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레터] '늦게 핀 꽃' 전희숙이 '대기만성' 강영미에게 전한 진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8.22 05: 25

"남은 단체전 우리 꼭 최선을 다해 2관왕을 노려보자!"
꽃처럼 사람도 만개하는 시기가 다르다. '늦게 핀 꽃' 전희숙(34, 서울시청)과 '대기만성' 강영미(33, 광주서구청)는 이런 점에서 꼭 닮았다.  
강영미가 서른세 살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강영미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센드라와시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서 쑨이원(중국)을 11-7로 꺾고 감격스러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영미는 생애 처음으로 나선 아시안게임서 첫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동안 올림픽을 비롯해 굵직한 국제대회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서른 중반의 나이에 비로소 만개했다. 때를 기다렸다 핀 꽃이었기에 더 아름다웠고, 진한 향기를 풍겼다.
역경의 시간이 길었기에 기쁨은 두 배였다. 강영미는 "2009년부터 국가대표를 했지만 계속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진짜 많았는데 선생님들과 동료들, 부모님 때문에 끝까지 버텼다. 어머니는 정신적인 지주이자 가장 큰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희숙도 대기만성형 케이스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정상에 오르며 비로소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씻었다. 꼭 서른이 되던 해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을 통틀어 메이저대회 첫 개인전 우승의 꿈을 이뤘다. 당시 4강서 '1인자' 남현희(37, 성남시청)를 꺾었던 전희숙은 이번 대회 16강서도 남현희를 돌려세우며 명실공히 최고의 자리에 섰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딴 전희숙이지만 항상 남현희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시작은 2인자였지만 끝은 1인자였다. 전희숙은 이번 대회 개인전 우승으로 8년 전 남현희가 그랬던 것처럼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강영미는 거짓말 같은 금메달이 확정된 이후 대표팀 동료들과 축하를 나누며 전희숙과 유독 진한 포옹을 나눴다. 둘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전희숙은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를 강영미에게 보냈다. "영미! 영미~ 영미야~ 펜싱 세 번째 금메달 너무 축하해. 맏언니로서 힘든 부분, 힘든 시기가 많았겠지만 그걸 참고 웃으며 잘 견뎌오니 지금의 좋은 결과가 있는 거 같아! 남들보다 늦게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떳떳이 보여줬어! 진심으로 축하하고 남은 단체전, 우리 꼭 최선을 다해 2관왕을 노려보자! 영미 화이팅."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전희숙과 강영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란히 단체전에 출전해 2관왕을 겨눈다. '언니' 전희숙이 23일 하루 먼저 나서고 '동생' 강영미가 24일 바톤을 이어받는다. /dolyng@osen.co.kr
[사진] 전희숙(위, 인천 대회 금메달 수상)-강영미(아래, 자카르타 대회 금메달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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