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이정후, ML에도 없었던 '부자 타격왕' 도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8.11 06: 03

이정후(20·넥센)가 본격적으로 타격왕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야구천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버지 이종범(48)과 함께 KBO리그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 탄생에도 관심이 모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진기록이다. 
이정후의 후반기 방망이가 뜨겁다. 10일 청주 한화전에서 시즌 3번째 4안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3차례 4안타 경기 모두 후반기에 집중됐다. 지난달 19일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뒤 후반기 19경기에서 81타수 35안타 타율 4할3푼2리 맹타를 치고 있다.
8월로 범위를 좁히면 8경기에서 38타수 17안타로 타율 4할4푼7리에 달한다. 최근 10경기 연속 안타. 이정후는 "최근에 잠도 많이 자고, 잘 먹고 있다. 무엇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으로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것이 꾸준하게 경기하는데 도움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시즌 타율은 3할5푼7리까지 치솟았다. 타격 랭킹 4위인 이정후보다 타율이 더 높은 선수는 1위 양의지(두산·.368), 2위 안치홍(KIA·.363), 3위 김현수(LG·.358) 등 3명에 불과하다. 1위 양의지와 차이가 1푼1리 나지만 최근 페이스라면 충분히 따라잡는다. 
한여름 무더위가 강타하고 있는 8월 들어 양의지(.190) 안치홍(.286) 김현수(.238) 모두 한창 좋을 때보다 페이스가 떨어져 있다. 양의지·김현수는 풀타임 시즌을 뛰었고, 안치홍도 손가락 부상으로 11일간 빠졌을 뿐 4월말 1군 복귀 후 쉬지 않고 달렸다. 
경쟁자들이 체력적으로 지친 사이 이정후는 힘이 넘친다. 종아리·어깨 부상으로 두 번이나 총 45일 동안 엔트리 말소됐지만 덕분에 충분히 체력을 비축했다. 만 20세로 한창 젊은 나이라 쉽게 지치지 않는다. 지난해 풀타임 시즌도 경험하며 노하우도 생겼다. 
지금 페이스라면 타격왕 경쟁도 가능하다. 이정후가 타격왕을 차지한다면 역대 최연소 타이기록이 된다. 지난 2008년 두산 소속으로 김현수가 만 20세 나이로 3할5푼7리 고타율을 기록하며 최연소 타격왕에 등극했다. 지난해까지 9년간 김현수의 기록은 깨지지 않았지만 올해 이정후가 도전한다. 고졸 2년차 선수로는 첫 도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정후가 타격왕에 오른다면 KBO리그에 '부자(父子) 타격왕'이란 진기록이 세워진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국가대표팀 코치는 지난 1994년 해태 시절 타율 3할9푼3리로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대졸 입단 2년차 시즌이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나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140년 넘는 깊은 역사의 메이저리그에도 바비-배리 본즈, 켄 그리피 시니어-주니어, 샌디-로베르토 알로마 등 굵직굵직한 부자 선수들이 많았다. 세실-프린스 필더는 최초의 부자 홈런왕 기록을 합작했다. 하지만 아직 부자 타격왕은 없다. 메이저리그에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초유의 기록을 이종범-이정후 부자가 세울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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