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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김현주, 데뷔 25년차 베테랑의 겸손함 "후배에게 배웠다"(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지옥’ 속 민혜진(김현주 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면서도 이타적이다. 남을 대변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좇는 변호사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목적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다.

민혜진의 언행은 이타주의를 가장한 이기주의일수 있으나, 별개의 존재인 자아와 타자를 서로 결합된 존재라고 보고 이타적 행동으로 공생을 위한 길을 택했다.

새진리회와 그들을 추종하는 집단인 화살촉에 맞선 민혜진 변호사로 분한 배우 김현주(45)는 전작들과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막내딸 혹은 외동딸의 천진난만하고 발랄한 매력을 내보였었다면,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지운 심각한 얼굴로 새진리회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과 맞선다.

김현주는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지옥’은 확실히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고 말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극본 연상호 최규석·연출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달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돼 이튿날인 20일(한국 시간) 국내를 포함한 24개국에서 시청 1위를 달성했다.

전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에 대해 김현주는 “그동안 한국 콘텐츠에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은 있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거 같다. 사실 ‘지옥’을 향한 기대가 높아서 막상 공개됐을 때 그들의 기대감에 못 미치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국에서 연기 활동을 하면서 작품성, 배우들의 진심과 열의는 현장에서 느껴왔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아주 고무적이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김현주는 “무엇보다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지난 1997년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한 김현주는 ‘햇빛 속으로’(1999)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덕이’(2000) ‘상도’(2001) ‘유리구두’(2002) ‘인순이는 예쁘다’(2007) ‘반짝반짝 빛나는’(2011) ‘바보엄마’(2012) ‘가족끼리 왜 이래’(2014) ‘언더커버’(2021)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과시했다.

올해 햇수로 데뷔 25년차를 맞이한 김현주는 “데뷔하고 나서 어느 작품까지는 같은, 비슷한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런 작품들이 제게 들어왔고 저는 (제안받은) 그 안에서 선택을 하다 보니 그런 작품들을 주로 했던 거 같다. 배우로서 갈증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현주는 “배우로서 도전 정신은 있었다. 제가 정지, 퇴보하지 않게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은 갖고 있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왓쳐’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 어색함은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만나 뵙고 싶은 게 제 욕심”이라고 말했다.

‘출연하고 싶거나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있느냐’는 물음에 김현주는 “딱히 선호하는 작품은 없고 안 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다. 늦은감은 있지만 지금부터 해보고 싶다. 제가 갖고 있는 틀을 깰 필요가 있을 거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만 김현주는 “‘지옥’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지옥’을 전후로 달라졌다는 생각은 안 한다. 모두가 그랬듯 ‘지옥’도 제가 출연한 작품 중 하나였던 거 같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올 6월 종영한 드라마 ‘언더커버’에서 최연수 변호사 역을 맡았던 바. “(‘지옥’과) 같은 직업이라 고심했지만 직업만 같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하고 임했다”며 “둘 다 정의감은 갖고 있지만 성격이 다르다.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 민혜진은 사회에 대한 비뚤어진 면을 갖고 있는 거 같다.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있을 거 같다. 민혜진만의 정의감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비교했다.

‘지옥’으로 연상호 감독과 인연을 맺은 김현주는 연 감독의 차기작 ‘정이’에 캐스팅됐다.

이날 그녀는 “제가 사람을 보고 작품 선택을 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영향은 있었다. ‘지옥’ 촬영 현장이 좋지 않았다면 아마 ‘정이’를 안 했을 거 같다.(웃음) 연상호 감독님은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다. (만나기 전에는) 자신만의 고집이나 아집이 있을 거 같다는 선입견도 있었는데 정반대로 너무 넓은 시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확고함이 있는 거 였다. 유머도 넘치게 갖고 있어서 현장에서 즐거웠다. ‘지옥’이 무겁고 심오한 내용을 갖고 있는 드라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고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제는 (감독님과) 좀 친해져서 현장에서 편하게 하고 있다. 힘을 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거 같다. 마음 무겁게 가는 날도 유머,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시니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 좋은 감독님이다. 웹툰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캐릭터를 새롭게 창작하진 않았다. 감독님도 저를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신 거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기 시범을 보여주시기도 하는데 너무 과하다.(웃음)”

액션 연기에 대해 “저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미있었다. 여태까지 감정을 소비하는 연기가 많았다. 추상적인 의미에서 캐릭터 분석이었다면 민혜진은 몸으로 하는 게 있었다. 그래서 배우로서 뭔가 더 준비하는 마음이 들어서 설레고 흥분했다. 그렇지만 처음 하는 장르이니 어려움이 없진 않더라. 액션팀이 도와주셔서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현주와 민혜진의 싱크로율에 대해 “저 같은 경우에는 맞서 싸웠던 적은 없다. 그런 사람의 형태는 아닌 거 같다”며 “저는 조용히 있는 편이고,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진 누군가 내 앞에서 싸워주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제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비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저와 민혜진의 차이점은 있다. 그래서 제가 민혜진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더 진지하게 임했다. 그런 부분을 닮고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현실에서 지옥행 고지를 받는다면 작품과 같은 여론이 일어날 거 같은가?’라는 물음에 “일어날 거 같다”며 “극단적인 현상을 만났을 때 인간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 어쩌면 작품보다 더한 지옥이 그려질 수도 있겠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지옥’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날 거 같다. 그만큼 인간이 나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실제 지옥행 시연을 받는다면?’이란 질문에는 “남은 기간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죽는 시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걸 겪으면서 ‘미리 알았다면…더 잘했을 텐데’라고 미련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죽는 날짜를 안다고 생각해보니, 안다고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지옥’처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제가 고지를 받는다고 하면 저는 후회 없고 미련 없이 살 거 같다. 제가 실수한 게 있다면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물질적인 것보다 인간관계에 대해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경력만 오래됐지 그런 현장 경험이 없어서 생소했던 거다. 드라마지만 영화 현장처럼 진행이 됐기 때문에, 제가 영화작업을 한 지 오래돼 너무 달라졌더라.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이레 등) 후배들은 익숙해 있는데, 내가 너무 멈춰있다는 걸 느꼈다. 제가 경력으로는 선배이긴 하지만, 후배들에게 하나 같이 배울점이 많았다.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뿜어내고 자신만의 힘을 내보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하나 같이 잘하더라. 처음 만난 후배들이지만 내심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귀엽기도 해서 ‘너희들 모두 좋다’고 고백하기도 했었다.(웃음) 배우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현역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배우 나문희와 윤여정에 대해서는 “저의 데뷔작을 두 선배님과 했었는데 정말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큰 힘이 됐다. 밑바탕에 존경심이 깔려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원동력이 된다면 바랄 게 없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는 그러면서 “배우 김현주가 아니라 인간 김현주로서 내가 잘살아가고 있나, 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랑, 겸손, 작지만 강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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