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너와 일본을 떠돌던 외국인 타자가 한국무대서 성공한 비결은[KS 우승 비법 7]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2.01.25 17: 07

<사진>팀문화에 녹아들며 한국무대서 성공한 후 몸값을 높여 일본으로 진출한 kt 위즈의 전외국인타자 로하스  /OSEN DB
지금까지 이런 프로야구 스토리는 없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한축을 맡아 3년 프로젝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목표를 이룬 야구단 임원이 직접 밝힌 비법이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 야구단 경영진이 팬들의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에세이로 펼쳐낸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단의 고위 임원으로 지내면서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 과정 하나씩을 세밀하게 풀어내 팬들에게 알려주는 첫 작품인 것이다. 물론 유진은 필명이고 등장인물은 가명으로 썼다. [편집자주]
-절박감에서 피어난 꽃-마지막 이라는 인식과 폼 수정을 받아들이다

-팀과 한국문화에 녹아들어야 한다
토레스 선수는 2017시즌이 끝나갈수록 불안에 휩싸이는 날이 많아졌다. 다음 시즌을 위한 재계약을 하기에는, 자신의 성적이 어중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홈런을 30개 넘게 치면서 장타력은 입증되었지만, 타율은 2할 4푼대에 머물렀다. 4번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로는 모자라는 성적이다. K구단에서 다른 외국인 타자를 고르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K구단은 토레스 선수의 21번째 구단이었다. 17세의 나이로 미국 마이너리그에 입단한 토레스 선수는 14년동안 무려 21개의 구단을 옮겨 다녔다. 그래서 K구단과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을 짓눌러왔다.
토레스 선수는 2003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구단에 입단하였다. 그러나 이팀 저팀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기까지는 무려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4라운드라는 비교적 상위라운드로 드래프트된 선수치고는, 무명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더군다나 메이저리그 생활도 잠깐뿐이었다. 2년동안 겨우 27경기에 뛰었던 것이 전부였다.
토레스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하키와 야구경기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연령별 최고 수준의 팀에서 뛸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나타냈다. 그랬던 토레스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동안 무명의 선수로 지낼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미국 리그에서 오랜 무명생활을 끝내고, 2016년 일본 프로야구의 한 구단에 입단하게 되었다. 나이가 서른살이 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다시 밟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뒤였다. 하지만 일본리그에서의 성적은 더 처참하였다. 30경기에 나서서 홈런은 하나도 없었고 타율도 1할대에 머물렀다. 미국 타자출신 감독 덕분에,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 구단의 팬들은 토레스 선수에게 등을 돌린 뒤였다. 홈팬들은 토레스 선수가 등장하면, 조롱기 섞인 응원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결국 2016시즌이 끝난 다음날 방출당하고 만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의 무명생활을 끝내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았던 토레스 선수에게는 절망적인 나날이었다.
방출된 토레스 선수를 찾는 구단은 없었다. 이제 미국 마이너리그 구단에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마이너리그 구단에 들어간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승격가능성이 거의 없는 마이너리거였다. 성적이 좋지 않은데, 나이까지 많았으니까. 야구선수라기 보다는, 꿈이 없는 직장인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할 수입이 필요했다. 이때 손을 내밀어준 것이 K구단이었다. K구단에서 뛰고 있던 로저스선수가 시즌중에 부상을 당하면서, 교체할 선수가 필요해진 것이다. 마침 로저스 선수는 친구인 토레스 선수를 K구단에 추천해주었다.
이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K구단에 입단한 토레스 선수에게, 2018시즌 재계약이 얼마나 절실하겠는가?
사실 K구단에서는 2017시즌을 대비해서 어떤 외국인 타자를 뽑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K구단의 가장 큰 약점인 센터 내야수 포지션을 뽑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조차도 뛰어난 센터 내야수를 구하기 어려웠다. 수비가 좋으면 공격이 부실하고, 공격력이 좋으면 수비에 헛점이 많았다. 수비와 공격이 모두 좋은 선수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KBO 구단에서 영입해오기 어려웠다. 
 K구단에서 센터 내야수에 이어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포지션이 1루수였다. 주전 1루수인 이정규 선수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시즌 전체를 소화해내기 버거운 실정이었다. 이정규 선수를 대신할 수 있는 후보선수는 1군 주전으로 뛰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K구단은 2017시즌을 대비해서 센터 내야수와 1루수 수비를 볼 수 있는 외국인 선수중에서 타격능력이 좋은 선수를 뽑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가 센터 내야수인 로저스였다. 로저스 선수는 2016시즌 미국 트리플 A팀에서 3할대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였다.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정교한 타격능력을 보여준 유격수였다. K구단은 로저스 선수를 리드오프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영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어깨부상을 입으면서, 교체되고 만다.
마침내 K구단은 토레스 선수와 2018시즌을 동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기본적으로 장타력이 좋은 선수이고, 타격 메카니즘을 약간만 수정하면 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토레스 선수가 시즌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K구단의 장경석 타격코치로부터  메카니즘 수정을 위한 지도를 받았다. 백스윙시에 투수방향으로 많이 누워있던 배트를 좀 더 세워주는 것이 주요 변화였다. 백스윙에서 타격하기까지의 회전반경을 짧게 가져가게 해서, 빠른 볼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고자 했다. 토레스 선수가 빠른 볼에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시즌동안 토레스 선수는 테니스를 비롯한 자신만의 체력 훈련을 꾸준히 진행했다. 특히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고용해서,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였다. 그리고 오프시즌전에 장경석 코치로부터 지도받은 타격 메카닉으로 바꾸기 위해, 타격 훈련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2018시즌을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다른 오프시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는 중심타자로서 높은 타율과 장타율, 그리고 많은 타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승리 타점을 많이 올려서 승리 기여도도 높아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 프로야구 리그에 비해 변화구 비율이 높은 한국 투수들에 대해 적응을 해야 한다. 선구안이 그만큼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 선수들과의 융화도 중요한 항목이다. 팀에 녹아들 수 있는 활달한 소통능력과 성실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 식생활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한 시즌 144경기를 소화하려면, 체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식을 잘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국 문화나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나타나곤 한다.
미국에서 열심히 체력을 키우고 메카닉을 수정한 토레스 선수는, 2018시즌 3할대의 타율과 40개가 넘는 홈런, 그리고 80개가 넘는 타점을 올리면서, K구단의 명실상부한 4번타자로 자리잡게 된다. 2018시즌을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된 토레스 선수는, K구단의 최장수 외국인 타자가 된다. 그러면서 K구단의 고참 타자로서 선수들의 맏형 노릇도 잘 하였다. 토레스 선수를 ‘형’이라고 부르면서 따르는 K구단 선수들이 많아졌다. 특히 불고기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토레스 선수에게 한국은 이제 2의 고향이 되었다.
미국과 일본리그에서 겪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 토레스 선수는, 둘째 아이까지 낳으면서 KBO리그에서 행복을 찾게 되었다.
<사진>로하스처럼 한국무대를 딛고 일본으로 간 넥센 히어로즈 중심타자였던 샌즈  /OSEN DB
------이번 주 금요일(28일)에는 트레이드 전략편이 이어집니다.
/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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