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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커피 한 잔③] 과거 털고 세상으로...김기수 “오히려 속 시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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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지혜 기자]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힘든 과거를 다시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법이다. 웃음을 주는 개그맨인 김기수에게도 그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솔직하게 과거를 털었고, 조금 더 세상과 가까워졌다.

최근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화제의 중심에 있는 방송인 김기수. 그는 SBS 모비딕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와 자신의 개인 영상 채널에서 뷰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수많은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김기수에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이냐 물으니 그는 “오히려 제가 요즘 기자님들을 만나면 그걸 되물어보고 다닌다”고 웃었다.

“제 영상을 본 사람들은 재밌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다른 영상들과 달리, 저는 그냥 난리를 피우니까.(웃음) 특히 젠더리스 뷰티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제가 신선한 충격을 준 거다. 거기에 재미도 있고, 꿀팁도 있고, 퇴폐미까지 있으니.(웃음) 반응 중에 ‘힘들 때 보면 힐링된다’는 말이 많은데, 어쩌다보니 희망의 아이콘까지 됐다. 한 번 자빠져봤다가 올라서니까 그런가.(웃음)”

‘자빠져봤다’는 농담식 표현으로 웃으며 말하지만, 김기수의 과거는 그야말로 수렁이었다. 2010년 동성 성추행혐의로 법정싸움에 휘말리는 사건이 있었고, 2012년 무죄로 최종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미 대중은 그에게 돌아선 뒤였다. 다시 일어나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그는 이 모든 비화를 지난 4일 방송된 SBS플러스 ‘내 말 좀 들어줘’에서 모두 털어놨다.

“그 프로도 원랜 안 한다고 난리를 피웠다.(웃음) 난 뷰티 크리에이터니까 예뻐져야 한다. 즐거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런데 옛날 얘기 꺼내면 뭐해.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기억하기 싫은 사건은 한 번쯤 있지 않나. 그걸 극복하기 위해 누구나 노력하고. 나도 그랬는데 왜 굳이 다시 꺼내고 싶었겠나, 내겐 그 사건은 ‘주홍글씨’인데. 그럼에도 다시 꺼낸 건 나도 얹힌 걸 풀어내고 싶어서였다.”

김기수는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딱 두 가지를 물었다. ‘안 했다면서 왜 합의금 500만 원 줬어요?’와 ‘죄가 없다면 왜 맞고소 안 했어요?’”라고 말하며 쓰게 웃었다. 그 사건 때문에 김기수는 10여 년의 평범한 일상을 뺏겨야 했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점점 멀어져만 갔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결국 그 두 가지 질문을 내게 했다. 이 질문은 내게 상처였고,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은연중에 나를 무시했고, 난 더 이상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떳떳한 친구가 아니었다. 내가 다시 이 사건을 언급하면 피해볼 게 뻔한데도 말하고 싶더라. 나도 그런 상처들이 많이 얹혔던 것 같다.”

김기수는 ‘내 말 좀 들어줘’에서 허심탄회하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동성애자 논란을 해명하며 “성정체성 물어보지 않고 그저 아름다운 인간, 김기수로 봐달라”고도 말했다. 대중이 궁금했던 물음표에 온전히 속을 다 꺼내서 답을 해준 것과 같았다. 논란과 오해에 정면으로 부딪힌 김기수는,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잘 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송이 나간 이후로 더 팬이 많아졌다. 왜 그 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하게 됐다며,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몇몇은 ‘나도 믿었던 사람에 뒤통수 맞았다’며 공감을 해주기도 했다. 그들 중에는 저쪽 편에서 날 욕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 방송 후에 ‘이젠 한 아름다운 인간 김기수로 보인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고맙고 행복했다.”

김기수는 “악플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사람인데, 벌써 모든 게 치유됐을 수 있겠나”라며 아직도 마음이 다 낫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근에 쏟아지는 응원들이 자신의 마음 속 상처에 연고도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주며 자신을 일으켜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어디서나 당당해보이던 김기수는, 아직도 세상에 발을 내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과거의 자신처럼 현재가 나락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상에는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을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조바심 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다 굴곡은 있지 않나. 조바심을 내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더라. 요즘 참 힘든 세상이다. ‘나는 왜 안 되지’란 생각을 할 순간들이 많을 거다. 하지만 그럴 때 자기개발을 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면, 세월의 흐름을 타고 어느 순간 돛단배가 다가올 거다.”/ yjh030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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