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 도전’ 함덕주, 세 토끼 몰이 대박 2018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16 06: 02

“마무리를 생각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생각해 본 적도 없죠”
함덕주(23·두산)의 얼굴에서 사람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껏 자신이 쌓은 성과에 나름대로 만족한다는 투였다. 충분히 그럴 만 하다. 함덕주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하나다. 15일까지 50경기에서 57⅔이닝을 던지며 5승2패25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세이브 부문 리그 2위다. 가장 꾸준하면서도 가장 뛰어난 구위를 보인 불펜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세이브는 두산 좌완 역사상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이다. 만 23세의 함덕주가 이 고지에 닿은 것이다. 함덕주는 “마무리는 임시로 1~2경기 나갈 줄 알았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세이브를 올릴 기회가 많았다.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세이브를 올릴) 기회를 주신 선배님들에게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특별한 슬럼프가 없었던 것 같다는 질문에 함덕주는 다시 동료들을 호출한다. 함덕주는 “기록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할 때 구위가 좋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고 떠올리면서 “수비가 많이 도와주면서 슬럼프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다행히 지금은 좋아지고 있고, 좋을 때 더 많이 던지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겸손은 미덕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리그 마무리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와중에서도 함덕주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동료들의 도움도 있었겠으나 기본적으로 그의 노력과 뛰어난 기량이 이 성과를 만들었다. 두산을 넘어 리그 기록도 조준하는 선수가 온전히 동료들의 덕을 봤다고 보기도 어렵다.
함덕주는 올 시즌 부상이나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30세이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량이나, 두산의 팀 전력이나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도 계산은 명쾌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만 23세 이하 시즌에서 30세이브를 올리는 KBO 리그 역대 첫 좌완이 될 수도 있다. 우완으로는 임창용과 우규민이 달성한 바 있지만 좌완은 아무도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20대 초반 선수가 마무리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함덕주는 다시 깨지기 어려울 기록을 경력 초반에 새겨 넣을 수 있다.
쌓아온 것에 대해 만족감은 있다. “시즌 전부터 올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라는 함덕주는 첫 마무리 보직, 국가대표팀 승선 등 이것저것 도움이 된 부분이 많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더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몸은 조금 지쳤을지 몰라도 단단한 정신무장은 여전하다. 아직 5개가 남은 30세이브처럼, 시즌 목표가 완결되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개인 기록, 팀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미완성된' 목표가 줄줄이 입에서 나온다. 앞으로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많은 것이 달렸다. 지난해 가을 팀의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긴 함덕주는 올해는 팀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짓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여기에 첫 아시안게임 출전에서도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으려고 한다. 지금의 과정이라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함덕주가 대박 시즌의 마지막 퍼즐을 찾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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