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센 체크] ‘가뿐한 50이닝’ 김광현의 BEFORE & AFTER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26 09: 00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을 쉬었다. 모두가 ‘적응기’는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구단도 그랬다. 그러나 에이스는 달랐다. 김광현(30·SK)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 넘는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 뜯어보면 긍정적인 면은 차고 넘친다.
김광현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6번째 승리를 따냈다. 팔꿈치 관리차 로테이션을 두 번 정도 거른 김광현은 이날 기어이 규정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2.50) 부문에서도 리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리를 한 것도 아닌데, 가뿐하게 8이닝 고지를 밟으며 에이스의 진가를 과시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가끔 까먹을 만한 투구 내용이다. 김광현은 25일까지 시즌 9경기에서 50⅓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2푼, 이낭당출루허용률(WHIP)은 1.07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관리 문제 때문에 이닝소화가 적었을 뿐, 나머지 기록은 어디 내놔도 당당한 수준이다. 어느덧 누적 50이닝을 넘어선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 후 더 강해져 돌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 뚜렷한 구속 상승, 팔꿈치 재활은 완벽하다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은 상대적으로 정복된 분야에 속한다. 그러나 막연한 환상은 금물이다. 실제 미국 사례를 모아 보면 수술 이전보다 구위가 떨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아 보이는 것은, 실패한 선수들은 그대로 선수 생활을 접는 코스로 가기 때문이다. 결코 가벼운 수술이 아니다. 철저한 재활과 자기 관리가 있어야 재기에 이를 수 있다. 김광현은 그 어려운 것을 무난하게 해냈다.
김광현은 25일 경기 후 “몸 상태가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팔꿈치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런 김광현의 자신감은 구속으로 확인된다. 김광현은 수술 직전 시즌이자, 이미 팔꿈치 통증을 안고 던진 2016년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5㎞ 남짓이었다. 슬라이더는 132㎞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포심 평균이 147㎞, 슬라이더가 136㎞에 이른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2~3㎞가 늘어났다.
팔꿈치에 조금이라도 위화감을 느낀다면 불가능한 향상이다. 김광현이 정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몸 상태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닝 관리를 받고 있을 뿐, 더 던질 수 있는 힘은 있다. 김광현은 25일 경기에서 8이닝을 소화한 뒤에도 “매 경기 힘은 항상 더 남아있었다.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자신했다. 언제든지 팀에 부름에 100구 이상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 투구폼 변경, 예전의 김광현은 잊어라
김광현은 지난해 재활 과정부터 투구폼 변화를 꾀했다. 종전 투구폼은 역동적이기는 하지만 투구 후 몸이 다시 뒤로 튕겨져 나가는 듯한 인상이 있었다. 실제 이는 공에 힘을 마지막까지 실어주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공을 앞까지 끌고 나가고, 투구 후 움직임을 줄이는 방식으로 폼을 바꿨다. 결과는 성공이다. 기록으로도 나타나고, 선수도 만족한다.
그간 김광현은 “구위는 뛰어나지만 볼넷은 조금 많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기록을 보면 이런 말은 이제 실례다. 통산 3.81개에 이르던 9이닝당 볼넷이 올해는 2.50개에 머물고 있다. 개인 최고 기록이다. 9이닝당 탈삼진(7.69개)은 통산 수준(7.66개)을 유지하고 있으니 탈삼진/볼넷 비율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수치는 100% 상태가 될 올해 후반기나 내년에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투수들은 투구폼에 손을 대는 것을 불안해한다. 결국 결과로 선수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이 손혁 SK 투수코치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결과가 따라온다. 김광현도 고개를 끄덕인다. 김광현은 “폼을 많이 바꾼 것은 아니지만 괜찮은 것 같다. 스트라이크 던지기가 확실히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투구폼은 나이를 먹어갈 미래를 생각해도 긍정적이다.
▶ 공격적 승부, 투구수 아끼고 이닝소화 늘어나고
더 공격적으로 던지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몸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바뀐 투구폼에 대한 효과를 실감한 김광현은 올해 맹렬하게 상대 타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마치 “칠 테면 빨리 쳐보라”는 식의 투구다. 김광현의 올해 이닝당 투구수는 14.8개로 2016년 15.9개보다 1개 이상 줄었다. 리그에서 김광현보다 1이닝을 더 적은 투구수로 끊는 투수는 헨리 소사(LG·14.1개) 정도다.
투구수를 아끼면 자연히 이닝소화능력은 향상되기 마련이다. 김광현도 지금 패턴에 대만족이다. 김광현은 “원래부터 빠른 템포를 좋아하기도 하고, 결과가 좋으니 너무 좋다”고 활짝 웃으면서 “(규격이 작은) 문학구장에서 공격적으로 하자는 마음을 먹기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손혁 코치님께서 ‘실점은 언제든지 해도 좋다’고 편안하게 말씀해 주신 덕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김광현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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