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리빌딩' 모두 잡는 한용덕 감독의 대담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24 14: 34

올 시즌 한화의 기조는 육성과 리빌딩, 세대교체였다. 그런 점에서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성적은 보너스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는 법이다. 3위에 이어 2위로 올라선 한화는 22~23일 1위 두산 상대로도 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어느새 두산에도 2경기 차이로 맹추격하고 있다. 누구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한용덕 감독이라고 다를 것 없다. 그럴수록 욕심을 억누른다. 
한용덕 감독은 "욕심이 날 때가 많지만 옆에서 코치들이 억제해주고 있다. 지금 성적이 좋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지 않으려 한다. 혼자서 계속 되 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팀의 목표였던 젊은 선수 육성 기조도 잊지 않았다.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만 23세 젊은 투수 김민우와 김범수 기용법이 그랬다. 

이날 한화 선발투수는 김민우. 최고 148km를 던지며 호투했지만, 3-3 동점으로 맞선 5회초 무사 1·2루 위기가 찾아왔다. 3번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 불펜에선 롱릴리프 장민재가 몸을 풀고 있었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덕아웃에는 홀로 갔다. 
김민우는 박건우를 루킹 삼진, 김재환을 좌익수 뜬공, 박세혁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5이닝을 채웠다. 승리만 생각했다면 한 박자 빠른 교체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민우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믿음과 기회를 줬다. 점수를 허용해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5-3으로 리드한 8회초, 한 감독은 또 한 번의 대담함을 보였다. 전날 1군에 등록된 좌완 김범수를 2점차 리드 상황에 투입한 것이다. 김재환-박세혁-오재원으로 이어진 좌타 라인이긴 했지만 제구가 좋지 않은 김범수를 그 상황에 쓰기란 쉽지 않았다. 안영명과 송은범을 넣어 안전하게 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감독은 과감하게 김범수로 밀어붙였다. 김범수는 최고 150km 강속구를 뿌리며 연속 삼진 포함 삼자범퇴로 8회를 깔끔하게 막았다. 시즌 두 번째 홀드. 한화의 좌완 중간 투수 고민을 해결한 순간이었다. 한 감독도 경기 후 "김범수가 8회를 깔끔하게 막았는데 속이 다 시원했다"고 기뻐했다. 
김민우와 김범수는 한 감독이 과거 한화를 떠나 두산으로 팀을 옮길 때도 메모지에 이름을 적어두며 잊지 않으려 한 핵심 유망주였다. 감독으로 한화에 돌아오자마자 두 선수를 콕 짚어 미래 자원으로 꼽았다. 시행착오와 성장통이 있었지만 한 감독의 배짱 두둑한 믿음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성적과 함께 리빌딩까지 하는 한화, 오늘보다 더 희망찬 내일을 그리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한용덕 감독(위), 김민우-김범수.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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