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류현진과 김광현, 맞대결 회피 유감(遺憾)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7.19 07: 30

페넌트레이스에서 팀에는 1승이 소중하다. 그러나 프로 리그의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팬들은 ‘누가 이길까?’ 궁금증을 갈증처럼 자아내는 최고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을 보고 싶어 한다.
SK의 김광현(22)과 한화의 류현진(23)은 고졸이면서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좌완으로 인정받는 투수들이다. 그런데 두 투수의 데뷔 첫 ‘용호상박(龍虎相搏)’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어지고 있다.
 

서로 피할 수 없는 포스트 시즌이라면 모를까,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SK의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한대화 감독이 팀의 에이스를 선발로 맞붙일 뜻이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사상 최초의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010 프로야구의 처지에서는 가장 나쁜 소식이다.
SK의 김성근 감독은 지난 7월15일 문학 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 앞서 ‘둘 다 1승 카드인데 (감독으로서) 무리하게 붙일 필요가 있느냐. 올스타전에서 붙으면 된다’는 뜻을 밝혔다. 한대화 감독 역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정상적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특급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은 예외 없이 펼쳐진다. 팀의 페넌트레이스 개막전에 홈, 원정 상관없이 제1선발 투수가 나서게 되고 이후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누가 나올 순번이면 그가 등판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김광현과 류현진의 선발 맞대결이 정규 시즌에서 벌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 자체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우문(愚問)’이 된다.
SK와 한화는 7월13일부터 15일까지 문학구장에서 3연전을 가졌다. 두 팀은 다른 팀과 맞붙었던 경기에서는 같은 날인 8일 김광현과 류현진을 나란히 선발 등판시켰다. 김광현은  삼성,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모두 승리를 따냈다. 따라서 SK와 한화가 3연전을 시작한 13일 선발 맞대결 가능성이 생겼다. 두 투수가 4일 쉬고 5일째 마운드에 오르면 13일 등판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13일 선발 등판했고 류현진은 하루를 더 쉰 뒤 14일 마운드에 올랐다. 둘 모두 양 팀 감독의 바람대로 1승씩을 따내 줬다.
궁금한 것은 한화의 한대화 감독이 김광현을 피해 류현진의 선발 등판을 하루 미뤘느냐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선발 예고에 앞서 어떤 팀의 관계자가 김광현 류현진의 등판 계획을 알아보고 서로 피해갈 수 있도록 조율을 했는지 여부도 알고 싶다. 과거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종종 그렇게 했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드높아진 상황에서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팀 사정상, 혹은 우연히 김광현은 4일을 쉬고 등판했고, 류현진은 5일 휴식 후 등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팬들도 있다는 것을 구단은 알아야 한다.
과거 김응룡 감독이 해태, 김영덕 감독이 빙그레를 이끌던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김영덕 감독은 상대 에이스를 피하는 선발 작전을 펼쳤다. 예를 들면 1차전에 선동렬이 나올 것 같으면 빙그레는 팀의 제2선발을 1차전에 내놓고 2차전에 에이스를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나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발 맞대결은 1987년 5월16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졌다. 해태의 선동렬(현 삼성 감독)과 롯데의 최동원이 격돌한 경기였다. 1986년 페넌트레이스에서 두 차례 선발로 맞붙어 1승씩을 나눠 가졌던 당대 최고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로 평가 받는 두 투수의 마지막 선발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15이닝 연장에 4시간54분 접전, 2-2 무승부였다. 선동렬은 232개를 던졌고, 최동원은 209개로 두 투수가 모두 441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1986년과 1987년은 선발 투수 예고를 하지 않던 시절이다. 1986년에는 해태가 김응룡 감독, 롯데는 강병철 감독이었다. 한일은행 선후배인 두 감독은 피하지 않고 에이스를 격돌시켰다. 4월19일 사직에서는 선동렬이 6피안타 1-0 완봉승, 8월19일은 최동원이 7피안타 무실점으로 2-0 완봉승을 거두었다. 선동렬은 1986년 24승에 평균 자책점 0.99, 최다 214개의 탈삼진으로 투수 3관왕에 올랐다.
1987년 2-2 무승부 당시 해태 사령탑은 그대로 김응룡 감독이었고 롯데는 한일은행 선배인 성기영 감독으로 바뀌었다. 두 감독 역시 굳이 상대 에이스를 피해 가려 하지 않았다.
1987년 맞대결을 중심으로 최동원과 선동렬이 한국 프로야구사에 쓴 전설의 기록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한화의 류현진은 ‘왼손 선동렬’이고 SK의 김광현은 ‘왼손 최동원’이다. 투구 스타일, 승부하는 성격 등이 흡사하다. 류현진은 올시즌 김광현과 치열하게 다승왕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평균 자책점, 탈삼진도 모두 1위가 가능해 보인다. 1986년 선동렬을 재현하는 것이다. 투구 동작도 류현진이 유연하고 안정된 반면 김광현은 역동적이고 다소 거친 듯 힘이 넘친다.
그러나 팬들은 두 투수의 맞대결을 볼 수가 없다. 첫 맞대결이 선발 예고됐을 때는 하늘이 비를 내려 막았다. 그리고 지금은 양 팀 감독이 ‘외나무다리’ 위가 아니라면 맞붙일 생각이 없다. 두 투수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여유가 있어도 하루라도 더 빨리 1위를 굳히려는 SK 김성근 감독과 무조건 꼴찌는 하지 않겠다는 한화 한대화 감독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팬의 한 사람으로서는 정말 유감(遺憾)이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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