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칸은 이창동을 빈 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궁금증3'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05.17 17: 01

이창동 감독이 내놓은 8년만의 신작 '버닝'이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고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화 중 최고 평점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연 '버닝'은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 궁금증 세 가지를 짚어봤다.
- 평점, 수상과 직결될까

칸 국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체인 아이온 시네마는 '버닝'에 대해 3.9점(5점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는 앞서 극찬받으며 최고의 평점을 받은 '레토', '만비키 가족' 등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하지만 평점이 수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를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지난 해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벤 웨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는 중간 순위의 평점에도 칸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으며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엉클분미' 역시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2.4점을 받았다. 
황금종려상 등 수상 여부는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 오히려 심사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칸 영화제 관련 필름 마켓 관련자는 "평점이 외국 세일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수상에는 직접 관련이 없다. 수상은 평론가들이 아닌 전적으로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나오는 것이기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점칠 수 없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상을 주는 것은 '심사위원들 마음'이기 때문에 수상이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평점이 칸 현지 분위기를 짐작케하는 것은 분명하고, 하위권이 아닌 중상위권 평점을 받은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한국영화들의 평점은 보통 2점대를 기록했다.
- 작품이 아닌 배우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나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지난 16일 프랑스 현지 시각 18시 30분 레드카펫 및 공식 상영을 마무리한 '버닝'은 인간 보편적 주제·강렬한 이미지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함께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의 연기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아인과 스티븐 연의 열연에 대한 주목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까지 새로운 배우들의 조합은 '버닝'만의 묘연한 느낌을 완성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남녀주연상을 넘어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없을까? 있다, 아니 있었다.
지난 2013년 제 6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칸 국제영화제 최초로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2010년 출판된 쥘리 마로의 동명 프랑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동성애를 소재로 주인공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에서 레아 세이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의 연기가 영화 그 자체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칸이 이창동 감독을 빈 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까?
이창동 감독은 흔히 '칸의 남자'라고 불린다. 2000년 제 53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 '박하사탕', 2003년 제 56회 칸 영화제 비평가협회 특별초청작 '오아시스', 2007년 제 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밀양', 2010년 제 63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시'까지, 칸 국제영화제서 남다른 기록을 남긴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복귀작을 칸에서 선보인다는 사실 역시 큰 화제를 모았던 바다.
그렇기에 '칸이 이창동 감독을 빈 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까'란 기대가 큰 것도 사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칸이 사랑하는 대표 감독인 독일 출신의 거장 미하엘 하네케 감독은 2009년 '하얀 리본'과 2012년 '아무르'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거머쥐고 5년 만에 신작 '해피엔드'를 들고 칸을 찾아 황금종려상 3번째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결국 칸은 그를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칸은 하네케 감독을 빈 손으로 돌려 보내지 않는다'는 영화계 속설도 깨졌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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