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만으로도 감사” NC 윤수강이 외친 간절함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5.17 06: 40

“1이닝만이라도 수비를 나가는 것에 감사하다.”
NC 다이노스 포수 윤수강(28)은 지난 15일, KBO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몰고 온 선수였다. 이날 윤수강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에 롯데에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처음으로 선발 출장을 한 날이었다. 그리고 첫 선발 출장 경기의 첫 타석에서 데뷔 첫 적시타를 뽑아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9회말, 1루에 진출한 뒤 박민우의 2루수 땅볼 때 2루로 향하다 롯데 유격수 문규현의 송구에 헬멧을 강타 당하면서 쓰러졌다. 잠시 정신을 잃은 듯 했던 윤수강은 목보호대를 하고 경기에서 빠졌다. 다행히도 병원 CT 촬영 결과 머리에 이상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파란만장했던 1군 선발 데뷔전을 치른 윤수강이었다. 이튿날인 16일 윤수강은 다시 씩씩하게 야구장으로 출근해 경기를 준비했다. 우천 취소된 16일 마산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윤수강은 관심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최우선 관심사는 헬멧을 강타당한 상황과 건강이었다.
윤수강은 “머리에 혹이 나서 아픈 정도다. 괜찮다”면서 “내가 공을 무서워 할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간절함 속에 잡은 기회에서 나온 절박함의 행동이었다. 그는 “병살이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것 같았다. 병살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머리라도 맞자’는 생각이었는데 진짜 공이 맞았다”고 웃었다. 동향의 군산 선배인 문규현도 윤수강을 찾아와 연신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윤수강은 잠시 현역을 떠났다. 롯데에서 2015년 KT로 트레이드 된 뒤 그 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시점 LG에서도 방출됐다. 결국 모교인 광주일고의 배터리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NC 스카우트팀은 윤수강에게 테스트를 제의했고,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윤수강의 프로 생활은 다시 시작됐다. 윤여운이라는 이름에서 개명을 한 것도 이때다.
그는 “테스트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들이 아직 할 수 있다면서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래서 꿈을 접지 않고 다시 현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주위의 응원이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지만 5월에 정식 선수로 등록됐고 선발 출장 기회까지 잡았다. 그는 “선발 출장 사실을 들었을 때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1군이나 2군이나 경기는 똑같다고 생각했다. 난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첫 선발 출장에서 첫 타점까지 올린 순간을 떠올렸을 때는 “너무 힘이 들어가서 어깨가 계속 열렸다. 힘을 빼고 짧게 밀어치자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했다. 직구와 커브를 노렸는데 직구가 와서 친 것이 결과가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첫 타점의 기쁨도 잠시. 그는 3-1로 앞선 9회초 2점을 더 내줘 동점을 헌납한 상황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그는 “데뷔 첫 선발 출장을 했고 첫 타점을 올렸지만 팀이 패해서 기쁘지 않다”면서 “(이)민호의 직구가 좋았는데 (이)병규 형이 반응하지 않아서 포크볼을 보여주려다가 맞았다. 직구로 밀고 나갔으면 됐는데 민호에게도 미안하고, 선발이었던 (이)재학이게도 미안하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경문 감독의 지론은 ‘정해진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포수진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윤수강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김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윤수강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윤수강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면서 윤수강에게 당분간 선발 포수 자리가 돌아갈 것임을 암시했다.
간절함 속에 다시 찾아온 기회. 윤수강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그는 “주전 욕심보다는 1이닝만이라도 수비를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준비를 잘 하다보면 계속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 한다”면서 “투수가 나를 신뢰하지 않으면 안된다. 투수들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 다가올 1군 무대에서의 각오를 밝혔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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