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정해성 감독, 잇달은 사퇴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11.07 11: 10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정해성(49) 감독에 이어 경남 FC 박항서(48) 감독까지 돌연 사퇴했다. 이로써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대표팀 감독과 함께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 코칭스태프로 참가, 4강 신화를 써내려간 두 주역이 모두 현장을 떠나게 됐다. 어려운 팀 살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여전히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던 두 감독이었기 때문에 팬들이 받은 충격과 축구계에 던져진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딱히 지휘봉을 놓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는 게 의문으로 남는다. 이들이 구단 측에 사퇴를 표명하면서 '개인적 어려움' '팀을 이끌면서 느낀 부담과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뭔가 석연찮다. 현재로선 구단 수뇌부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짐작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박항서 감독의 경우 올 시즌 신생팀 돌풍을 일으키며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 K리그에 신선함을 안겼으나 구단 경영진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달 경남의 한 지역지는 박항서 감독이 자신의 고향인 생초 지역에 인조잔디구장 건설을 놓고 업체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 박 감독 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박 감독이 경남 산청군 생초면 생활체육공원 인조잔디구장 조성을 놓고 자신과 친분있는 업체가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업체 관계자와 중국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고향 후배들과 구장 건립을 놓고 몇 차례 얘기한 적은 있어도 업체를 선정하는 데 이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명예훼손으로 법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에 경남 서포터스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구단이 차기 감독을 내정해두고 지역지의 보도를 조장한 게 아니냐며 해명을 요구했고, 전형두 사장이 박 감독을 만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한편 박 감독에 앞서 지난 주말 돌연 사퇴를 표명한 정해성 감독의 경우도 사퇴 이유가 불분명하다. 경남에 비해 나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지만 정 감독으로선 최선의 결과였다. 지역 팬들의 철저한 무관심과 전력 보강에 소극적인 분위기에서 정 감독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자신만의 색채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 사퇴로까지 몰고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감독의 사퇴가 발표된 직후 축구 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에서도 "정 감독의 사퇴를 이해할 수 없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의 글들이 여러건 올라왔다. 함께 기적을 창출했지만 모든 영광과 영예는 히딩크에게 모조리 내준 채 묵묵히 때가 되기만을 기다렸던 정해성 감독과 박항서 감독. 프로팀 사령탑에 오른 뒤 "더 이상 히딩크와 비교하지 말라. 나도 코치가 아닌 감독"이라고 지도자로서 당연한 자존심을 보였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퇴는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yoshike3@osen.co.kr 프로축구 미디어데이 행사서 나란히 앉아 있는 박항서-정해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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