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한 달’ 구슬땀 강정호, 90억 레이스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13 06: 24

90억 원 레이스가 시작됐다. 그 90억 원이라는 숫자에는 많은 의미들이 녹아있다. 강정호(31·피츠버그)에게는 말 그대로 운명의 한 달이다.
드디어 미국 취업비자를 받고 미국에 들어간 강정호는 구단 훈련시설이 있는 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스프링 트레이닝에 돌입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간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강정호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톰칙 피츠버그 트레이닝 파트 디렉터는 “모든 정황이 강정호가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는 라이브 피칭을 보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속성 트레이닝이 끝나면 마이너리그 경기를 거쳐 메이저리그(MLB) 복귀 수순을 밟는다.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30일’ 정도를 바라보고 있다.

예정대로 흘러간다면 강정호는 6월 초에는 MLB 콜업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강정호의 상태가 예전의 모습을 찾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렇지 못하면 피츠버그도 굳이 강정호를 콜업할 이유가 없다. 현재 콜린 모란과 데이빗 프리즈가 무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굳이 강정호의 연봉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서다.
강정호는 지난해 사건 이후 줄곧 피츠버그의 ‘제한선수명단’에 올라있다. 제한선수에게는 연봉지급의 의무가 없다. 복귀가 불투명한 강정호를 보유하고도 피츠버그가 지금껏 금전적인 손실을 보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제한선수명단에서 나오는 순간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강정호는 2015년 피츠버그와 포스팅 금액은 별도로 4년 11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맺었다. 2015년과 2016년은 250만 달러, 2017년은 280만 달러, 그리고 올해는 약 300만 달러를 받기로 계약되어 있다. 여기에 타석수에 따른 인센티브가 따로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2019년 팀 옵션이다. 피츠버그가 원할 경우 550만 달러에 강정호를 1년 더 활용할 수 있다. 바이아웃 20만 달러까지 보장 1100만 달러, 최대 5년 1650만 달러의 계약이다.
강정호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피츠버그는 팀 옵션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550만 달러’는 그렇게 비싼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정호가 첫 2년간 팀에 공헌한 금액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제한선수 명단에 있었던 기간을 감안하면 좀 더 낮아지겠지만, 어쨌든 강정호의 스프링트레이닝에는 850만 달러(약 90억6000만 원)라는 거금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피츠버그의 옵션이 실행된다는 것은 강정호가 무난한 활약을 펼쳤음을 의미하고, 또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연장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정호는 KBO 리그로 돌아올 때는 원소속팀 넥센으로만 복귀해야하며, 음주운전사고로 인해 징계 또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MLB 무대에서 되도록 오래 활약하는 것이 선수 경력을 위해 낫다. 금전과 명예, 그리고 경력이 모두 걸린 운명의 한 달이라고 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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