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두경민의 국대 탈락, 어떻게 봐야 하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7.11 06: 42

프로농구 MVP 두경민(27·상무)이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9일 대만 윌리엄 존스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최종 1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10일 부상자 김종규가 빠지면서 대신 김준일이 재승선했다. 김종규처럼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 엔트리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중국-홍콩 농구월드컵 예선 후 선수명단에 변화가 있었다. 종아리 근육파열로 3주 진단을 받은 이대성이 빠지고 김선형이 합류했다. 예선에서 활약이 미비했던 장신포워드 최진수, 정효근이 제외되고 베테랑 슈터 허일영, 전준범 슈터진이 보강됐다. 상무입대로 전준범과 함께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두경민은 허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농구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두경민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서 그야말로 급성장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는 평균 16.5점(국내 2위), 3.8어시스트(12위), 1.4스틸(7위), 경기당 3점슛 2.7개(전체 1위), 3점슛 성공률 43%(전체 2위)를 기록하며 국내최고의 득점원으로 떠올랐다. 두경민은 디온테 버튼과 함께 꼴찌후보였던 DB를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그 결과 생애 첫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프로농구에서의 맹활약으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대표팀에서도 잘했다. 지난 2월 잠실에서 치른 뉴질랜드와 월드컵 예선에서 두경민은 15점을 넣으며 라틀리프(29점, 11리바운드)와 함께 원투펀치를 결성했다. 두경민의 폭발적인 속공과 3점슛은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격옵션이다.
DB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두경민은 발목에 부상을 입고 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두경민이 당장 14일부터 시작되는 대만 존스컵 출전은 어려워도 8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안게임은 뛸 수 있는 상태다. 두경민이 뽑혔더라도 동료들과 실전경험을 제대로 치러보지 못하고 아시안게임에 뛰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발탁과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리그 MVP선수라고 무조건 국가대표로 뽑아서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선수를 쓰겠다는 감독의 명확한 비전제시와 설명은 필요하다. 야구대표팀이나 축구대표팀의 경우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팀 선수명단을 발표한다. 여기서 감독은 선수선발에 대해 명확한 기준과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또 언론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프로야구 신인상출신 이정후가 빠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청용의 탈락, 이동국의 발탁여부 등에 대해 해명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대표팀의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해 감독과 대중의 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농구대표팀의 경우 이런 소통의 과정이 없다. 김종규도 최종 12인 명단에 넣어 발표했지만, LG에서 다음 날 곧바로 12주짜리 진단서를 제출해 하차했다. 대표팀에서 김종규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디어 데이가 열렸다. 농구, 배구, 태권도, 펜싱 등 여러 종목의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훈련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남자농구대표팀의 훈련이 취소되며 허재 감독의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 12년 만에 남자농구 금메달을 땄다. 올해는 귀화선수 라틀리프가 가세하며 기대치가 더 올라간 상태. 어느 종목이든 대표팀이 종합대회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결과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대표팀에는 좋은 성적만큼이나 허심탄회한 소통이 필요하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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