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한화 이성열(34)은 16일 대전 KT전에서 2회와 4회 두 타석에서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KT 선발 주권의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한화가 2-4로 추격한 6회말 1사 1·2루의 찬스가 이성열에게 걸렸다. KT는 제구가 흔들리던 선발 주권을 내린 뒤 좌완 심재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좌타자에 좌투수, KT는 정석적인 교체였다. 한화 벤치는 오른손 대타 카드로 최진행과 지성준이 있었다. 한용덕 감독은 대타를 쓰지 않고 이성열로 밀어붙였고, 결과는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이었다. 이성열은 심재민의 6구째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경기 후 이성열은 "좌투수가 나왔고, (앞선 두 타석에서) 삼진 2개를 먹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신 것에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좌투수에게 우타자로 맞불 놓을 수 있었지만 한용덕 감독은 굳이 좌우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용덕 감독은 "굳이 좌우를 맞추지 않으려 한다.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를 무조건 잘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좌우에 맞추기보다 선수의 특성에 맞춰 움직였고, 이날도 마찬기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성열의 좌투·우투 상대 타율은 3할3푼3리로 같았다.
이성열은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고 덕아웃에서 가슴을 내민 한용덕 감독에게 펀치를 날렸다. 이성열 특유의 홈런 세리머니. 한화는 이성열이 홈런을 친 4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이성열의 홈런과 그 후 한용덕 감독과 펀치 세리머니는 이제 한화 승리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용덕 감독은 "팀이 잘되는 건데 홈런 친 선수들에게 몰매를 맞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성열은 "팀이 지고 있거나 어려울 때 중요한 홈런이 나오면 더 세게 때리려 한다. 감독님께선 맞아도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앞으로도 계속 홈런 펀치 세리머니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부터 타격에 눈을 뜬 이성열은 올해도 꾸준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29경기 타율 3할4푼 35안타 4홈런 21타점 15득점 OPS .917. 최근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1루 수비에서도 몸을 날리는 등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열은 "실력을 떠나 생존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이성열이 한화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