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과 긍정’ 허문회 리더십, 송승준-이대호 ‘로이스터’를 떠올리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2.14 10: 02

아직 완벽히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은 허문회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다. 하지만 효율성과 자신감, 그리고 긍정이라는 방향성만큼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허문회 감독이 롯데에 녹여내려는 방향성을 보면서 투타 최고참 송승준과 이대호는 과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노피어’ 를 떠올렸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 허문회 감독은 훈련 전 10분 가량의 미팅을 통해서 선수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하고 선수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있다. 효율에서 비롯되는 자율, 자신감과 긍정의 주문을 선수들이 되새기게끔 만들고 있다. 허문회 감독이 선수 시절, 코치 시절의 경험담이 적절히 가미된 ’10분 미팅’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바꿔놓고 있다.
팀 훈련 시간이 3시간 남짓이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자율 훈련을 할 수 있게끔 스케줄을 짠 것도 허 감독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 한다. 훈련도 실전처럼 생각하고 100%의 힘을 훈련에 쏟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캠프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이 나의 방향에 조금은 불안하고 반신반의 하는 것 같았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롯데 송승준과 이대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unday@osen.co.kr

야구적인 팀 컬러는 아직까진 ‘경쟁’에 그치고 있지만 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허문회 감독의 야구.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투타 최고참과 송승준은 허문회 감독의 이러한 방향에 이구동성으로 지난 2008~2010년,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했던  ‘노피어’의 황금기를 떠올렸다. 
이대호는 “허문회 감독님의 방향을 지지하는 편이다. 옛날 암흑기 때 감독님이 많이 바뀌었고 그 때마다 훈련량이 많아졌다. 결국 시즌 중반으로 가면 지쳤다”면서 “로이스터 감독님이 오면서 시즌 중후반에 치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 때 생각 많이 바뀌었다. 일본과 미국 무대도 경험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하는 것보다 효율성 있게 짧은 시간 동안 훈련을 하는 것이 몸도 더욱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문회 감독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송승준은 더욱 상세하게 설명했다. “허문회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미국에서 경험했던 감독님과 흡사하다. 사실 저는 새롭지가 않다”고 운을 뗀 송승준은 “선수들은 새롭다고 한다. 훈련 때 100% 에너지를 쏟지 못하면 안하는 것이 맞는데 선수들은 눈치보기 바쁘다. 하지만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회 감독의 자율과 효율, 긍정의 야구는 결국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노피어’로 연결이 됐다. 이어 “선수들이 연봉도 많이 받고 FA도 하고 싶으면 숙소에 가둬놓아도 야구하러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런 마음이 생겨야 100% 올인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방식을 로이스터 감독님 있을 때에도 해봤다”고 설명했다.
송승준은 “로이스터 감독님과 할 때는 마음가짐도 달랐고 생각도 많이 하지 않았다”면서 “생각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고방식을 조금만 바꾸고 집중력있고 효율적으로, 시즌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허문회 감독은 수동적으로, 눈치보지 말고 야구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야구가 몸에 베어있었다는 게 허 감독이 평가한 롯데의 선수단이다. 송승준 역시 생각이 같다. 
그는 “지금 우리팀 선수들은 마운드나 타석에서 생각이 많다. 소극적이고 생각이 많았던 점은 나도 인정한다. 팬 분들이 열정적인데 이에 부담을 갖는 것 같다. 부담을 이겨내고 즐겨야 한다”면서 “감독님도 이를 바꾸기 위해서 운동과 함께 마인드 컨트롤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긍정의 마음가짐이 몸에 베어있으면 결국 자연스럽게 행동도 바뀌게 된다는 것. 그는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당장 그렇게 안된다. 선수들도 다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다보면 항상 생각하고 습관이 되다보면 사람이 좋은 쪽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로이스터 감독님 시절에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었던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년에 꼴찌였기에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허 감독의 생각이고, 자신의 철학으로 롯데를 완전히 바꿔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이 송승준과 이대호가 '거칠 것 없이' 야구를 했던 시절이다. 이대호, 송승준을 비롯해 전준우, 손아섭은 모두 로이스터 감독 시절 때 최전성기를 누렸고 잠재력을 터뜨렸다.
허문회 감독은 "큰 틀은 같을 지 비슷할 지 모르지만 세세한 부분들이나 접근 방법은 다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롯데를 향후 이끌어가야 하는 젊은 선수들은 이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한 향수의 차원을 떠나서 롯데가 어떻게 야구를 해야 가장 잘 했는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지를 허문회 감독과 이대호, 송승준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들은 롯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jhrae@osen.co.kr
훈련에 앞서 롯데 허문회 감독이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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