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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OSEN+] ‘너구리’가 되고 싶었던 ‘LOL 랭크 8년차’ 기자의 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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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임재형 기자] 지난 1월 10일,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10번째 ‘랭크 시즌’이 막을 올렸다. 매년 1월 경 시작해 동년 11월 끝을 맺는 ‘랭크 시즌’은 많은 유저들의 자존심을 듬뿍 담고 있는 시스템이다. 흔히 잘한다는 축에 드는 티어에 들어서게 되면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너가 이정도는 아닌것 같은데”라는 부러움 섞인 핀잔을 듣기도 한다.

지난 2013년 첫 티어를 배정받은 후 무려 8년차 고인물이 된 기자도 일반인계에서는 나름 상위 10% 안에 드는 유저였다. 대기만성형 플레이어를 모토로 삼고 두 시즌 실버, 세 시즌 골드를 거쳐 정글러로 플래티넘 티어에 안착했다. 만년 골드 시절 하나의 실수에도 물고 늘어졌던 친구들은 이제 “인정할만한 위치에 올라왔다”며 호평을 내렸다.

그러나 기자의 8번째 ‘랭크 시즌’은 선장을 잃고 침몰할 위기에 놓여 있다. 발단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적용된 ‘정글 경험치 패치’다. 2019 시즌 종료 후 타사 게임으로 잠시 눈길을 돌렸던 기자는 패치 정보만 입수한 채 험난한 정글에 들어섰다. 결과는 2승 8패. 만 29세의 손과 챔피언 폭으로 리신, 엘리스를 상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기자는 성장형 챔피언을 주로 다뤘는데, 한번 실수하면 넘어간 흐름을 되돌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결심을 내렸다. 그간 눈동냥했던 ‘탑 라인’에 도전하고자 도움을 요청했다. OSEN의 연락에 한 곳이 흔쾌히 ‘하루 레슨’을 승낙했다. 담원게임아카데미 측은 “코치의 조언이 티어 상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힘을 보탰다.

플레이 성향 분석위한 면담 “LOL서 본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지난 1월 16일 기자는 담원게임아카데미 측과 만나 본격적인 티어 상승을 위해 강의를 들었다. 프로선수에 도전할 꿈나무를 길러내는 담원게임아카데미의 커리큘럼에 비해 간소해지겠지만 담원게임아카데미의 김시은 원장은 “게임 피드백을 중점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학생들이 받는 세세한 분석이 더해질 것이다”고 전했다.

간단한 신상 조사(나이, LOL 티어, 포지션 변경 이유)를 거치며 기자의 티어가 낱낱이 밝혀지자 민망한 변명이 이어졌다. 아트록스, 우르곳, 쉬바나 등 비주류 챔피언으로 티어를 올린 기자는 프리시즌 리신을 연습하다 티어를 골드 2티어까지 떨어뜨렸다. 그 결과 배치는 실버 4로 정해졌다.

“제가 리신, 엘리스, 에코 같은 챔피언을 연습해보려고 했는데.. 나이가 있어 손이 안따라주더라구요. 정글 패치때문에 한번 흐름이 넘어가면 종잡을 수 없이 게임이 망가졌습니다.”

비겁한 변명(?)에 신상 조사 후 만난 이은성 담원게임아카데미 코치는 “그럴 수 있다”며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먼저 불어넣어줬다. 이은성 코치는 먼저 탑의 장점, 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은성 코치에 따르면 탑 라인에 선 플레이어는 뛰어난 피지컬로 적을 압도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버티는 챔피언을 하면, 팀의 성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어라? 피지컬이 매년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기자로서는 탑 라인에 가망이 없었다. 그래도 이은성 코치는 “라인 관리부터 배우면 좋다”며 라인전에 대한 기초 지식을 권했다. 라인전에 대한 피드백은 게임 플레이 후 본격적으로 전수됐다.

면담 마지막 단계로 이은성 코치는 LOL에 대해 기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해 물었다. 정글러로 플레이할 땐 동선을 효율적으로 짠 뒤 성장-갱킹을 시도했으나, 라인전에 대한 개념은 거의 없는 관계로 기자는 친구들과 유튜브를 보며 주워들은 “선푸시 후 정글 찾기”를 답했다. 전적 검색 사이트를 통해 챔피언에 대한 정보(카운터, 경향)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제시했다.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 문제점이 너무 많다

10여분 간의 짧은 대화 뒤 기자는 솔로 랭크에 입성했다. 챔피언은 미리 정해뒀다. 게임, e스포츠 기자 특성상 LOL의 패치는 매번 눈여겨볼 수 밖에 없는데, 계수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사일러스’를 수강용 챔피언으로 꺼냈다. 당시 ‘사일러스’는 많은 개인 방송 플레이어와 프로 선수들이 연구하고 있는 픽이었다.

이은성 코치는 “검증되지 않았는데, 일단 해보자”며 기자의 ‘사일러스’ 선택에 동의했다. 결전의 시간, 보기좋게 신규 챔피언 ‘세트’에 그야말로 떡실신 당하며 패배했다. 완벽하게 졌다. 미드 라인이 크게 성장했으나 상대편 ‘세트’가 좀비같은 생존력을 보이면서 ‘탑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왜 졌을까. 기자의 플레이를 꼼꼼하게 기록하던 이은성 코치는 가장 큰 문제점을 세가지 들었다. 피드백 강도는 학생들이 담원게임아카데미를 방문했을 때 해주는 것과 동일하다.

먼저 기자는 라인전에서 거리 조절을 거의 못하고 있었다. 과거 원거리 딜러를 잠시 플레이했던 당시를 돌이켜보면 기자는 ‘원거리 딜러이기 때문에’ 거리를 잘 쟀다. 그러나 남자들이 어깨를 부딪히는 탑 라인은 다르다. “섬세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이은성 코치의 발언처럼 기자는 어설프게 거리를 벌려, ‘세트’가 돌진해 잡아먹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두 번째로, ‘사이드 푸시’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합류하기 바쁜 정글러 시절 기자는 제어와드를 2개씩 들고 다니면서 요충지에 시야를 밝혔다. 그런데 라이너들이 성장을 위해 사이드로 가기 위해선 자신만을 위한 ‘영토 확장’이 필요했다. 제어와드와 장신구를 이용해 기자가 직접 시야를 뚫고, 해당 라인까지만 라인을 밀어야 했다. 선을 넘은 기자에게는 ‘세트’의 잔혹한 응징이 이어졌다.

마지막은 ‘라인 관리’와 함께 ‘짬나는 시간에 해야 하는 플레이’다. 이은성 코치는 “의미 없는 미니언 공격은 유리한 라인도 불리한 라인으로 바꿔 놓는다”며 “라인을 밀어 넣거나 알아서 손해 없이 당겨지는 라인일 때 상대편 정글에 시야를 밝히면 좋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완전히 망해버린 한 판에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꼼꼼한 피드백 이후 기자의 견해는 완전히 바뀌었다. 오히려 너무 못했기 때문에 문제점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LOL을 더욱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담원에는 탑 라인을 잡아먹는 ‘너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기운을 받아서 ‘탑 라인’으로 플래티넘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열심히 달려봐야겠다.

/글=임재형 기자 lisco@osen.co.kr
/사진=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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