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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김하인 시집 '아내가 예뻐졌다', 코끼리의 상아처럼 둘이서 함께 가라

[OSEN=강희수 기자] 소설가 겸 시인 김하인이 새 시집 '아내가 예뻐졌다'를 펴냈다.

책 표지에는 '함께 사랑왔고, 언젠가 나와 이별할 아내에 대한 고백'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인생의 반려자에게서 느끼는, 담담한 이야기가 시어로 표현 돼 있다. 아내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다. 절절한 사랑의 대상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엄마로, 그리고 인생의 반려자로 변해 가는 이름이 바로 아내다. 

시인 김하인은 대학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장편 소설 '푸른 기억 속의 방'을 출간했고, '현대 시학'에 시를 발표해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 '국화꽃 향기'가 있는데 이 책은 지난 2000년 100만 부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시인은 '아내가 예뻐졌다'에서 일상에서 느낀 아내에 대한 생각을 81편의 시로 엮었다. 격정적이지 않아 읽는데 부담이 없다. 함께 살아가는 현실 속 아내의 이야기를 담았으니 생뚱맞음도 없다.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마음 한구석이 아린다.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 게 인생이지만 /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지 않은가. / 살아가는 것도 두 사람 함께가 낫다. / 부부가 마음 합치고 몸을 합친다면 / 이 세상에서 못해낼 일이 없다. / 그러니 코끼리의 상아처럼 둘이서 함께 가라. / 무거운 삶을 혼자 지는 것보다 / 백 번 천 번 쉬우니 / 코끼리의 상아처럼 함께 삶을 밀고 나가라.

'코끼리의 상아처럼 둘이서 함께 가라'라는 제목의 싯구다. 공지영의 장편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떠오른다.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묻는다. "결혼을 하는 게 낫나요? 그냥 혼자 사는 게 낫나요?"

대개의 기혼자들은 선뜻 답을 못한다. 잠시 뜸을 들인 뒤 "결혼을 해도 힘들고, 하지 않아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삶이 힘들 때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게 낫지 않겠나.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 외로워진다면, 그 보다 더 힘든 일이 또 있을까?"라는 답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시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뿔이 크게 솟아 있는 코뿔소를 보지 않고, 두 개의 상아가 빛나는 코끼리를 봤다. 

출판사인 지에이소프트는 서평에서 "남편에게 아내가 특별히 예뻐 보이는 때와 그 이유가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시인에게 아내가 예뻐 보임은 함께 늙어가 언젠가 죽음으로 나와 이별할 아내에 대한 애틋함이다"라고 썼다.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가장 가까운 이를 진정으로 존중하지 못하고 공감을 나누지 못해서 생긴 미안함을 싯구에 담고 있다.

시인은 부부의 이야기를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풀었다. 때로는 경건하기도 하지만 이내 해학으로 긴장감을 풀어준다.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은 세월을 이해하고, 자신을 비우고 나면 비로소 깨달음이 된다. 내 곁에 있는 아내의 등을 볼 때처럼 말이다. 

'아내의 등'

혼자 뭔가를 하고 있는 / 아내 등을 지켜보고 있으면 / 참 많은 생각이 든다. / 알게 모르게 / 내가 저 등에 기대어 살았구나 싶고 / 내가 저 등을 언제 안아 토닥거려줬나 싶고 / 아내의 앞이 아닌 뒷면이기에 / 지금껏 내가 참 무심하게 여긴 듯도 하다 / 그러고 보면 /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 손가락 글씨로 써내려가기에 / 등만한 게 없다 싶다. ...중략... 아내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칫 / 결국 은근슬쩍 거둬들이고 마는 / 나는 아직도 확실히 / 덜돼먹었나 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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