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기록영화 ‘민족의 절규’ 등 해방공간 영화 관련 자료 최초 공개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0.07.13 13: 07

8·15 민족해방 이후 해방 공간의 영화인들과 그 자료를 발굴, 조명하는 전시회가 문을 열었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 이하 영상자료원)은 한상언영화연구소(대표 한상언)와 공동으로 지난 7월 7일부터 한국영화박물관 신규 기획전시의 일환으로 ‘혼돈의 시간 엇갈린 행로: 해방 공간의 영화인들’을 주제로 내세워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 희귀한 자료를 대거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영화박물관이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해방에서 분단에 이르는 기간 동안 남북을 오가며 활동했던 영화인을 조명하고자 기획한 것이다. 이 전시는 애초 지난 6월 초에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방역당국의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방침에 따라 영상자료원의 전 이용시설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보류했다가 부득이 온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귀중한 영화 관련 영상 및 서적을 최초 공개했다는 점이다. 해방기에 제작한 기록영화 ‘민족의 절규 제2편(1948년 안경호)’을 비롯해 1946년 미 공보부 제작 뉴스영화 ‘시보’ 4편 등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전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VR(가상현실)로 구현해 실제 전시실에 있는 것처럼 작품을 관람하고, 각 자료를 선택하면 간단한 설명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온라인 전시는 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main)를 통해 바로 살펴볼 수 있으며 PC와 모바일 모두 접속이 가능해 어디서든 편리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해방 직후부터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전까지 남한에서 제작된 영화는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61편이었으나 남아있는 영화는 단 9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948년에 제작된 ‘민족의 절규 제2편’이 최초로 발굴, 공개됨으로써 해방기 제작 영화 중 현존하는 영화는 모두 10편이 된 셈이다.
‘민족의 절규 제2편’은 신탁통치에 대한 찬탁, 반탁으로 좌우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한 시기에 제작된 기록영화로, 우익을 대표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영상자료원은 “남아 있는 해방기 영화 10편 중 반공과 우익의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평했다.
이 영화는 하루에도 수천 명씩 고향산천을 버리고 남조선으로 내려오는 동포의 모습으로 시작해 신탁통치안에 대한 군중의 대규모 반대 시위, 이승만의 외교 활동,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한 반탁독립궐기대회 광경, 독립선언 33인 중 한 명인 권동진 선생의 영결식 등 1947년을 중심으로 해방기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보여준다.
1946년의 주요 사건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군정 공보부 제작 뉴스영화 ‘시보’ 4편도 영상자료원이 2005년에 발굴 공개한 바 있는 ‘해방 뉴-쓰’ 4편과 함께 이번 전시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영상자료원은 “당시 신문자료에 따르면, 미군정 공보부 영화과는 1946년에 ‘시보’ 1~15호를 발표하고, 1947년 12월까지 27호를 완성했다. 이번에 공개한 4편의 ‘시보’는 미 공보부가 1946년에 제작한 시보 중 일부로 파악되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복사한 자료”라고 밝혔다.
‘시보’ 1, 2, 5호 3편은 미소 공동위원회 예비회담과 1차 회의 등 1946년 초반 상황을, ‘특보‘ 한편은 1946년 12월 남조선 입법위원 개원식을 기록하고 있다. 미소 공동위원회를 비롯한 1946년의 주요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시보’ 특보의 부제가 ‘조선민중을 위하야’로 2005년 영상자료원이 발굴 공개한 민중영화제작주식회사 제작 ‘해방 뉴-쓰’의 부제와 같은 점과 ‘시보’ 1호, 5호, 특보의 오프닝 또는 엔딩에 등장하는 범종을 타종하는 타이틀 영상 역시 ‘해방 뉴-쓰’에 등장하는 영상과 같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해방 뉴-쓰’의 실체와 미군정 공보부의 관련성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던지게 하는 흥미로운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 섹션으로 나누어 해방기 제작 및 출판된 50여 종의 희귀 영상과 문헌, 잡지, 전단 자료 등을 VR로 소개한다.
첫 번째 섹션인 ‘해방과 분단을 기록하다’에서는 해방의 감격, 분단과 좌우갈등을 카메라에 담았던 영화인들의 활동과 기록을 소개한다. 앞서 언급한 ‘민족의 절규 제2편’과 ‘시보’ 4편을포함해 ‘해방 뉴-쓰’, ‘자유만세(1946년 최인규)’, ‘무궁화 동산(1948년 안철영)’ 등이 포함돼 있다.
리찬의 『쏘련기』(1946년), 한설야의 『쏘련 여행기』(1948년), 서광제의 『북조선기행』(1948년),  『영화써클원 수첩』(1949년) 등은 한상언영화연구소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희귀자료이다. 한상언 대표는 지난 2018년  월북 예술인들의  저서를 모은 '평양책방' 기획전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번째 ‘남과 북의 영화를 일구다’ 섹션에서는 해방 공간의 남북 영화 기반을 구축하는데 주도적인 노릇을 했던 대표적인 영화인 안석영, 안종화, 주인규, 추민, 강홍식, 심영, 윤용규, 오영진, 주영섭, 박학을 소개한다. 주영섭의 『시나리오 수업』, 오영진의 『하나의 증언』(1952), 안종화의 『한국영화측면비사』(1962), 안석영의 『희망』(1948), 문예봉 자서전 『내 삶을 꽃펴준 품』 등 남북한 희귀자료 30여 종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인 ‘분단의 아픔, 영화는 계속되다’는 분단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과 북으로 흩어진 영화인들의 엇갈린 행로를 통해 분단의 역사와 비극을 되새겨보고자 마련되었다. 강홍식과 강효실(부녀), 최인규와 김신재(부부), 이필우와 이명우(형제), 문정복과 문정숙(자매), 김연실과 김학성(남매) 등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영화인 32인을 소개한다.
한편 한국영화박물관은 ‘코로나19’ 방역 단계 변화에 따라 재개관 하게 되면 기획전시실 내에 ‘북한영화특별관’을 별도로 마련해 해방기에서 전쟁기에 걸쳐 제작된 대표적인 북한영화 13편(극영화 5편, 기록영화 4편, 조선시보 4편)을 일반에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은 추후 별도로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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