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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김혜자의 대답, 이병헌의 ‘불구의 시간’ 치유할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넌 자식만 보고 살아 착해서 복받았어!” 옥동(김혜자 분)은 부러운 마음을 담아 춘희(고두심 분)에게 말했다. 생사를 오가던 춘희의 막내아들 만수가 기사회생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옥동이 생각하기에 춘희의 팔자는 자신만큼 기박했다. 아들 넷을 낳았지만, 마흔에 얻은 늦둥이 막내 만수만 남았다. 그 막내 마저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불명의 처지에 놓였지만 간신히 회생할 수 있었다.

만수의 사고소식에 옥동 역시 춘희만큼이나 상심했다. 좁고좁은 섬마을이다. 아무개집 수저 몇 벌까지를 꿰고 있는 처지에 애들도 어슷비슷 한타령으로 크고 보니 막내 동석의 친구인 만수마저 내 아들 같은 심정이었다.

옥동도 만수의 회생을 기원하며 길가에 돌탑을 정성 들여 쌓아올리기도 했다. 춘희로부터 “며느리에게 만수 명줄 뽑으라 했다”는 탄 내 풀풀 풍기는 장탄식을 듣고는 ‘그깟 돌탑’ 싶어 허물었다가 행여 동티라도 날까 다시 쌓아 올리기도 했다.

만수의 회생에 다시 쌓아 올린 돌탑 따위가 무슨 보시를 했을 리 없다. 전적으로 팔자 안 고치고 자식새끼만 보고 살아온 춘희의 공덕일 것이다. 그래서 춘희에게 건넨 “착해서 복받았어!”라는 말엔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회한과 부러움이 스며들 수 밖에 없었다.

5일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옥동과 동석’의 이야기를 다뤘다. 천륜이라기엔 악연에 가까운 모자의 이야기다.

옥동이 첩살이 하러 들어갔던 종호·종철 형제의 아버지 기일이 돌아오자 옥동은 동석(이병헌 분)에게 전화를 건다. 목포에 데려다 달라고. 그 전화를 받은 동석은 분을 참기 어렵다. “내 아방 기일도 못챙기는데 내가 거길 왜 가냐”고 고함도 쳐본다. 하지만 옥동은 “너도 그 양반 밥 먹었다”며 단호하게 요구한다.

동석으로선 평생을 이해 못할 어머니였다. 도대체 가슴에 대못 박은 것 외에 해준 게 뭐 있다고 나한테 이리 당당한가? 남들한테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평생을 설설 기며 살아와 놓곤 도대체 엄마 노릇한 게 뭐 있다고 당연하다는 듯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동석으로선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물질하던 동희누나 죽고 한달도 못돼 배 타다 죽은 아버지 친구 집에 첩 살러 들어간 어머니다. 내가 뭍에 나가 돈벌어 먹여 살리겠다는데도 요지부동 자신까지 끌고 들어갔다.

동석에게 평생 한 맺힌 장면 하나는 그 집에선 강옥동 여사를 작은 어멍으로 불러야 한단다. 그냥 어멍은 종호·종철 엄마고. 못하겠다고 했다가 뺨을 수십대, 개 맞듯 맞았다.

자식이 문 밖에 버젓이 있는 줄 알면서도 다른 남자랑 이불 소리 부시럭거리며 잠을 잔 엄마다. 종호네 형제한테 두들겨 맞을 때도 뉘집 개가 맞나 눈만 꾸먹꾸먹 지켜만 보던 엄마다. 그 집에서 금붙이따위 훔쳐나오면서 “나랑 서울 가자” 했을 때도 가지 말라고 울긴 커녕, 같이 살자고 매달리긴 커녕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도둑놈의 새끼.” 한마디 정없이 던졌던 엄마다. 도대체, 도대체가 뭘 해줬다고 부탁도 아니고 엄마행세 하면서 명령을 하는가 말이다.

강옥동 여사의 말기암 소식을 전해준 동네 형·누나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개도 안물어갈 불효자 취급을 한다. 일단 져 드리고 돌아가시면 그 질긴 악연 개운하게 끝내란다. 듣기 좋은 소리로 이해한다고도 한다. 지들이 뭘 이해해? 내 어멍같은 어멍이랑 살아봤어? 지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져줘야 돼. 못 져! 안 져!

아무도 속 몰라주는 억울함에 끌탕하는 차에 선아(신민아 분)의 전화가 온다. 선아는 내 속 알아줄까 하소연을 했더니 차라리 대판 한번 붙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자신도 자신 눈 앞에서 차를 몰아 바다에 빠져 죽은 아버지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럴 수 없어 평생의 한이 됐다면서. “엄마한테 물을 수 있을 때 물어. 따질 수 있을 때 따지고. 나중에 더는 궁금한 거 하나 없게.”

그래 따져 보자. 자식이 문밖에 있는데 다른 남자랑 잠이 왔는지? 어멍을 어멍이라고 부르는데 왜 때렸는지? 종호 종철이 한테 맞아 터진 날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묻자. 한번 따져보자. 그럼 일단 의붓아버지 기일에 함께 가보자.

동석은 마침내 강옥동 여사와의 목포행을 결심한다. 근데 목포가는 길이 참 멀다. 새벽 4시에 불러내더니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지 않나. 언제 싸놨는지 버릴 짐도 한가득이고. 춘희 삼촌 쓸지도 모르니 그냥 두자하니 “팔자 드런 년 물건을 재수 옴붙게 누굴 줄꺼라.”며 버리라 한다. 강옥동 여사 입으로 들은 ‘팔자 드런 년’ 소리에 울컥한 동석은 짐을 뒤꼍에 내동댕이 치고 만다.

그러고도 절차는 남았다. 기운 없다고 차문 닫아 달라는 상전노릇도 감수해야 하고 동행하기로 한 춘희 삼촌 짐도 챙길 게 많고... 그렇게 늦어진 시간 탓에 죽을동 살동 차를 몰아 항구로 가니 막 출발한 목포행 연락선은 항구를 빠져나가고... 그 배를 보며 머쓱해진 춘희 삼촌은 커피 타령을 하고 우리의 강옥동 여사는 뻔뻔하게 커피는 밥먹고 먹어야 된다고 당연한 듯 말한다. 한없이 허탈해지는 동석이다.

동석이 감수하고 있는 이 대단한 인내심의 목적은 단 하나. 평생 묵혀온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함이다. 동석으로 하여금 평생 사랑할 반려 하나 만들지 못하게 만들었던 불구의 시간들에 대한 해답. 옴니버스 모든 에피소드의 주인공들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 옥동에 대한 해답이 기다려진다.

과연 동석은 그 해답을 찾아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가 보낸 불구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을지. 이제 2화를 남겨둔 ‘우리들의 블루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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