 더 강해져서 우승까지 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팀에 들어왔다 나갔다 할 때 다른 선수들이 더 집중해서 뭉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 jasonseo34@osen.co.kr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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