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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도왔던 '亞 최초 야외볼링', 아쉬움은 딱하나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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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강필주 기자] "일단 해냈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요트 경기가 펼쳐진 곳이다. 이제 이 곳은 또 하나의 스포츠 역사가 씌어진 장소로 기억될 전망이다.

26일 이곳에서는 국제볼링경기가 펼쳐졌다. '2018 PBA-WBT 부산컵 국제오픈볼링대회(이하 부산컵)' 결승 무대 장소였다. 이날 태국 국가대표 아놉 아롬사라논은 톱시드인 양손볼러 앤서니 시몬센(미국)을 221-20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아놉은 두 번째 한국 방문에서 우승상금 3000만 원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또 월드볼링투어와 미국프로볼링투어 타이틀까지 한꺼번에 따내는 행운까지 누렸다. 오는 8월 아시안게임 3관왕을 노리는 만큼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우승자만 출전할 수 있는 PBA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출전 기회까지 챙겼다.

▲ 볼링 역사 새로운 페이지

이번 대회는 볼링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경기가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펼쳐져 실내 스포츠라는 볼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야외에 깔린 특설 레인은 전 세계 볼링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열린 볼링월드컵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의 홈구장인 밀러 파크 두 차례(2004년과 2007년), 2012년 리노 정도가 알려진 야외 볼링 사례다. 

이런 진귀한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은 관중들로 꽉 메워졌다. 마련된 총 300석은 경기 시작 전 일찌감치 들어찼다. 따로 준비된 50석의 귀빈석 의자도 마찬가지. 경기장 주변에서 서서 경기를 바라 본 관중까지 다 합하면 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 관건은 날씨

대회 장소는 몇차례 변경됐다. 당초 계획은 광안리 백사장이었다. 그러나 해운대 백사장으로 바뀌었고 다시 해운대 한 호텔 근처로, 최종적으로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으로 결정됐다. 주변 여건은 물론 예산까지 고려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날씨였다. 몇달 전 대회 날짜를 잡았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못하면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아프리카나 미주 지역에 비해 아시아의 기상 여건이 야외 볼링에 부적절한 이유이기도 했다.

대회 레인과 관중석 설치를 맡은 박종학 SGP 대표는 "구조물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관건은 날씨였다.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동안 공사를 했다. 레인 위를 덮는 돔을 설치해뒀다가 대회에 임박해서 걷어냈다. 그 사이 네 번이나 비가 내렸는데 그것만 빼면 무난했다"고 밝혔다. 하늘이 도운 셈이다.

▲ 덥지만 않았다면...

대회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부산광역시와 부산시볼링협회, 한국프로볼링협회가 서로 조화를 이뤄 '아시아 최초 야외 볼링'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합작해냈다.

경기는 SBS스포츠와 TV조선, 두 개의 방송채널로 생중계 됐다.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의 정취가 경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국에서 모인 관중들은 물론 볼링 관계자들은 그동안 보지 못한 이벤트에 저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점도 노출됐다. 우선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접근성이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뜨거운 기온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관중과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숨막히는 더위에 힘들어했다. 섭씨 22도였지만 실제 피부로 느끼는 기온은 한여름에 육박했다. 

우승자 아놉은 경기 후 "앞으로 이런 야외 볼링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인 태국도 덥지만 오늘 햇볕은 정말 따가웠다. 다음은 겨울에 했으면 좋겠다. 야간이면 더 좋았을 뻔 했다"고 진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았다는 웅진플레이 훅간다 클럽의 조인수(24), 권애라(25) 커플은 "정말 재미있었다. 세계적인 선수를 직접 볼 수 있었고 야외 볼링이라는 '뷰'도 멋있었다"면서도 "단점이라면 경기 시간대가 가장 더울 때였다"고 아쉬워했다. 조인수 씨는 "오후 2시 경기인데 오전 9시에 왔다. 관중석도 선착순으로 하지 말고 번호표를 나눠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휴가를 나왔다는 의경 강봉준(22) 씨와 학교 볼링동아리(부경대 거터) 후배 최효재(21) 씨는 "야외 볼링은 정말 신선했다"면서도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기에는 아쉬운 환경이었다. 덥지만 않았어도 더 좋았을 뻔 했다"고 땀을 닦아냈다.

이에 한국프로볼링협회 관계자는 "부산광역시가 내년에도 야외 볼링 대회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시기는 지금과 비슷한 5~6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반기면서도 "관중들과 선수들이 더위로 고생했다. 다음 대회는 야간 경기로 치를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수정해 다음에는 좀더 완성도 높은 대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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