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우리들의 '웰메이드 로코'인 이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2.04 10: 01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가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로 각광받고 있다. 지독한 대진운 때문에 시청률 면에서는 큰 빛을 못 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 고유한 매력에 빠져들어 극찬을 하게 된다는 평. 특히 '미스코리아'는 1997년을 배경으로 해 복고적인 색채가 강한 드라마로 tvN '응답하라 1994' 등의 작품들이 몰고 온 90년대에 대한 향수를 제대로 조준한 작품이다.
최근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회복했다. 많은 이들에게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 불리고 있는 '미스코리아'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지 검토해 봤다.
#1. 정감 가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

많은 이들은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인기 요인을 정감 가는 캐릭터와 그것을 잘 만들어 내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담배가게 아가씨였던 동네 퀸카 오지영(이연희 분)이 설움 받고 차별 대우 받았던 엘리베이터 걸에서부터 미스코리아가 되어 왕관을 머리에 쓰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일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또 IMF로 힘들어진 회사를 살리려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며 뛰어다니는 형준의 모습 역시 그렇다. 상사에게 매일 혼나고 깨지는 지영이나 돈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고교시절 동창에게까지 가서 싫은 소리 들어가며 앉아있는 형준의 안타까운 모습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캐릭터들에게 더욱 감정을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이렇게 서숙향 작가와 권석장 감독이 만들어낸 캐릭터는 이선균과 이연희라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살아있는 생생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 됐다.
#2. 막장·불륜·재벌 없는 무공해 드라마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 받는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스토리의 힘이다.
'미스코리아'에는 기존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막장, 불륜, 출생의 비밀, 재벌 2세, 악녀가 없다. 대신 평범하지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처럼 ‘자극적 양념’의 유혹을 뿌리치고 신선함을 보여준 제작진의 도전의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스코리아' 속 사랑에는 불륜, 막장, 재벌 2세 등 자극적인 것들이 없다. 엘리베이터 걸에서 미스코리아가 되려는 지영과 비비화장품 사장이지만 재벌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IMF로 위기가 온 회사를 지영을 이용해 살려 보려 발둥치는 형준(이선균 분)이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는 이성민-송선미 커플 역시 이제는 은퇴할 때가 다가온 퇴물 건달과 망해가는 화장품 회사 연구실장의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준다.
또 흔한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는 출생의 비밀 따위도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악녀도 없다. 주인공 지영의 가족인 오씨네 네 남자의 외모만을 보면 출생의 비밀이 있을 법(?)도 하지만 이들에겐 끈끈한 가족애만 있을 뿐이다. 또 여타 드라마라면 지영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마원장(이미숙 분)과 재희(고성희 분)가 악녀의 역할을 하겠지만 '미스코리아' 속에서 이들은 기존의 상투적 굴레에서 벗어나 멋지게 페어플레이를 하는 모습으로 다른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3. '찌질해서' 따뜻한 로맨스
'미스코리아'가 그려내는 로맨스는 결코 멋있지 않다. 오히려 '찌질'한 모습에 가깝다. 미모의 첫사랑을 이용해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려 하는 형준과 엘리베이터걸을 그만 둔 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는 지영, 두 젊은이의 사랑은 혹독한 환경 탓에 로맨틱하기 보다 처절하다.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불리한 미션을 받고 허우적대는 지영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형준은 백마탄 왕자님처럼 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다만 옆에서 함께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하고, 때로는 주최 측에게 달려가 큰 소리로 따지는 게 다다. 그러나 이 '찌질'함 속에는 연인 지영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담겨 있어 따뜻함을 자아낸다.
이는 정선생(이성민 분)-고화정(송선미 분) 커플 역시 마찬가지다. 정선생은 마음 약한 3류 건달이고 고화정은 박사 출신 화장품 연구원이다. 학력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는 이 커플은 차이에도 불구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정선생은 자신의 집에 고화정을 데리고 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자신보다 어린 보스에게 얻어 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러나 고화정은 그 사건을 통해 정선생에게 마음을 열었고, 현재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서숙향 작가가 만들어 내는 색다르고 신선한 스토리는 섬세한 연출의 대가 권석장 감독의 연출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이제 본격적인 '1997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남은 '미스코리아' 스토리 초점은 대회 결과와 형준과 지영의 관계에 맞춰졌다. 과연 지영은 미스코리아 진의 왕관을 쓸 수 있을지, 그리고 형준과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돼 있으며 여러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미스코리아'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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