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임지연, 야릇한 꽃봉오리가 터졌다[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5.14 15: 35

내일쯤이면 활짝 피어날 꽃봉오리를 본 적이 있는가. 건드리기만 하면 곧 터져버릴 것만 같은, 속이 그득히 차 있을 것만 같은 그 아슬아슬한 꽃봉오리 느낌의 여배우가 여기 있다.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으로 상업 영화 신고식을 치른 신예 임지연이 그 주인공이다. 스크린에서 본 그는 묘하게 관능적이면서도 청순해서 도저히 한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전형적인 미인형, 트렌디한 비주얼이라면 그저 '예쁘다'로 표현하면 족할 것을, 임지연을 담을 말들이 쉽사리 생각나지 않아 실제로 직접 만나 바라보고 얘기를 나눠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뿐만 아니다. 어떻게 그토록 용감하게 데뷔작부터 전라 연기를 소화했을까. 그 흔한 무명시절도 모르는 올해 만 23세의 이 새내기는 대체 어디서 나타나 단숨에 김대우 감독의 눈에 들었던가. 비밀스러운 과거를 묻어두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주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지연의 실제 첫 인상은 영화와는 또 달랐다. 스크린에선 사랑하는 남자(송승헌) 위에 올라 격렬하게 움직이던 '화끈한' 여인이었는데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신인 그 자체였다. 당돌하거나 아니면 4차원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인상이 더 강했다.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 오만 감정이 다 들었어요. 첫 작품이고 카메라 앞에 많이 서본 적도 없고 제가 어떻게 나올까 전혀 가늠할 수 없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보면서 제 연기에 아쉬움이 들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고.."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는 임지연은 많이 울었다고 했다.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들이 느껴지고, 작업을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을 테다.
다음은 '종가흔' 역으로 열연한 임지연과의 일문일답.
- 시사회 이후 호평이 주를 이룬다. 까다로운 언론들조차 극찬일색 분위기인데 특히 '묘하다', '특이하다'는 언급들이 많은데,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은?
글쎄요. 솔직히 제 매력이 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묘하다는 평가들은 좋은 말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이제까지는 없었던 특이한 느낌이 나는 게 아닐까. 신선하다는 얘기 아닐까 생각해요.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웃음)
-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원래 좀 특이한 사람은 아닐까
평범했어요. 살면서 제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스크린에서 좀 더 묘하고 특이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중성적인 느낌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머리도 숏컷을 많이 했는걸요. 짧은 머리를 하면 보이시하게 보인대요.
- 그럼 어떻게 그렇게 파격적인 정사신 연기를 훌륭히 해냈을까.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이 들었겠다
가흔이는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대놓고 드러내는 섹시함이 아닌 어딘가 모르게 관능적인 느낌을 가진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대사나 표정,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일부러 섹시하려고 노력을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셨죠.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해주셨어요, 감독님을 따라 가다보니 그런 모습들이 나온 거죠.
- 배우의 꿈은 언제부터 꿨나
연기를 시작한 게 고등학교 2학년 때 입시를 시작하면서부터예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연기 전공으로 대학을 준비했어요. 부모님이 워낙 반대를 하셔서 예중이나 예고를 갈순 없었죠. 대학 때만큼은 전공을 살려서 배워보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그렇게 운이 좋게도 학교(한예종)를 잘 입학하게 됐고 2학년 때까지는 원래 교칙상 활동을 할 수 없거든요. 이론도 배우고 단편 영화도 찍고 하면서 준비해왔죠.
- 아,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나..지금은 어떤지
네. 지금은 저보다 더 좋아해주시고 많은 기대를 해주세요. 물심양면 지원해주고 계세요. 그런데 어릴 때는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평범했거든요. 아무래도 딸이 배우를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있으셨던 거 같아요. 사실 어머니가 공연 등 무대예술을 워낙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엄마 손잡고 대학로 뮤지컬 보러 다니고 그랬던 거거든요. 하지만 '그냥 관객으로 취미로 즐겨라'고 하셨죠. 그런 줄 알았는데 갑자기 딸이 연기를 하겠다고 하니까 놀라고 걱정이 앞서셨던 거 같아요.
-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하하하. 그래서 떨려요 사실. VIP 시사회에 초대했는데 그날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네요. 긴장도 되고 설레요.(인터뷰는 VIP시사회 전에 진행됐다)
-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데뷔작에 전라에 정사신 연기라니 어떻게 가능했나
처음에 작품만 봤을 때 욕심이 너무 컸어요. 다른 걸 다 떠나 '종가흔' 이란 역할을 너무나 해보고 싶고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앞서더라고요. 또 평소 김대우 감독님 작품들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아름다운 감정들이 '인간중독'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에도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신념이 있었죠.
이 작품은 분명히 멜로적인 작품이고 솔직히 '정사'라는 것도 누구나 다 하는 행위일 뿐이잖아요. 그래서 노출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고. 감독님이나 스태프 모두가 제가 신인이고 여배우지만 노출이나 베드신을 잘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셨죠.
- 언론시사회 이후 종가흔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평들이 꽤 나왔다. 김진평(송승헌)을 먼저 유혹하는 듯했지만 소위 '밀당'을 하는 듯도 보였고.. 나쁜 여자가 아닐까 생각도 들더라
계획적으로 유혹한 건 아녜요. 시어머니가 전부고 사랑이 뭔지 익숙하지 않은 여자애가 한 남자를 만나 변화하는 모습이죠. 분명 끌리는데 망설여지기도 하고 다 잊고 감정에만 몰두했다가도 현실에 부딪히고..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대사 중에 "당신이 내 우주예요"란 부분이 있었는데 너무 공감이 됐어요. 가흔이에게 그는 우주였던 거죠.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흔이의 모든 감정들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꾸 몰입하다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 데뷔작에서 워낙 파격 연기를 해서 차기작 고민도 없지 않겠다
종가흔을 지운 저만의 색깔이 담긴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제가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활발하기도 해서 명랑 쾌활한 캐릭터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몇몇 드라마랑 영화 제안을 받기는 했는데 일단 지금은 '인간중독'에 올인하고요. 천천히 다음 변신을 생각해보려고요. 하하하. 
-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포부는?
닫혀져 있거나 한정된 이미지가 아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요.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능력의 배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래서 전도연, 김윤석 선배님을 무척 좋아하기도 해요.
앞으로 꾸준히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한편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19금 멜로다.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온주완 등이 출연하며 14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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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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