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②] 벤슨, “KBL의 외인규정, 이해할 수 없어”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5.03 10: 59

KBL의 터줏대감 로드 벤슨(34)이 한국농구를 위해 조언을 했다.
2010년 동부에서 데뷔한 벤슨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이 깊다. KBL이 외국선수 제도를 수차례 변경했지만 벤슨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가 생각한 한국농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LA 헐리웃에 있는 벤슨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 DB에서는 못했지만 모비스에서는 우승을 맛봤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

▲ 모비스에 있을 때 팀으로서 선수로서 모두가 잘 뭉쳤다. 라틀리프와 뛰는 것을 즐겼다. 양동근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팀 리더다. 물론 모비스와 재계약해서 우승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재계약을 원치 않았다. 
(벤슨은 2012-2014 시즌 2년 연속 모비스를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만 해도 벤슨이 메인이고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서브였다. 벤슨은 2014-15시즌을 앞두고 모비스와 재계약을 맺었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퇴출됐다. 결국 그 시즌 벤슨은 KBL에서 뛰지 않고 대만에서 활동했다. 2015년 동부로 돌아간 그는 3년 연속 원주에서 뛰고 선수경력을 마감했다. 라틀리프는 벤슨의 부재를 기회로 삼아 KBL 최고센터로 도약했다.
3연패를 달성한 뒤 유재학 감독은 “로드 벤슨을 데려갔으면 우승을 못했다. 팀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을 했다. 팀이 안정감 있게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유 감독은 "선수들의 사생활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훈련에 지장을 주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 시즌 중 유니폼을 찢고 벌금 500만 원을 냈다. 물론 동료들이 조금씩 모아줬다고 들었다.
▲ 사실 일본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도 그런 행동을 많이 했다. 그 때는 유니폼이 절대 찢어지지 않았다. 2012년 챔프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때는 정말로 유니폼을 찢으려고 했는데 찢어지지 않더라. 하하. 그런데 이번에는 유니폼을 뭘로 만들었는지 별 의도도 없었는데 쭉 찢어졌다. 올해 유니폼이 작년유니폼보다 더 얇아서 그랬던 것 같다.
- 하승진의 팔꿈치 사용보다 벌금이 많았다. 하승진은 100만 원이었다. KBL에서 깎아줬다고 하더라.
▲ 이제 난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KBL은 외국선수들에게 불공평한 리그다. 항상 우리에게 벌금을 매기고 징계를 하려고 든다. 모비스에 돌아갔을 때 모든 것이 더 나빠졌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 팀에서 6-7년 씩 오래 뛰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동료들과 친해지고 지역 팬들과도 계속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한다.
하지만 KBL은 모든 정책을 외국인 선수들이 원하는 정확하게 반대로 하고 있다. 많은 외국선수들이 ‘한국이 날 더 이상 원하지 않는구나!’라고 서운함을 느낀다. 오래 뛴 외국선수들을 정말 가족처럼 대해주지 않는다.
-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이런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D리그에서 떠나면서 내 오랜 은사님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싶으면 팬들과 친해져서 그들을 먼저 네 편으로 만들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KBL에서 첫 시즌에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른 세리머니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러 세리머니 중 거수경례가 팬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고, 계속 하게 됐다.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는 이런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인 지도자는 누구였나?
▲ 내 첫 감독 강동희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정말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서로 잘할 수 있는지 알았다. 내 첫 시즌이 끝나고 나와 재계약을 해줬다. 내 2년차 시즌에 외국선수 제도가 바뀌었다. 재계약을 한 선수는 나밖에 없었다. NBA가 리그파업을 하면서 중국리그의 좋은 선수들이 한국으로 쏟아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날 믿고 재계약을 해줬다. 나도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 농구선수로서 더 뛸 수 있는데 왜 은퇴하나? 다른 리그로 가나?
▲ 물론 다른 리그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비스를 떠나면서 (외국선수가) 한 팀에서 3년을 넘어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모비스에서 뛰면서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3년만 더 하면서 돈을 모으고 나중에 얼마가 모이든 그만두자’라는 생각을 했다. 
벤슨의 주장에 대해 모비스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벤슨이 모비스를 떠난 이유는 그가 훈련 중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고, 뒷돈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 벤슨은 유재학 감독에게 직접 재계약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유 감독은 당시 대표팀 지도차 진천선수촌에 있었다. 벤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 jasonseo34@osen.co.kr
[3편 예고 : 벤슨이 생각하는 라틀리프 귀화와 신장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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