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무실책 행진' 송광민, 천재적 수비의 재구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17 13: 01

한화 내야수 송광민(35)이 '공격형 선수' 이미지가 강하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리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타격에 비해 수비는 오히려 과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3루 수비에 있어선 어느 누구에도 밀리지 않았다. 
지난 16일 대전 KT전에서 송광민 수비의 진가가 나타났다. 왼쪽 발목에 가벼운 통증이 있어 선발 라인업에 제외된 송광민은 5-4로 쫓긴 7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대수비로 교체출장했다. 박경수의 안타로 이어진 무사 1·3루 위기, 윤석민의 3루 땅볼에 송광민의 번뜩이는 센스가 빛났다. 
송광민은 공을 잡자마자 스킵 동작을 하던 3루 주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힐끔 쳐다봤다. 빠르게 팔을 휘두르는 동작으로 로하스를 묶었다. 몸의 중심이 3루로 넘어온 로하스는 홈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어 지체하지 않고 2루로 송구, 5-4-3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KT 추격 의지를 꺾은 결정적 순간. 수비로 팀 승리를 지켰다. 

모든 것이 송광민의 머릿속 계획대로 된 것이었다. 송광민은 "솔직히 (벤치) 안에선 1점을 주고 더블 플레이를 하란 사인이 나왔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홈 득점도 막고 싶은 게 내 생각이었다. 우리 중간 투수들이 좋아 1점차 리드를 지킬 것이라 믿었다. 최근 타선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 동점이 되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 같았다. 때마침 타구가 내 앞으로 왔고, 생각한 대로 플레이가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경기 흐름과 팀의 상황을 읽고 플레이한 것이다. 벤치에선 1점을 주고 동점이 되더라도 아웃카운트를 늘려 역전을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대량 실점하지 않으면 불펜 싸움으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지만 송광민은 빠르고 재치 있는 플레이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선수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길 바라는 한용덕 감독의 교체도 빛을 발했다. 
송광민은 "코칭스태프에서 눈치를 주지 않는다. 실수를 해도 압박을 안 주니 선수 스스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하게 된다. 팀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며 "경기에서 집중을 하지만 너무 경직된 것보다 즐기려 한다. 요즘 우리 수비가 좋아진 것도 달라진 팀 분위기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송광민은 올 시즌 40경기 타율 3할3푼8리 52안타 6홈런 33타점 OPS .890으로 활약 중이다. 수비에선 실책이 1개뿐. 익숙하지 않은 1루 자리에서 기록한 것으로 주 포지션 3루에선 25경기 199⅓이닝 동안 실책이 없다. 3루 100이닝 이상 무실책은 KIA 이범호(172이닝)도 있지만 레인지 팩터는 송광민이 2.59로 이범호(1.94)보다 넓다. 3루 수비 안정감에 있어선 최고 수준이다. 
송광민은 "고교(공주고) 시절까지 2루수였다. 공을 빼는 동작이 안 보일 정도로 빨랐다"며 웃은 뒤 "대학(동국대) 가서 한대화 감독님을 만나 유격수로 뛰었고, 프로 와서 3루로 자리 잡았다. 체격 조건이 3루에 맞는 것 같다. 3루에 나보다 월등한 선수들이 많지만, 나름 수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용덕 감독도 "요즘 광민이가 수비에서 엄청나게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칭찬했다. 16일 KT전 승리 후에도 한용덕 감독은 "7회 수비 강화를 위해 교체 투입한 광민이가 제 역할을 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능한 광민이가 지금처럼 꾸준하게 활약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화 돌풍의 중심에 공수겸장 3루수 송광민이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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