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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최우식-김다미, '화성남'과 '금성녀'의 사랑 참 힘드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 여자 국연수(김다미 분)는 날 때부터 달라붙은 가난 때문에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풀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급우들과 살갑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똑부러진 깍쟁이로 사는 것이 국연수가 자기연민과 싸우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삶이라는 전장을 할머니와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선 아등바등 성공이란 것을 해야만 했다.

그 남자 최웅(최우식 분)이 누리는 무기력엔 뚜렷한 이유가 없다. 그에게 무기력은 평화와 닮아있다. 부모님은 늘 정신없이 일했다. 그래서 동네 하나를 ‘웅이네’로 시작하는 요식타운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전투같은 부지런함은 최웅에게 언제나 낯설었다. 바람을 벼개 삼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몸을 맡기는 평상 위의 뒹굴거림을 최웅은 사랑했다.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연출 김윤진, 극본 이나은)은 이런 두 고교 동창생, 서로 보기에 극성맞은 까칠녀와 게을러터진 뒹굴남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둘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발단였다. 도대체 전교 1등의 여학생과 전교 꼴등의 남학생을 한 프레임에 넣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왔을까? 선생님의 친구이기도 한 다큐멘터리 PD의 제안을 전교 1등 국연수가 출연료를 이유로 받아들였을 때 전교 꼴등 최웅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한 달간의 짝 생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극임을 첫 눈에 알아챘다. 그렇게 시작은 됐는데.. 옛 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두 사람은 싸우면서 정 들었는 지 연애를 시작했다. 무려 1670일간의 연애를. 그리고 시나브로 시작됐던 그들의 연애는 삽시간에 끝났다.

드라마는 그로부터 5년 후, 고교시절 다큐를 찍은 지 10년 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잠을 사랑하던, 그래서 머리만 어딘가에 닿으면 잘 수 있던 최웅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아마도 이 변화는 국연수와의 이별을 계기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를 통해 대세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듯하다.

국연수는 홍보전문회사 RUN의 팀장으로 자리잡았다. 아무것도 하지않아 별명이 ‘미스터 낫띵’인 방이훈 대표(허준석 분) 대신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

쇼앤샵 마케팅 팀장 장도율(이준혁 분)은 은둔 일러스트레이터 고오작가 섭외를 전제로 국연수가 제안한 라이브 드로잉쇼를 쇼앤샵 오픈 기념행사로 채택한다.

그리고 국연수가 어렵사리 찾아낸 고오는 바로 최웅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최웅집 문을 두드렸을 때 국연수를 마주한 최웅은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소금마저 뿌린다.

연애시절 연수가 “만약에 말야. 내가 너를 버리고 떠나면 어떡할 거야?”라고 물었을 때 최웅은 단호하게 “안 봐!”라고 잘라 말했었다. 이어 “그래도 내가 찾아가면?”이란 질문엔 “물 뿌리고 소금 뿌릴 거야” “내가 뭐 악귀냐?” “그러니까 나 버리지마”가 당시 그들의 대화였다. 그리고 연수가 5년 만에 만나 본 최웅은 그 시절 그대로 찌질하고 유치했다.

한편 두 사람의 다큐멘터리가 인연이 돼 방송국 다큐 PD가 된 둘의 동창 김지웅(김성철 분)은 현실서 역주행중인 두 사람의 다큐를 보고 리마인드 다큐를 권하는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웅이와 연수 모두 강경하게 거절한다. 고오작가를 섭외할 수 없게 된 연수와 다큐기획에서 전혀 진도를 못빼는 지웅이 전전긍긍할 때 연수와 재회한 심란한 맘을 술로 달래던 최웅은 언뜻 지웅의 말을 떠올린다.

“하긴 다큐 찍자니까 연수가 너보다 훨씬 질색하더라!” 빙고! 최웅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국연수다. 이유를 10가지나 댈 수 있다. 그런고로 국연수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최웅은 뭐든 할 수 있다. 결국 최웅은 연수의 다큐 참여를 조건으로 쇼앤샵 라이브 드로잉쇼에 출연하기로 한다.

출연을 확정지은 직후 일러스트레이터 누아(곽동연 분)가 고오작가의 표절의혹을 제기한다. 주변은 시끄럽지만 최웅으로선 깜도 안돼는 누아를 상대로 법석을 떨기 싫어 무대응한다. 그리고 초대된 쇼앤샵 창립기념파티. 별무관심였던 대세 아이돌 엔제이(노정의 분)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쫙 빼입고 나간 자리에서 최웅은 경멸하던 누아를 마주하고 그로부터 드로잉쇼에 공동참여한다는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는다.

분노에 차서 국연수를 돌려세운 최웅 “너도 알고 있었어?”라고 으르렁대고는 당황하는 연수의 답도 듣지 않은채 “거봐, 날 망치는 건 늘 너야!”라고 일갈하고는 자리를 뜬다.

이렇게 ‘그해 우리는’은 청춘들의 사랑얘기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낸다. 최웅의 유치한 발상은 그 자체로 코믹하고 쿨한 여자이고 싶은 연수의 뒷끝 없으려는 허세는 오히려 애잔하다.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사랑하면서도 불통하는 젊음들이다.

‘만약에 말야’로 시작했던 연애시절 연수의 수많은 질문들은 ‘널 사랑해’란 답을 웅이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서일텐데 웅이는 그 결정적인 말을 한번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또야?”싶은 귀찮음으로 반응했었다.

또 최웅이 “내가 젤 버리기 쉬운거냐, 네가 갖은 것 중에?”라고 물었을 때 연수는 “아니,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라 답했었다. 최웅은 그 잔인한 말에 가슴이 결결이 저미어졌을테지만 연수로선 “너 만이 내 것이었어!”라는 절절한 고백이었을 것이다.

과연 이 찌질하고 유치한 남자와 쿨한 척하고 속앓이하는 허세녀의 러브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해 우리는’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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