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나는 한국인이지만 베트남 대표팀 감독"[일문일답]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9.06 09: 36

"항상 승리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과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휴식차 입국했다. 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을 4강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베트남 사령탑에 부임한 박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 4강까지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써하고 있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하게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도리어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국민들께서 베트남 축구에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에 동시에 예를 갖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베트남 언론은 박 감독이 상대 국가가 나올 때 가슴에 손을 올려 예를 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반대로 베트남 국가가 나올 때도 예를 갖췄다. 
이에 박 감독은 "조국의 애국가가 나올 때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베트남 여행자가 아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기도 하다. 베트남 국가가 나오면 예를 표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사람이지만 베트남 감독이기 때문에 어느 상대, 누굴 만나더라도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성인대표팀은 오는 10월 17일부터 27일까지 오는 11월 개최하는 AFF 스즈컵에 대비하기 위해 파주NFC에서 합숙에 나선다. 이 기간 동안 한국팀과 비공식 경기도 치를 예정이다. 스즈키컵은 동남아국가들이 쟁탈전이 벌이는 대회다.
한편 박 감독은 2주 정도 국내에 머문 뒤 오는 21일 혹은 22일 영국 런던을 거쳐 하노이로 들어갈 예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진행하는 기술세미나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아시안게임을 잘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특별하게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도리어 부담스럽기도 하다. 조국 대한민국에 잠시 오게 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국민들께서 베트남 축구에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AFC U-23 챔피언십과 비교해 베트남 환영은 어땠나
▲베트남 정부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해 중국 대회에 비해서는 자제하는 느낌을 받았다. 베트남 국민들은 많이 반겨주셨다.
-베트남의 히딩크란 별명은 어떤가
▲베트남에서 조그만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한다. 그런 것이 부담스럽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었다. 메달은 못땄지만 처음 4강에 진출한 것으로 안다. 조금이나마 저와 우리 선수들이 베트남 축구에 발자취를 남긴 것 아닌가 한다. 
-인상적인 인사가 있었나.
▲언어 소통이 안되고 신문을 읽지 못한다. 방송에 많이 나오는 것은 안다. 길거리에서 대부분 감사하다는 표시는 한다. 느낌으로 안다. 
-부임한 지 11개월인데. 단기간 성적을 올린 원동력은
▲10월 25일이면 꼭 1년이 된다. 혼자 힘으로는 감당할 수 있겠나. 이영진 등 한국인 코치와 베트남 코치도 있다. 스태프도 있다. 각자 맡은 일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줬다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따라와줬다. 모두 합심해줘서 좋은 결과 나왔다고 본다.
-스즈키컵 준비는 
▲10월 1일 35명을 제출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선수 파악은 된 상태다. 발표하고 훈련만 하면 된다. 
-재계약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연봉 문제는 감사하다는 의미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본다. 계약이 쉽게 되겠나. 지금 현재 상태로 만족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베트남 축구의 장점은.
▲한국 축구와 비교하기는 그렇다. 베트남 대로의 특징이 있다. 단결심, 목적의식도 강하다. 리드나 목표를 가지면 함께 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기술적으로는 많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나름 민첩성이나 짧은 패스 등은 좋은 점이다. 
-국내에서 훈련한다고 들었다.
▲스즈키컵 준비를 하려고 하면 베트남이 시즌이 종료된다.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10월 17일부터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K리그 경기가 있기 때문에 1.5군 정도 대표팀과 두 차례 비공식 경기를 할 것이다. 
-발마사지 영상이 화제였다. 
▲유튜브 같은 거 잘 못본다. 그게 기사거리인지도 몰랐다. 의무실은 자주 간다. 의무진이 2명뿐이라서 손이 모자란다. 초음파는 같이 한다. 선수가 혼자 하고 있어서 내가 한 것인데. 그 친구가 올린 것 같다. 많이 혼냈다. 
-어퍼컷 세리머니는 무의식 중에 나왔나
▲기분 좋아서 했다. 연출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까지 머리를 쓰지 못한다. 느낌 오는 대로 했다.
-스즈키컵 욕심이 날 만하다.
▲가면 갈수록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대회 준우승은 얼떨결이었다. 아시안게임도 베트남 내에서 기대하지 않았다. 이제 스즈키컵이 있는데 베트남 국민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부담도 된다. 걱정한다고 될 것도 아니다. 즐기면서 도전하려고 한다. 사실 부담된다.
 
-아시안게임 기대했나
▲대회 전에 문체부 장관님과 대회 준비 미팅 시간이 있었다. 아시안게임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나 했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베트남 언론도 그렇고. 기대하지 않는 느낌은 받았다.
-베트남 내에서 한국 이미지 좋아졌다. 민간 외교관이란 이야기도 있다.
▲축구라는 조그만 것 하고 있는데 그렇게 큰 역할이 되겠나. 항상 대한민국을 잊지 않고 베트남에서 축구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는 축구밖에 모른다. 축구 하나로 베트남 축구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지도자들이 동남아 진출 움직임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
▲저보다 훨씬 유능한 지도자들도 한국에 많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좋은 도전 기회가 온다면 한 번 도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밖에 없다. 던져봐야 안다. 한 번 도전해보면 한국에서 있을 때보다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거기에서 지도자로서 새로운 느낌도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나라에서 조국을 만난 소감은 어떤가.
▲베트남 언론에서 우리 애국가가 나올 때 예를 표한 것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그것은 당연하다. 제 조국에 애국가가 나올 때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베트남 여행자가 아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기도 하다. 베트남 국가가 나오면 예를 표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사람이지만 베트남 감독이기 때문에 어느 상대, 누굴 만나더라도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letmeout@osen.co.kr
[사진] 인천공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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