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시절의 로망? 임창용은 왜 선발투수를 원했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8.07.20 06: 02

KIA 사이드암 임창용이 불펜투수를 접고 선발투수로 나서기로 했다. 20일 KT 위즈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한다. 삼성 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30일 현대전(대구) 이후 3946일 만에 선발투수로 나선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선발투수는 지난 1996년 5월 31일 광주 LG전 이후 8085일 만이다. 
임창용의 선발 변신은 예견되었다. 이미 본인이 수 차례 선발투수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투수코치에게 전달했었다. 팀 사정상 필승맨과 소방수로 나섰지만 마음은 선발을 하고 싶었다. 김기태 감독도 "워낙 본인이 하고 싶어했다. 다른 투수를 생각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대신 창용이를 발탁했다"고 말했다. 
임창용이 선발투수로 나서려는 이유는 갈수록 불펜 대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4일자로 만 42살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불펜투수로 대기하며 몸을 만들기가 버겁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1주일 동안 3회 정도 등판하고 각각 1이닝을 던지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다.

물론 휴식을 받겠지만 1주일에 3~4일 대기하다보면 어깨가 지칠 수도 있다. 많은 나이에 차라리 5~6일에 한번씩 선발등판하는 것이 자신의 몸을 위해 나을 수 있다. 이닝 소화력이 관건이지만 80~90개 정도는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는듯 하다. 선발투수 경험도 물론 있었다.  
임창용은 해태시절 9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삼성시절에는 무려 119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선발승이 50승에 이른다. 해태 시절 소방수를 시작할 때는 3이닝이 넘게 소화하는 마당쇠였다. 오죽했으면 소방수로 규정 이닝을 채웠을까. 아마도 혹사를 당했던 젊은 소방수 시절부터 선발투수로 한 번 던지고 4일 혹은 5일을 쉬는 패턴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01~2007년 선발투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산전수전을 겪었으니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은 탁월하다. 관건은 스태미너이다. 11년 만의 선발인 만큼 투구수 80개 혹은 5~6이닝이면 대성공이다. 꾸준히 직구 구속 140km대를 던져야 한다. 설령 구속이 떨어지더라도 커브와 포크,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와 완급조절로 타자들을 유인하는 투구가 성공적이어야 한다.   
선발 등판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도 달라진다. 합격점을 받으면 계속 선발투수 업무를 수행한다. 선발투수로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팀에게는 천군만마다. 개인적으로도 내년 이후에도 유니폼을 입고 롱런할 수도 있다. 반대로 부진하면 두 번째 기회는 불투명하다. 여러가지 점에서 팀이나 임창용에게는 중요한 선발등판이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그는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팀 선발투수면 정말 할만하죠. 타자들이 7, 8점씩 뽑아주는데 얼마나 좋겠어요. 나도 선발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2017시즌 KIA 선발투수들이 누린 복이었다. 올해 타선의 응집력은 작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아주 중요한 환경이 변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스스로 이겨낼 몫이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