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니퍼트!" 7년 에이스 마주했던 두산의 미묘한 감정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7.12 06: 16

7년 동안 '에이스'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던 투수를 이제는 적으로 마주했다. 두산 베어스 타자들이 복잡 미묘한 마음으로 더스틴 니퍼트(37·KT)를 상대한 소감을 전했다.
두산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wiz와 팀 간 10차전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KT의 선발 투수는 더스틴 니퍼트.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뛰며 개인 통산 94승을 거뒀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6년 통합 우승을 할 때도 니퍼트는 두산의 에이스로 자리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 17경기에서는 9승 6패 평균자책점 3.41로 굳건한 활약을 펼쳤던 그는 후반기 13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4.99로 하락세의 모습을 보였고, 결국 두산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KBO리그에 온 뒤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 니퍼트에게 KT가 손을 내밀었다. 니퍼트는 스프링캠프에서 발생한 어깨 통증으로 늦은 출발을 했지만, 올 시즌 6승을 추가하며 외인 최초 100승를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16차례 등판하는 동안 니퍼트는 '친정' 두산을 단 한 차례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마침내 두산과 니퍼트의 만남이 성사됐다.
경기 전 두산 타자와 니퍼트는 반가움을 나누며 '7년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경기에 들어가서는 두산과 니퍼트 모두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로 서로를 상대했다. 
화력 좋은 두산 타선도 니퍼트에게 실점을 안겼다. 1회초 2사 후 최주환-김재환의 연속 안타에 이어 '영혼의 배터리'를 이뤘던 양의지가 적시타로 첫 점수를 올렸다. 그리고 2회에는 김재호, 3회에는 최주환이 각각 솔로 홈런을 날렸다.
니퍼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초반 실점이 나왔지만, 최고 153km의 직구를 비롯해 체인지업(39개), 커브, 슬라이더(이상 6개)를 섞어 두산 타선을 상대했다. 니퍼트는 3회까지 3실점을 했지만, 이후 8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승부는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KT 타선이 두산 선발 이용찬에 꽁꽁 묶여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니퍼트가 내려간 뒤 두산은 추가 점수를 뽑아내면서 6-0으로 이날 경기를 잡았다. 니퍼트는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인 8이닝을 소화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승부는 갈렸지만, 경기가 끝난 뒤 두산 타자는 이구동성으로 "역시 니퍼트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누구보다 니퍼트를 잘 알고, 이날 첫 실점을 안겼던 양의지는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지만, 평소와 같이 집중하려고 했다"라며 "여전히 니퍼트의 구위가 좋았다. 생각한 것과는 다른 볼배합이 나와서 당황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홈런을 친 최주환은 "라이브배팅 때 많이 안 쳐봐서 낯설었는데, 오늘 직접 보니 공이 정말 좋았다. 욕심을 버리고 집중해서 친 것이 좋은 타구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재호는 '옛 동료'가 된 니퍼트에 대해 남다른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재호는 "경기 운영도 잘하고 구위도 위력적이었다. 홈런을 한 개 쳤지만, 실투였고 운도 좋았다"라며 "니퍼트가 우리 팀에서 100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경쟁 상대인 만큼 타석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니퍼트를 향한 배려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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