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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의 문채원, 주목받아야할 이유

고뇌하는 악역, 승미 역할의 문채원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찬란한 유산'에는 확연한 선악구도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있다. 고은성(한효주)을 중심으로 한 환(이승기)과 준세(배수빈) 그리고 장숙자 여사(반효정)가 선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라면, 백성희(김미숙)와 그녀의 딸 승미(문채원)는 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바로 이런 선명한 구도를 가진 캐릭터들이 많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연기자들에 대한 일련의 호평들은 바로 이 좋은 캐릭터에서(선한 역이든 악한 역이든) 비롯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선명하지 않은 위치를 점하고 있음으로 해서 주목받지 못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승미 역할을 연기하는 문채원이다. 승미는 백성희와 같은 노선에 서 있기는 하지만 백성희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녀는 초반부에는 자신의 엄마가 저지른 일들을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차츰 그 엄마를 닮아가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때론 고은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자신의 엄마 앞에 대들다가도, 때로는 더 섬뜩할 정도로 돌변하기도 한다. 승미라는 캐릭터는 이처럼 이 드라마에서 돌출되어 있다. 어느 한 쪽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 어느 지점에 서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단선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만일 승미라는 캐릭터를 백성희와 거의 같은 부류로 그렸다면(마치 환의 어머니 영란(유지인)과 여동생 정(한예원)이 똑같이 미워하지 못할 된장녀 푼수로 그려지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밋밋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승미는 그 어머니인 백성희와 다르면서도 같아지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그 변화의 양상 자체가 흥미로울 뿐더러, 그것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승미는 그의 어머니인 백성희와 다른 입장에서 출발해 점점 같아지고 있을까. 이것은 이 드라마가 캐릭터를 보는 시선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 드라마는 환과 그의 가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인간이 처음부터 나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데 다만 욕망 같은 것이 끼어들면서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해가는 환은 바로 이러한 드라마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백성희는 타고난 악녀라기보다는 지독한 모성으로 인해 악녀가 되어가는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녀 역시 처음에는 승미 같은 입장에 서 있었을 것이다. 승미가 차츰 환에 대한 집착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닮아가는 것처럼, 백성희 역시 딸에 대한 욕심,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그 자리까지 변해 왔는 지도 모른다. 따라서 승미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그 변화를 주목하는 환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주목되어야할 캐릭터라고 보여진다. 이 드라마는 유산에 대한 다른 입장을 그려내고 있는데, 환은 차츰 유산을 재산의 의미에서 '고인의 뜻'이란 의미로 인식을 바꿔나간다. 따라서 점차 긍정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정반대로 승미는 순수했던 입장에서 점차 욕망으로 전락해가는 인물로 변해간다. 이 두 사람의 쌍곡선은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같다. 겉으로 드러나기에 승미라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욕을 먹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마치 과거 악역이 욕을 먹던 것과 비슷하다. 물론 최근에는 악역이라 해서 과거처럼 욕먹던 시대는 지났다. 대신 지금 욕을 먹는 캐릭터는 승미처럼 분명하지 않은 입장을 보이는 캐릭터이다(차라리 백성희 같은 분명한 악역은 호연으로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드라마 상으로 봤을 때 이러한 변화해가는 캐릭터는 실로 중요한 것이고, 현실적으로 봐도 가장 리얼하다고 할 수 있다. 승미의 이런 캐릭터 때문에 '찬란한 유산'에서 문채원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문채원의 연기에 대한 비판까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비판은 거꾸로 이 변화하는 승미라는 캐릭터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증이 아닐까. 사실 '바람의 화원'에서도 예견됐던 것이지만 문채원은 젊은 나이에도 꽤 노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찬란한 유산'의 밝은 면들과 그걸 연기하는 이승기나 한효주는 대중들을 환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밝은 면 뒤에는 악역들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 확고한 입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미숙과 더불어 고뇌하는 악역으로서의 문채원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아닐까.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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