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은 아동도, 오은영도 지키지 못했다 [Oh!쎈 초점]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2.12.22 10: 30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 남긴 후폭풍은 엄청났다. 오은영 박사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절실한 출연자들을 배려하지 않았고,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에서 조언과 비판, 변화를 촉구한 오은영 박사의 마음까지 무시했다. 자극만 쫓다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폐지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결혼지옥-고스톱 부부’ 편이 전파를 탔다.
직접 사연을 신청했다는 남편은 재혼한 아내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에 대한 양육관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아동 학대로 신고한 적도 있다며 억울함을 밝혔다.

MBC 제공

공개된 영상에서는 남편이 7살 의붓딸의 지속적인 거부 의사에도 엉덩이를 찌르고, 껴안고, 간지럼을 태우고, 뒹구는 등 장난을 치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는 “하지 마세요”, “싫어요”라고 강하게 거부 의사를 내비쳤지만 남편은 “싫다고 해도 정말 싫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송 후 아동 성추행 지적이 이어지면서 ‘결혼지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이틀째 논란이 이어지자 ‘결혼지옥’ 측은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뒤늦은 사과도 눈살을 잔뜩 찌푸린 시청자들을 달랠 수는 없었다. 특히 ‘결혼지옥’은 입장문에서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밝히면서 악마의 편집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결혼지옥’ 측은 오은영 박사가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방송에 나온 내용은 남편을 보며 “가엾다”고 하는 모습 등이었다. ‘아동 전문가’로서의 오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부부의 문제점만 분석하는 오은영의 모습이 부각되면서 오은영은 아동 성추행을 방관한 사람처럼 오해를 사게 됐다.
이는 진심 어린 오은영 박사의 마음을 ‘결혼지옥’ 측이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제작진’이라는 권한을 휘둘러 편집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방송 시간을 핑계로 댈 수 있지만, 이는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 정말로 출연자의 변화를 위하고, 출연자의 미래를 응원하는 입장이었다면 방송 이후의 후폭풍도 생각했어야 했다. ‘결혼지옥’ 측의 자가당착은 결국 출연자도, 오은영도 지키지 못했다.
절실해서 오은영 박사를 찾아온 출연자들은 방송 후 몰려드는 비판으로 또 한번 상처를 입었고, 오은영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에서 아동 성추행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상처를 입었다. ‘결혼지옥’은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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