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녕 드라큘라' PD "서현 포함 전 출연진 믿고 도전..따뜻한 위로 됐으면"(인터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2.18 16: 42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위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됐으면."
지난 17일 JTBC 드라마 페스타의 두 번째 작품 '안녕 드라큘라'(연출 김다예, 극본 하정윤)이 방영됐다. 김다예 PD는 18일 OSEN과 인터뷰에서 "대본 작업을 되게 오래 했고, 고민도 많이 한 작품이다. 방영이 되니까 많은 감정이 오갔다. 배우들도 스태프도 좋아서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고, 다들 잘해주셔서 좋게 마무리가 됐다. 너무 기쁘다"라며 '안녕 드라큘라'의 방영 소감을 전했다.
'안녕 드라큘라'는 인생에서 가장 외면하고 싶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의 성장담을 담은 옴니버스 드라마. 서로의 진심을 외면해온 모녀, 지난한 현실 속에서 꿈을 좇는 청춘, 어른의 이기심에 다친 아이들까지, 꼭 어디에서 본 것만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김다예 PD가 '안녕 드라큘라'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우리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김 PD는 "입봉작이다 보니 하고 싶은 얘기랑 할 수 있는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녕 드라큘라'에 녹아난 주제들이 평소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시스템에 의해 차별당하는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게 위로와 연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안녕 드라큘라' 속 세 가지 이야기는 무심한 듯 툭 무겁고 예민한 화두를 던진다. 하나씩만 다뤄도 조심스러운 주제들을 2부작에 착실히 담아내려면 세심하고 치밀한 연출이 필요한 터. 이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법하다.
"하면서 '옴니버스 너무 어렵다. 내가 왜 했지'라고 했어요. 하하.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가 강하고 무거운데, 이걸 2부작 내에 쪼개서 보여줘야 하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이도저도 아니게 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그럼에도 세 가지 이야기를 다하고 싶었어요.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확실히 인지하고 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배우분들도 스태프들도 잘해주실 거라 믿었고요. '나만 잘하면 돼'라고 생각했죠."
'안녕 드라큘라'는 안나(서현 분)와 미영(이지현 분)의 이야기를 통해 '동성애'를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안녕 드라큘라'는 '동성애'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그저 담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관련, 김다예 PD는 "동성애나 이성애나 다를 바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라고 다른 사람이 아니고, 다 같은 사람들이다. 자극적으로 소비될 수 있고 당사자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작가님과 대본 작업 때부터 많이 얘기했다. 안나는 결국 착한 딸 콤플렉스를 가진 수많은 딸 중 하나다. 누구든 외면당한 상처가 있을 텐데, 안나의 상처가 성 정체성과 맞닿아 있을 뿐이다. 동성애에 포커스를 두기 보단 엄마와 딸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다예 PD의 판단은 옳았다. 안나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이 배경에는 서현의 열연도 존재한다. 김 PD는 "안나가 워낙 감정을 숨기고 산 캐릭터다. 감정선이 되게 미묘하고 다르다. 그 세밀한 차이들을 얘기해줘야 되는데 너무 잘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인상적인 신을 묻는 말에 "1부에서 안나가 정류장에서 앉아서 우는 신이 있다. 저는 원래 안나가 한 번에 폭발하는 걸 생각했다. 그래서 울지 않길 바랐는데 서현 씨가 정말 안나처럼 연기하면서 울더라.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다"며 "2부에서는 크게 엄마랑 싸우는 신이 있다. 그때 쌓아뒀던 감정이 폭발한다. 그 신에서는 에너지가 컸다. 스태프들도 숨 죽이고 집중해서 봤다. '서현이라는 배우가 정말 감정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안녕 드라큘라'의 두 번째 이야기는 꿈과 현실의 기로에 선 인디밴드 보컬 서연(이주빈 분)의 이야기다. 해당 에피소드는 실제 취업시장에 내던져진 2030세대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김다예 PD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저도 공감하면서 대본 작업을 했다. 사회가 청춘들한테 성공도 강요하면서, 꿈도 강요한다. 꿈을 꾸면 정신 차리라고 하고, 현실적이면 꿈도 없냐고 한다. 청춘들 입장에서 '어쩌라고' 싶다. 서연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면 된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꼭 1인분을 살아낼 필요는 없다. 사회는 청춘들한테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실패하면 인생이 망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가 '1인분'을 논하는 것 자체가 기만적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유라(고나희 분)와 지형(서은율 분)의 이야기에서는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계급사회'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김다예 PD는 두 아이의 얘기를 그려낼 때 신경쓴 지점을 묻는 말에 "뉴스에서 '휴거' '빌거'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너무 슬펐다. 애들끼리 계급을 정하고 차별한다는 게, 결국 다 어른들 문제이지 않나. 지형이 엄마도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자행한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아이들이 어떤 상처를 받는지 다루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다예 PD는 이날 방송될 2부의 관전 포인트를 전하면서, '안녕 드라큘라'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밝혔다.
"2부에는 인물들의 갈등이 커져서 폭발하는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에요. 1부 때 '어디가 힐링이냐. 너무 현실적이라서 힘들다'라는 평을 봤어요. 2부를 볼 때는 한층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힐링이 되시지 않을까 해요. '안녕 드라큘라'가 시청자분들께 약간의 위로가 되길 바라요. 또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위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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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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