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디자인 학도들이 살펴 본, 메르세데스-벤츠 '뉴 악트로스'의 유려함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강희수 기자]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정릉로 국민대학교 교정. 북악을 감싸고 있는 하늘이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푸르렀다. 정문을 따라 난 언덕 길을 올라가니 작은 인공폭포가 나타나고, 그 한 가운데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감싸고 승천하는 형상의 국민대학교 교상 '용두리'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그런데 이 날만은 방문객을 맞아주는 조형물이 용두리가 아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이 만들어낸 '뉴 악트로스'다. 젉은 기운이 넘치는 대학 캠퍼스와 580마력짜리 트럭이라. 외연만 보면 묘하게 어울리는 기상이 있다. 

'뉴 악트로스'가 왜 국민대학교 교정에 자리잡고 있는 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한 꺼풀 더 들어가야 했다. 이 학교 조형대학에는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가 있고, 이 분야 권위자인 구상 교수가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 나면 용두리 앞에 왜 두 대의 악트로스가 서 있는 지 설명이 된다. 구상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다임러트럭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벤츠 트럭의 플래그십, '뉴 악트로스'를 공부하는 날이다. 

26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580마력짜리 '뉴 악트로스'는 2011년 유럽에서 4세대 모델이 런칭 됐고, 우리나라에는 2016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선을 빼앗는 아름다움 보다는 효율과 파워를 중시할 것 같은 트럭(트랙터)을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공부한다? 이 질문 자체가 '뉴 악트로스'의 차별화 된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악트로스'는 트럭 고유의 파워, 효율성 외에도 '유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디자인 요소가 깔려 있다. 

구상 교수는 '뉴 악트로스'의 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벤츠가 만들고 있는 트럭들 중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은 단연코 악트로스(Actros) 시리즈다. 이 차량들이 화창한 날에 학교 교정으로 나들이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차종들 중에서 악트로스 같은 대형 트럭들은 지나가는 차량들을 먼 발치에서 볼 수 밖에 없거나, 혹은 바로 옆 차로에 지나간다고 해도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차량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가까이에서 마주하기 어려운데다가, 당연히 매우 고가이므로 사실상 일상 생활 속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차종이기 때문이다. 그런 악트로스가 그것도 두 대씩이나 자동차디자인전공 학생들의 관찰과 체험을 위해 캠퍼스 나들이를 했다. 

‘악트로스(Actros)’ 라는 이름은 주로 25톤 이상급의 대형 덤프 트럭, 혹은 34톤급의 견인력을 가진 트랙터-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트럭-에 붙여지는 이름으로, 한눈에 보아도 벤츠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사람 머리 크기보다도 큰 거대한 벤츠 엠블럼이 차체 전면에서 번득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빈의 높이는 4미터에 달하고 있어서, 거의 준중형 세단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높이라고 할 수 있다.

화창한 한낮의 햇빛 아래 자리한 두 대의 흰색의 악트로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캠퍼스에 왔던 차량들 중 한대는 약간의 튜닝이 된 차량이었지만, 나머지 한 대는 출고 당시의 원형 그대로였으므로, 본래의 디자인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독일 차량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화물 수송을 위해 디자인되고 설계된 악트로스는 매우 기능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기능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장식적 요소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차체의 여러 부분의 형태들이 바로 독일의 차가움의 미학(cool elegance) 라고 이야기되는 기능주의 조형을 보여준다. 장식이 배제된 느낌의 백지장 같은 형태, 이른바 플레인 쉐입(plain shape) 임에도 브랜드 고유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벤츠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능적인 디자인을 하면서 사용된 조형 요소들 중에는 둥근 원형 형태가 가장 많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브랜드의 엠블럼 테두리 형태에서부터 마치 오디오의 스피커 그릴 같은 느낌의 둥근 구멍이 무수히 뚫린 펀칭 메탈(punching metal) 같은 느낌의 규칙적이고 수학적인 인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프로젝션 방식의 렌즈를 가진 헤드 램프의 형태 등등에서 반복적인 원형 형태가 조형 요소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부가적인 장식적 형태를 쓰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의 특징을 보여주는 추상성 높은 디자인 조형은 이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조형 기법의 살아있는 교과서와도 같다. 사실상 오늘날의 디자인은 기능적인 논리성만으로 완성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개성을 나타내고 있고 여기에서 장식적 요소가 불가피하게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라는 것은 어느 브랜드만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특정한 형태나 기호 등이 결합된 디자인에 의해 시각적으로 형성되는 특징을 가리키는데, 승용차에서는 대체로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의한 디자인 통일성으로 강조하는 것이 보통이다. 승용차 브랜드로서의 벤츠 역시 그러한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악트로스는 승용차에서와 같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찾아볼 수 없으나, 기능적인 조형에 의한 차량의 존재감과 강력한 힘을 나타내는 비례와 간결한 면 처리 등으로 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악트로스의 실내 디자인 역시 매우 기능적이면서도 안락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기하학적 형태와 소재의 특성을 활용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기능성을 보여주면서도 합성수지 재질이 가지는 질감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는 감성적 디자인이다.

악트로스의 차체 내/외장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특징은 기능성을 추구하면서도 재료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기능적인 디자인과 동시에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독일 디자인의 특징 그대로이다. 이것이 성능과 품질을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상용차량의 디자인 특징을 해석하는 벤츠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100c@osen.co.kr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