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분' 우천 중단, KBO 최장 기록…한여름 밤 헛심, 심판진은 왜 기다렸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7.24 03: 46

2시간 가까이 중단된 끝에 강우콜드 게임으로 끝났다. 밤 10시가 넘어 전 직원이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지만 다시 내린 비 때문에 헛심만 썼다. 
23일 KT-한화전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경기 전부터 저녁에 비 예보가 있었고, KT가 5-3으로 앞선 8회 공격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사 후 조용호 타석 때 빗줄기가 굵어졌다. 결국 심판진이 오후 8시24분 우천 중단을 선언했고, 선수들은 덕아웃으로 철수했다. 마운드, 홈플레이트에 방수포를 덮어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경기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댄스곡에 맞춰 흥을 냈다. 한화가 7회 5연속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라붙으면서 대전 홈팬들의 경기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컸다. 

23일 KT-한화전이 열린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8회 우천 중단 후 밤 10시가 넘어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진행됐다. /waw@osen.co.kr

30여분이 지나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고, 구장 관리팀 직원들이 나와 방수포를 제거한 뒤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시작했다. 빗물이 고인 내야 흙 곳곳을 메웠지만 중단 1시간이 지난 뒤에도 경기가 재개되지 않았다. 
“경기를 진행할 정도로 그라운드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보통 이런 경우 강우콜드 게임 선언이 되기 마련이지만 비가 더는 오지 않았고, 경기 재개를 희망한 홈팀 한화 측 의견도 반영됐다. 
1시간30분쯤 지나 양 팀 감독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마침 이날 현장에 있었던 허운 KBO 심판위원장이 그라운드에서 어딘가에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 사이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계속 대기했고, 빗속의 야구장 콘서트를 즐기던 관중들의 흥도 가라앉았다. 영문도 모른 체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밤 10시쯤 한화 구단 전 직원들이 그라운드로 출동해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각자 삽을 들고 새 흙을 공수해와 젖은 그라운드를 메웠다. 어떻게든 경기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15분쯤 지나 폭우가 다시 내렸고, 결국 밤 10시20분에 강우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KT의 5-3 승리. 무려 116분 중단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23일 대전 KT-한화전이 116분 중단 끝에 8회 강우콜드 게임으로 끝났다. /waw@osen.co.kr
116분은 KBO리그 역대 최장 시간 중단 타이 기록이다. 지난 1987년 8월15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빙그레전에서 두 차례나 우천으로 인해 116분 동안 중단된 바 있다. 그로부터 35년 만에 같은 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경기는 그래도 경기 재개 후 9회 끝까지 치러 빙그레가 2-0으로 승리했다. 이날은 강우콜드 게임 기준으로 역대 최장 시간 경기 중단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기다려서 경기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날은 기다려도 너무 오래 기다렸다. 좋은 흐름 속에 추격하는 입장이었던 한화로선 당연히 경기 재개를 희망하며 그라운드 정비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재개 여부는 결정권을 갖고 있던 심판진 판단에 달려있었다. 비가 완전히 그친 것도 아니었고, 새벽까지 비 예보가 있어 재개 후에도 정상 경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1루심을 맡았던 박종철 KBO 심판팀장은 “(중단 후) 30분이 지나 비가 그쳤지만 땅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라운드 사정으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지만 현장에 온 관중들이 경기 속개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경기가 5-1에서 5-3이 됐고, 2이닝 남은 상태였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을 감안해서 기다린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선 관중들이 경기 재개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박 팀장은 “규정상 비가 오면 30분을 기다린 뒤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최대한 보수해서 속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30분이 지난 뒤 1시간 정도 비가 그친 상태라 강우콜드로 끊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화 측에 경기를 속행할 마음이 있으면 인원을 더 동원해서 정비를 할 수 있게 조치를 해달라고 했다. 그 뒤 30~40명의 인원들이 나왔다. 경기 속행을 위해 다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판진도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며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2시간 가까이 중단된 끝에 강우콜드 게임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기다리느라 진이 빠진 선수들과 관중들, 빗속에 정비 작업으로 진땀을 뺀 직원들은 헛심만 썼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