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테스트 이겨낸 이승진, 가능성 남긴 2018년 상징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0.11 20: 34

승부처에서 벤치는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스스로 이겨내라는 듯 등을 떠밀었다. SK 우완 이승진(23)은 그 테스트를 통과했다. 뚜렷한 가능성을 남긴 2018년이 마지막 등판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승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잘 던지며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했다. 5이닝, 88구, 7탈삼진 모두 개인 한 경기 최고 기록이었다. 이승진으로서는 아마도 평생 잊기 어려운 한 판이었을지 모른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이승진은 제대 후 올해 SK 마운드에 합류, 적지 않은 경험을 쌓으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시즌 시작은 2군에서 했지만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캠프를 완주하며 트레이 힐만 감독과 손혁 코치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1군에 올라 이날까지 총 34경기에 뛰며 41⅓이닝이라는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다. 평균자책점도 4.57로 마무리하며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 마무리를 했다.

최고 14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 자연적으로 커터 움직임을 가지는 구질, 그리고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는 쉽지 않은 정통 커브를 구사하는 이승진은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선수다. 올해 두 차례 선발 등판했고, 롱릴리프로 활약하며 SK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이날도 자신의 레퍼토리를 잘 활용하며 상당 부분 주전 선수들이 나선 두산 타선을 잘 막아냈다.
2회 정진기의 포구 실책이 빌미가 된 1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4회까지는 훌륭한 피칭이었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그런데 2-1로 앞선 5회가 다소 힘겨웠다. 아무래도 투구수가 70개를 넘어가며 힘이 부치는 양상이 있었다. 오재원과 김인태를 삼진으로 잡고 5이닝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겼지만, 박세혁에게 중전안타, 전민재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백민기에게 볼넷, 박건우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2사 만루에 몰렸다. 그 다음 타자는 거포 김재환이었다. 이미 승리투수 요건이 잠정적으로 사라진 상황에서 대개 교체가 일반적인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2위를 확정지은 SK는 마치 이승진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는지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정동윤이 일찌감치 두 번째 투수로 대기하고 있었으나 교체에 대한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이승진은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벤치의 믿음에 부응했다. 김재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힘차게 덕아웃으로 뛰어 들어왔다. 덕아웃의 선배들은 위기를 넘기고 한 단계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 이승진이 대견스럽다는 듯 모두 나와 승리투수에 준하는 축하를 했다. 6회 공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해 끝내 승리투수 요건은 챙기지 못했지만, 이승진으로서는 많은 것을 얻은 한 판이었다. 프로 첫 승은 내년에 언제든지 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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