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색깔→전광판→기부" 요즘 ‘내돌’ 응원법..진화하는 케이팝 팬덤 문화 [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2.06.30 14: 15

90년대부터 시작된 케이팝 팬덤의 ‘강력한 조직 체계’
열광적 지지자에서 수평적 조력자로 거듭난 케이팝 팬덤
한국 아티스트가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을 장식했다는 소식이 쉬지 않고 터져 나온다. 국내에서도 지하철 옥외물이나 TV 광고 등을 점령한 아이돌스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이나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광고가 아닌 케이팝 팬덤의 작품이다. 좋아하는 스타가 TV에 나오길 기다리며 팬 레터로 마음을 전하는 과거 팬덤과는 차이가 크다.

스타를 향한 팬심을 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요즘 팬덤’ 문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 조직화된 팬덤의 등장
1세대 아이돌 H.O.T, 젝스키스 등의 등장은 공통의 관심사를 연대하는 열광적인 집단 ‘팬덤’을 탄생시켰다. 팬클럽 회장의 지휘 아래 그룹을 상징하는 색깔의 풍선을 흔들며 무대를 즐기고 응원 도구를 만들거나 브로마이드로 방을 장식했다.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공식 팬카페가 온라인에 생겨났고 팬들은 팬픽, 사진 등의 콘텐츠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스케줄을 공유해 팬들의 단체 활동을 지지할 목적으로 사용했다. 팬덤의 조직 체계가 조성되는 시점이었다. 
- 사회적 팬덤으로의 진화
2세대의 팬덤은 스타의 뒤를 쫓기보다 ‘내 연예인’의 사회적 호감도 상승에 주목했다. 2000년대에 성행한 조공 문화는 선물로 팬심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었으며, 이는 공익성에 중점을 둔 ‘개념 조공’으로 발전했다. 쌀, 연탄 등의 기부부터 도서관, 동물 보호소 등의 공공재를 건립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팬들의 기부 소식에 감명 받은 스타들이 더 큰 금액으로 화답하는 등 훈훈한 장면이 끊이질 않았다. 팬덤의 활동 양상이 맹목적인 열광에서 스타의 사회적 입지 확대를 지원하는 ‘서포터’로 발전한 것이다. 
- 스타의 성장을 돋는 조력자
오늘날의 팬덤 문화는 공격적인 소비와 홍보로 아티스트를 적극 지지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내 아이돌’의 성장을 지켜보며 성공을 위해 조력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올리거나 자체 굿즈를 개발하고, TV, 지하철 전광판 광고 등을 집행해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높인다. 과거의 팬덤이 스타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다면, 현재는 함께 동행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 세계로 퍼지는 K-팬덤 문화
지난 5월, 팬덤 플랫폼 ‘팬투’에서 케이팝 아티스트의 부문별 정상을 선정하는 투표가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최종 집계 결과 투표수 8억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팬투’에서 아티스트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마다 관련 해시태그가 트위터 실시간 트윗 순위에 오르는 등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 독려가 활발히 일어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투표에 참여하는 유저의 대부분이 해외 이용자라는 것이다. 한국 팬덤의 특징인 ‘강력한 집단행동’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국내 팬덤에서 흔히 진행하는 ‘스밍’(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디지털 음원을 반복 재생하는 것)은 각 국가에 맞는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블랙핑크 해외 팬덤이 ‘스밍 총공’을 펼친 결과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는 18억 뷰를 돌파하며 케이팝 그룹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BTS의 미국 팬덤은 50개 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노래 선곡을 신청하는 ‘라디오 총공’(팬덤의 조직적 지원을 뜻하는 총공격의 준말) ‘@BTSx50States’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싱글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1위에 안착했다. 
현재의 케이팝 팬덤은 인권 운동, 기부 캠페인 등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는 성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티스트의 글로벌 위상을 드높이고자 하는 팬덤의 욕구가 맞물린 결과다. 한류의 글로벌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팬덤 문화 역시 끝없이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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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빅히트 뮤직,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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