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톡톡] ‘결승골 도움’ 손흥민 “마지막에 뛰어들어오는 황희찬 보고 패스했다”(일문일답)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12.03 05: 09

‘월드클래스’ 손흥민(30, 토트넘)은 한 번 온 작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 2022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김영권과 황희찬이 골이 터져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최종 1승무1패를 기록하며 다득점에서 우루과이에 앞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후반 46분에 터진 황희찬의 골은 그야말로 그림이었다. 손흥민이 제대로 밥상을 차렸고, 황희찬이 맛있게 먹었다. 손흥민은 80미터 폭풍드리블 질주 후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내줬다. 쇄도하던 황희찬이 그대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두 경기 결장 후 교체로 들어간 황희찬이 영웅이 됐다.

경기 후 손흥민에게서 생생한 결승골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 16강 진출 소감은?
소감이 따로 필요할까요? 자랑스럽다. 기자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순간일 것이다. 선수들이 칭찬받아서 마땅하다. 침착하게 다음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경기 후 울었는데?
기쁘죠. 사실.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다. 여기보다 더 높은 위치로 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 명이다. 주장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사실 감정적으로 너무 좋은 순간이었다. 경기를 이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분명히 많이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은 그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 감정적으로 너무 좋았다.
- 헤딩 두 번 후 마스크도 벗었는데?
사실 벗으면 안되죠. 아직도 수술한지 한 달 정도 됐다. 뼈가 붙는데 최소 세 달은 걸린다. 뼈가 살짝 실처럼 붙었다고 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벗었다고 해서 내가 마스크 벗고 경기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경기하고 있다. 좋아진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해야 하는 것이 내 마음이다.
- 마지막 결승골 어시스트 순간에 황희찬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나?
보고 패스했다. 사실 축구를 TV로 보면 안보고 패스하는 줄 아시겠지만 그 상황을 읽고 희찬이가 어느 순간에 좋은 슈팅을 때릴 수 있겠다는 것을 짧은 시간에도 머릿속에 계산을 하고 플레이한다. 7-80미터를 뛰어가서 순간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조금만 공간이 있어도 내가 슈팅을 때려보려고 했다. 순식간에 위험지역에 가다보니 선수들 세 네명에게 둘러싸였다.
저에게 오로지 보이는 것은 희찬이가 왼쪽에서 뛰어들어오는 것이 살짝 보였다. 패스를 주려고 하는데 마땅히 줄 공간이 없었다. 그 순간에 여기구나 판단한 것이 (수비수) 다리 사이였다. 운이 좋게 볼이 다리사이로 들어가면서 희찬이가 마무리를 잘 해줬던 것이 기적적인 장면으로 이어졌다.
- 16강 진출 장면을 상상했나?
너무 좋다. 사실 끝난 것은 아니다. 16강을 항상 이야기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너무 좋아하고 들떠있지만 오늘까지는 이 감정을 유지하고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다른 경기를 또 하나의 기적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하프타임에 동료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선수들에게 더 이상 골 먹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선수들끼리 1-1로 끝낸 것이 정말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에게 분명 찬스가 올거라 믿고 있었다. 골 먹지 말고 버티고 찬스 났을 때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희생해주고 잘 버텨주고 잘 싸워준 덕분에 우리가 승리를 잠식할 수 있었다.
- 경기 후 아직 진행 중인 가나-우루과이전을 보면서 든 생각은?
2018년 월드컵 생각은 안났다. 동그랗게 모여서 우리는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는 긍정적인 말을 했다. 감정에 휩쓸려서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었다. 다른 경기 영상 보면서 몇 초 남았는지 말했다. 제 할 말만 하기도 바빴다. 경기결과가 어떻든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너무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이 가득했다.
- 김영권이 첫 골 넣고 세리머니 없이 빨리 경기를 해야 한다고 재촉했는데?
1분 1초가 아까웠다. 그 좋은 분위기를 이끌고 전반전 끝나기 전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었다. 저도 골을 넣어서 기쁘지만 얼마나 간절했다. 저도 뛰어가고 싶고 선수들 안아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저만 급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 선수들도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 마지막에 한 번은 찬스가 올거라고 예상했나?
그럼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공격을 할 수 없다. 포르투갈 상대로 많은 찬스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이 볼을 많이 갖고 경기를 지배했다. 우리가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버티면 조그만 기회가 와도 결정을 짓느냐 못 직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오늘 잘 이뤄졌다.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우리가 수비를 하면서 골을 넣는 것이 매우 어렵다. 작은 찬스에서 결정적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살린다면 우리가 더 단단한 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
지금은 좋아하고 축하할 순간이다. 오늘 하루는. 다음 경기가 또 금방 돌아온다. 그 순간부터는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나온다.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준비를 해야 한다. 어디까지 올라간다는 약속은 너무 어렵다. 당연히 우승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목표에서 항상 주어진 목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16강에서 브라질과 할 것 같지만 어떤 팀과 마주쳤을 때 어떻게 플레이하고 모든 것을 쏟아낸다면 또 다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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