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300억 어디로? 방송사VS제작사 수익 분쟁 2년째 ing [Oh!쎈 그알]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1.08 07: 53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때 그 사건, 그 스타.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Oh!쎈 그알] 코너에서 '사건, 그 이후'에 대해 짚어봅니다.
시청률 20%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종영 후 2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여전한 수익 분배 분쟁에 휩싸였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2019년 가을 KBS 2TV에서 방송된 드라마다. 편견에 갇힌 여자 동백(공효진 분)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 분)의 생활밀착형 치정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40회(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23.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고, '2019 KBS 연기대상'에서 타이틀 롤 동백을 연기한 공효진이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종영 후 2년이 지난 현재, '동백꽃 필 무렵'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등을 타고 해외 시청자들까지 눈여겨볼 'K-드라마' 명작 중 하나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작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가슴에도 기분 좋은 설렘을 떠올리게 하는 바다. 그러나 실제 '동백꽃 필 무렵'을 둘러싼 상황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작품의 수익 분배를 두고 제작사와 방송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여파다.
'동백꽃 필 무렵'의 수익 분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20년 1월 7일,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KBS가 제작비의 10% 내외만 추가 지급하고 작품의 저작권을 독점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부터 알려졌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동백꽃 필 무렵'의 제작비 전액 110억 원을 부담한 만큼 KBS가 저작권을 독점하는 게 부당하며, 이를 '관행'이라고 요구하는 KBS의 태도 역시 잘못된 관행임을 강조했다. 
그동안 방송가에서는 방송사가 IPTV, VOD, OTT 등 플랫폼 사업자들과 계약을 주도하며 제작사에는 총 제작비의 10% 안팎의 금액을 지급했고, 이를 '관행'으로 여겨왔다. 방송사 역시 드라마를 송출하는 또 다른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 공급자인 제작사를 상대로 우위를 점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의 경우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팬엔터테인먼트가 전액 부담했고, 당시 KBS 작품 중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수익 내역이 상당수 공개됐다. 방송 광고는 40회(1시간 기준 20회) 내내 '완판'이고 넷플릭스 공개 등 타플랫폼에도 수월하게 팔렸다. 이에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으로 KBS가 거둔 이익만 400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제작비를 제외하고도 작품을 둘러싼 순이익만 3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상황. 팬엔터테인먼트는 제작비와 기획 등의 단계에서의 기여도를 근거로 수익을 재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KBS는 "최종 서명단계에서 제작사가 합의를 번복했다"라며 수긍하지 않고 있다.  
이후 팬엔터테인먼트와 KBS 사이에는 수차례 내용증명서가 오갔다. 하지만 논란 제기 후 2년이 지난 최근까지 뚜렷하게 법적 판결이 나오거나 쟁점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질 줄 모르며 소송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관건은 저작권 귀속 여부와 수익 분배 비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 오랜 관행을 다루는 분쟁 사안인 만큼 시간이 지났어도 양측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매섭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팬엔터테인먼트 정도 규모의 회사이고 '동백꽃 필 무렵' 제작비를 전액 부담했기 때문에 이 같은 쟁점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본다. 여전히 편성과 방송 권한을 가진 방송사가 제작사 앞에서 '갑'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 결과에 따라 제작사와 방송사 사이 수익 분배 구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단순히 방송사의 '갑질'이나 '잘못된 관행'으로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제작사 뿐만 아니라 방송사도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저작권과 수익 분배 비율까지 높아진다면 방송사가 드라마 편성을 해야할 이유가 줄어든다. KBS처럼 공영 방송사인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방송사는 민영이고 결국은 사업자다. 드라마가 매번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 방송산업이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가운데 그나마 확보했던 수익 비율을 놓치는 게 방송사로서는 뼈아플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을 비롯해 웨이브(wavve), 티빙(TVING) 등 토종 OTT 플랫폼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상황. 이로 인해 과거 확고했던 독점적 지위를 잃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사는 국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접하는 주요 플랫폼이며 드라마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콘텐츠를 공급하는 제작사들도 일정 규모 이상이 아니고서야 다수의 플랫폼 사업자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기엔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불리한 관행임을 알고도 방송사들의 요구를 들어왔던 바. 양측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동백꽃 필 무렵'의 수익 분배 사안이 이후 이어진 'K-드라마'의 강세 속에 한국 드라마 시장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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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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