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자카르타(인도네시아), 이균재 기자] 메달 색은 바뀌었지만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건 변함이 없었다.
박상영(울산시청)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센드라와시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서 드미트리 알렉사닌(카자흐스탄)에게 12-15로 석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생애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개인전서 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4년 전 인천 대회서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2회 연속 쾌거를 올렸다.
박상영은 이날 경기 도중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다. 투혼을 불살랐다. 한 때 6점 차로 뒤졌던 스코어를 12-13까지 턱밑 추격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할 수 있다' 신화 재현 직전, 기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불굴의 의지에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박상영은 2015년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서 기적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며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이번 은메달을 부상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원래 잘했던 상대다. 몸 상태 때문에 졌다고 하면 그 선수와 내가 이겼던 상대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리우 올림픽 때처럼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되새겼냐는 물음엔 "유감스럽게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아팠다"고 답했다. 박상영은 경기 도중 두 차례나 피스트에 주저앉았다. 경기 후에도 한참 뒤에야 일어설 수 있었을 만큼 고통을 참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에 금메달을 놓친 박상영이지만 긍정을 노래했다. "난 리우 올림픽 금메달 말고는 좋은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아니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메달이기 때문에 값지고, 조금 더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다음 아시안게임을 향해 열심히 나아갈 이유가 또 생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상영은 다가오는 단체전서 2연패를 달성해 은메달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다.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단체전이 남았다. 금메달을 따서 더 좋은 커리어를 만들겠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dolyng@osen.co.kr
[사진]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