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지드 스타디움, 38년 만에 여성 팬들에게 문 열리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6.21 15: 15

이란 축구계에도 개방의 물결이 불고 있다. 38년여 만의 이란 축구의 성지가 여성 축구 팬에게도 열렸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카잔 아레나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서 후반 디에구 코스타에게 불운성 선제골을 내주며 스페인에 0-1로 석패했다. 이란은 승점 3점(1승 1패)으로 마지막 포르투갈과 3차전에 모든 것을 걸게 됐다. 
졌지만 잘 싸운 한 판이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식 이란의 늪 축구에 '무적함대' 스페인도 당황했다. 경기 후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이 이란의 수비에 대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

이란은 전반 45분 동안 완벽에 가까운 늪 축구를 펼쳤다. 후반 9분 코스타에게 불운한 선제골을 허용한 뒤에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스페인을 위협했다. 패배하긴 했지만 이란 축구의 저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이란 축구계에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바로 다시 이란 축구계가 여성들에게 문을 열기 시작한 것. 미국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란은 38여년 만의 여성의 남자 축구 관람을 허용했다. 이란의 여성 축구 팬들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 대표팀을 향해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된 개방 국가였던 이란은 1979년 이맘 호메이니의 이슬람으로 다시 보수화됐다. 호메이니의 집권 이후 이란은 다시 보수 이슬람 문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서구화된 문물를 배척하며 여성의 남자 스포츠 관람도 금지됐다.
지난 38여년 간 이란 축구의 성지 아자디 스타디움은 금녀의 구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란에 불고 있는 개방의 물결은 축구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19일 이란 정부 당국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스페인전을 생중계하며 여성의 경기 관람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당일 당국은 급작스럽게 축구 생중계를 중단했다. 공식적인 중계는 없어도 이란 축구팬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아지드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이란 경찰이 축구 팬들의 아지드 스타디움 출입을 막으며 그대로 좌절되나 싶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이란 경찰은 팬들의 아지드 스타디움 진입을 허용했다. 경기장 문이 열렸고 티켓을 구입한 남녀가 경기장에 입장해 새 역사의 증인이 됐다.  이란 국가 대표팀도 공식 SNS에 한 여성 팬의 사진을 올리고 "당장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오세요"라고 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입장은 호메이니 집권 이후 이슬람 성직자들에 의해 도입된 여성의 남자 스포츠 관람 금지령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난 3월 테헤란의 두 클럽 간 경기를 위해 경기장에 몰래 입장하려던 35명의 여성이 당국에 의해 억류된 사건 이후 하산 로하이니 이란 대통령은 여성의 남성 스포츠 관람 금지령 중단을 약속했다. 
지난 모로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이란 여성 축구 팬들이 처음으로 응원단에 포함되어 경기장에서 대표팀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이날 모로코전에서는 이란의 남성 축구 팬들이 '#NoBan4Women'이라는 구호와 함께 여성 축구 팬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란 여성의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여성의 아자디 스타디움 입장이 여성의 남자 스포츠 경기 관람 금지 규정에 큰 영향을 끼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란 여성 저널리스트 예가네스 레자이안은 워싱텀 포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한 번의 계기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정말 그러길 간절하게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혁명 직전 이란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마지막으로 관람할 수 있었던 국대 경기는 마침 스페인과 경기였다. 38여 년의 시간을 지나 이란의 여성 축구 팬들에게도 자유가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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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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