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은 안 볼래" 수베로 요청, 한화 선수들 장점부터 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2.10 10: 02

“만나기 전부터 단점을 보고 싶지 않다.”
한화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 된 카를로스 수베로(48) 감독이 본격적인 선수단 파악에 들어간다. 구단으로부터 경기 영상을 담긴 전력분석 자료를 넘겨받아 내년 시즌 함께할 한화 선수들을 미리 만난다. 
구단은 수베로 감독에게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물었다. 이에 수베로 감독은 “부정적인 것들은 필요없다. 선수들의 장점만 정리해서 보여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 그 이유로 “선수들을 만나기 전부터 단점을 보고 싶지 않다. 단점은 내가 직접 보고 난 뒤에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사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마이너리그 감독만 15년을 하며 젊은 선수 육성에 능력을 발휘한 수베로 감독은 단점보다 장점을 보고 살리는 데 익숙한 지도자다. 한화와 감독 면접 때도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게으른 플레이만 아니면 실수한 선수를 비난해선 안 된다”는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 감독 특유의 ‘무한 긍정’ 에너지가 한화 선수단에도 전파될 분위기다. 외국인 감독은 혈연, 지연, 학연에 얽혀있지 않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도 없다. 모든 선수들을 백지 상태에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권위적인 국내 감독들과 달리 수평적인 관계로 스스럼 없이 선수들에게 다가가 소통한다.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며 움츠러든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한화는 수베로 감독을 택했다. 
어린 선수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수베로 감독은 단점 보완보다 장점 극대화에 집중해왔다. LA 다저스 싱글A 감독 시절 포수 켄리 잰슨, 3루수 페드로 바에스의 강한 어깨를 주목해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게 좋은 예. 두 선수 모두 다저스의 핵심 불펜으로 성장했다. 구단 차원의 결정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를 설득하고 동기를 부여한 수베로 감독의 역할도 컸다. 지금도 잰슨은 “힘을 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고마워한다. 
베네수엘라 태생으로 남미 특유의 열정까지 가진 수베로 감독은 긍정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열정과 긍정의 힘으로만 될 수 없는 자리. 수베로 감독은 한화와 면접을 보기 전부터 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며 선수들의 영상도 찾을 만큼 치밀하게 준비했다. 면접 중 몇몇 선수들의 플레이 성향을 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더해 지도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즌 후 베테랑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며 젊은 팀으로 거듭난 한화는 투타에서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이 꽤 있다.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 1군 경험을 쌓으며 성장세를 보여줬다. 수베로 감독의 긍정 에너지와 디테일한 지도가 더해질 내년 시즌에는 폭풍 성장도 기대할 만하다. 내년 1월 중순 입국할 예정인 수베로 감독이 겨울 동안 한화 선수들의 어떤 장점을 발견할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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