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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 “소프라노 조수미가 내 5촌 고모”

[OSEN=강희수 기자] 작년 1, 2월 KBS 2TV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 정신 연령 7세의 장애청년으로 출연해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던 유건(24)이 SBS TV 새 주말 특별기획 ‘불량커플’(최순식 극본, 이명우 연출)에서 정의파 청년으로 돌아왔다.

유건이 ‘불량커플’에서 맡은 서준수는 젊고 잘생기고, 취미생활로 모델 일도 하는 스포츠센터 사장이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의 순진하기만 했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1년 남짓한 시간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유건이다.

그러나 그만한 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안방극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사이, 영화에서 열심히 뛰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이후 ‘언니가 간다’ ‘무림 여대생’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까지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 이 정도 연기 경력이면 정신연령 7세의 장애청년에서 스포츠센터 사장으로 충분히 점프할 만하다.


소녀, 여대생, 언니, 여사 그리고 ‘불량커플’

최근 인터뷰에서 유건은 영화 작업 과정을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표현했다. “소녀에서(유건의 데뷔작이 영화 ‘다세포 소녀’다) 여대생(‘무림여대생’)으로, 다시 언니(‘언니가 간다’)를 거쳐 여사님(‘권순분 여사 납치사건’)까지 왔다. 단계별로 성장 과정을 거쳤으니 ‘불량커플’에서 불행에 빠진 한 여인을 감싸 안을만하지 않은가.” ‘불량커플’에서 유건은 바람기 많은 남편(박상민)에게서 배신당한 여자(최정윤)가 맞바람을 피우겠다며 만나는 연하의 상대남이다. 다소 불량한 커플이지만 진정성은 충분하다.

2년 사이에 영화 4편, 드라마 2편을 섭렵한 유건이다. 당연히 ‘다작’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이에 대해 유건은 “다작을 하겠다는 의도 때문은 아니다. 배우 스태프, 또는 작품과 이상하리만큼 인연이 계속 맺어졌다. ‘언니가 간다’는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의 분위기가 너무 처져있어서 국면 전환이 필요해 선택했고 ‘무림 여대생’은 곽재용 감독과 작품을 꼭 하고 싶었던 데다 함께 출연한 온주완과 친구사이라 의기투합이 됐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나문희 선생님을 비롯한 강성진 유해진 박상면 등 연기파 선배들과 코믹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불량커플’은 원래 내 자리가 아니었지만 서지석 씨를 대신해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지석과는 대학교부터 아는 사이

누구를 대신해 그 자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서로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유건과 서지석은 남다른 인연이 있는 사이였다. 유건이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서지석이 같은 학교 영화과 출신이다. 유건은 “두 학과는 은근히 경쟁 관계에 있었는데 서지석 씨가 영화과 축구부 주장이었고 나는 방송연예과 축구부 주장이었다. 함께 게임을 자주 하다 보니 서로 언쟁도 붙고 그랬는데 그때부터 서로 알던 사이다”고 말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당초 서지석이 캐스팅 된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유건이 ‘불량커플’에 가세한 것도 거의 프로그래밍 수준이다. 잘 짜인 스케줄처럼 아귀가 딱딱 맞았다. 유건이 무대책 3인조 납치범으로 나오는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지난 5월 23일 크랭크업 했다. 그런데 5월 23일은 드라마 ‘불량커플’의 제작발표일이기도 했다. 유건은 경기도 이천에서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크랭크업 행사를 마치고 총알같이 서울 목동으로 날아 왔다.(물론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어도 제작발표회에 20분 정도 지각은 했다.)

또한 영화에서는 폭탄머리처럼 장발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에필로그 촬영에 머리카락을 단정히 잘라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유건은 ‘잘 됐다’ 싶어 아예 지금의 스포츠형에 가까운 짧은 헤어스타일로 바꾸고 전혀 새로운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게 됐다. 머리카락을 자른 날도 제작발표회 바로 이틀 전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오촌 고모

인연의 끈을 중시하는 유건은 낙천적이다. 순간순간 어려움은 더 큰 미래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이고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했던 유건이다.

지난 1999년 ‘국철’이라는 이름으로 그룹 ‘OPPA’의 2집 멤버로 참여해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유건이다. 당시 2집 타이틀 곡이 ‘하느님’이었는데 묘하게 유건의 드라마 데뷔작이 ‘안녕하세요 하느님’이었다. 이것도 미리 예정된 인연으로 느끼는 유건이다.

OPPA에서 래퍼를 맡았던 유건의 음악적 재능은 타고난 면이 있는 모양이다. OPPA에서는 ‘국철’로, 연기자로 방향을 바꾼 이후로는 유건이라는 예명을 쓰고 있지만 유건의 본명은 조정익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조수미가 유건의 5촌 고모라고 했다. 유건의 작은 할아버지의 딸이 바로 조수미다. 유건은 “어릴 때는 고모의 공연장을 자주 찾곤 했다. OPPA로 활동할 때도 몇 차례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그 이후로는 시간이 없어 자주 뵙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가지 사정으로 OPPA 활동이 시들해지고 다시 미국에 돌아간 유건은 2002년 ‘연기자가 되겠다’며 한국으로 완전 귀국한다. 그 계기도 재미 있다. 유건은 “OPPA를 할 때 조인성 씨와 같은 소속사에 있어서 서로 친하게 지냈다. 그러다가 나는 활동을 접고 미국에 있는데 TV에서 조인성 씨가 하루하루 엄청난 스타가 되고 있더라. 평소 조인성 씨의 코믹한 성격을 잘 알고 있는데 TV에서 멋있게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오기가 생겼다. 아버지에게 다짜고짜 ‘연기하러 가겠습니다’고 말하고 짐을 쌌다”고 했다.

역경을 자산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처음 가수를 하겠다는 때와는 달리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집안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했다. 옷가게 일식점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워갔다. 어떤 때는 돈이 모자라 하숙비를 못내고 몰래 도망친 적도 있다고 했다. 몇 차례 사기도 당하면서 세상의 쓴 맛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런 고난은 2005년 8월 영화 ‘다세포 소녀’를 찍기 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유건은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연기에서 배울 수 없는 현실의 삶을 체득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인연이 있다고 믿는 그이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나이 마흔쯤 되면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 그냥 아무 연기를 하지 않아도 온몸이 저절로 연기를 해 내는 그런 배우, 그 나이쯤 되면 그런 배우가 되어 있고 싶다”고 희망을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베리베베 스튜디오 촬영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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