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 '깜짝 관람'... 세계 2위 루드, 코리아오픈 8강 진출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2.09.30 02: 10

"BTS 진이 내 경기를 봤다고?"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세계 2위)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단식 8강전에 진출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유명인' 관객의 등장을 놀라웠다.
루드는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센터코트에서 열린 대회 단식 2회전에서 니콜라스 제리(칠레, 111위)를 2-1(6-2 3-6 6-3)으로 제압, 8강에 올랐다.

[사진]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미디어팀

30분 만에 1세트를 따낸 루드는 2세트는 내줬지만 이내 3세트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더불어 포핸드 톱스핀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2-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1시간 41분 만에 경기는 마무리됐다. 
루드는 경기 후 "힘든 경기를 기분 좋게 이겼다. 상대선수인 니콜라스가 정말 잘했다. 특히 2세트가 좋았다.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 첫 경기를 이긴 것 역시 기쁘다. 자신감을 얻었고, 투어 대회 8강에 올랐다는 사실에도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미디어팀
아래는 루드와 일문일답.
▲ 오늘 경기 중 상대 세컨드 서브 때에도 베이스라인 한참 뒤에 서있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리턴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사실 오늘 경기 초반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베이스라인 근처에 서있기도 했다. 나는 사실 리시버일 때, 대부분 베이스라인에서 여유 있게 뒤에 서있는 것을 좋아한다. 리시브할 시간을 벌어주는 장점도 있고, 그냥 뒤에 서있으면 좀 더 많이 포인트를 따내는 것 같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단지 그게 내 게임 방식이다.
▲ 경기가 매우 타이트했는데도, 경기중에 특별히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실제로는 아니다. 특히 오늘 두 번째 세트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별로 좋지 않았다. 상대 서브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뭐 삶이 매우 만족스러워서 화낼 거리가  없다(웃음). 테니스 선수라는 직업은 항상 승리를 좇기에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 처음 왔고,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에 이러한 것들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이다. 이런 곳에 와서 화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웃음)
▲ 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에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함을 유지하며 경기하겠다. (Keeping my shoulders down)”라고 했다. 오늘 경기 어떤 부분이 그랬을까?
잘했다. 시작이 정말 좋았다. 실전은 오랜만이었는데 경기 시작 후 15분 만에 4-0으로 앞섰고, 보통 때보다 시작이 훨씬 좋았다. 니콜라스와 같은 선수와 경기하려면 정말 모든 상황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 조그마한 기회가 생겼을 때 그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상대가 빈틈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오늘 두 번째 세트였다. 2번째 세트 초반 1-2로 리드당하던 상황에서 브레이크포인트가 있었는데 내가 결국 놓쳤다. 그리고 오히려 바로 다음 내 서비스 게임에서 상대에게 브레이크를 당했다. 짧은 순간에 경기의 모멘텀이 확 바뀌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결코 자만하지 않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했다. 그 상황에서 힘들지만 그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너무 받지 않아야 했다. 경기 중 매우 타이트하거나 긴장되는 순간, 스트레스받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에이, 뭐 이 경기가 그랜드슬램 결승도 아닌데…’ 라며 오히려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다.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건네는 말이다. 내겐 매 순간 모든 경기가 정말 중요하고 매 경기 어떤 상황, 어떤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 부분을 오늘 경기에서 참 잘했다.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침착하고 겸손하려 했고 동시에 경기에 매우 집중했고 역전승했다.
▲ 오늘 저녁 늦은 경기를 했는데, 내일 8강이 세 번째 경기이다.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일단 저녁을 맛있게 잘 먹고 잘 자고 싶다. 여전히 시차로 고생 중인데 오늘은 편히 통잠을 잤으면 한다. 시차 때문에 지난 이틀 동안 새벽 3~5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그 덕에 서울에서의 멋진 야경을 보기도 했다.(웃음) 오늘은 과연 통잠을 잘 수 있을지 한 번 두고 보자(웃음). 그리고 내일 경기를 잘 준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일 경기 전까지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경기 자체는 매우 길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일 경기 전까지 잘 회복했으면 한다.
▲ 오늘 루드의 경기를 보러 BTS 진이 찾아왔다. 혹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몰랐다. BTS음악을 찾아 듣는 편은 아니지만, 보이 그룹이고, 전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진이 테니스를 좋아한다니 테니스 선수로서 매우 기쁜 일이다.
▲ US오픈 결승을 통해, 세계 2위가 되었다. 이번 시즌 남은 목표는?
US오픈에서 좋은 결과로, 세계 2위가 되었다. 솔직히 한편으론 더 잘했으면 세계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세계 1위라는 것은 투어 선수로서 내가 평생 좇아야 할 꿈이다. 현재 내가 세계 1위에 가장 가깝지만, 현 1위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는 정말 까다로운 선수이다. 내게 쉽게 세계 1위를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1위 싸움에 나 역시 꾸준히 참여하고 싶다. 우선 올해 남은 시즌 목표는 세계랭킹 3위 이내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꿈조차도 많은 좋은 선수들이 꿈꾸는 것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뤄낸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 지난 인터뷰에서 매 경기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에서 한 새로운 시도는?
이번 경기에서 한 새로운 시도는 리시버일 때, 상대의 세컨드 서브에서 평소보다 좀 더 베이스라인에 가까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내가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상대인 니콜라스의 서브 파워가 워낙 강해, 경기 중 많은 랠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서브가 워낙 좋아서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내일은 또다른 선수와 경기한다. 내일 상대인 니시오카 요시히토(일본, 56위, 둘의 전적은 1승 무패로 루드가 앞서있음(2021년 마스터즈1000 61 62))와는 좀 더 많은 랠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까다로운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상대가 왼손잡이에 빠른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늘과는 완전히 다른 타입의 선수이다. 이번 대회와 다음 주 도쿄 대회를 통해 스스로 어떤 부분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지 보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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