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재들 "야구장에서 수학 물리 공부해요"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6.07 09: 08

 
프로야구, 수학과 물리 그리고 영재를 만나다
#1 야구장에 가서 보면 그 넓은 구장에서 안타 하나 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선수가 홈런이나 깨끗한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보다 더 기쁠 때가 바가지 안타를 치고 나갈 때이다. 

그렇다면 빗맞은 공이 유격수, 중견수, 좌익수가 동시에 달려오는 상황에서 어떤 지점에 떨어져야 안타가 될 수 있는가.
#2 야구장 내야 각 4개 베이스간 거리는 27.4m(90피트)이다. 이 야구장은 홈에서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가 120m이다. 또 100m를 14.6초에 뛰는 2루주자가 있다. 여기에 136.8km/h의 속도로 공을 던지는 우익수가 있다.
타자가 우익수 쪽으로 91.4m까지 플라이볼을 날렸고 리터치에 나선 2루주자가 3루를 향해 달린다. 이 때 공을 잡은 우익수가 그 순간 2루를 떠나 3루로 질주하는 2루주자를 3루에서 태그아웃 시킬 수 있을까.
승부를 즐기는 프로야구. 각종 기록과 숫자들도 가득하다. 그런 만큼 직감과 데이터가 가장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지난 2일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문학구장을 인천의 영재들이 직접 찾았다. 대학입학을 위한 논술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현장학습이었다. 그리고 바로 위와 같은 문제 풀이에 나섰다.
수학적이고 물리적인 시각에서 야구를 재해석 해보자는 취지지만 야구의 기본적인 매력인 관전의 재미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또 딱딱한 수학과 물리를 야구를 통해 재미있게 풀면서 동시에 야구 속에 숨은 수학과 물리 이론에 야구가 어떻게 적용되는가 하는 것도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가림고 영재학급 38명(1학년 18명, 2학년 20명)은 우선 3루측 덕아웃을 방문, SK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이어 베테랑 가득염으로부터 투수들이 던지는 각종 구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경기장 전체를 구석구석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지역 6개교에서 모인 이들은 교내 학업성적 1~2%내의 소위 수재들. 그럼에도 야구장을 직접 돌아보는 경험은 사실상 처음 갖는 경험들이었다.
이날 인재들의 인솔을 맡은 홍석만 인천 인항고 수학교사는 "원래 야구를 좋아하는데다가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래서 야구장을 통해 뭔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야구장 현장학습 동기를 밝혔다.
특히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수학으로 풀어 보려 한다. 삶까지 수학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홍 교사는 "수학자는 모든 것을 데이터화 시키고 싶은 게 꿈이다. 정형화와 선형화시키려 한다"면서 "이 연장선에서 '인천 SK 와이번스와 함께 하는 야구장에서 수학 즐기기'라는 현장학습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야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가장 변수가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왜 야구가 수치화 할 수 없는 요소가 많은가 조차 수학과 물리로 찾아내려는 노력이다.
이들은 그룹별로 수학과 물리 공식을 총동원해 다양한 문제들을 푼 후 1루 응원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외과의사가 돼 봉사하고 싶다"고 꿈을 밝힌 작전고 2학년 조현상 군은 "야구를 수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색달랐다"면서 "원래 야구를 좋아해 자주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맞지 않다는 것이 쇼킹하고 재미있다"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또 "수업이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괜찮다"는 조 군은 "선수간 약속된 백업플레이, 투수들의 퀵모션, 도루 타이밍에 초점을 두고 볼 것이다. 특히 도루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맞다는데 여러 변수로 성공시킨다는 것도 새롭다"고 덧붙였다.
처음 야구장을 찾은 작전여고 2학년 김혜진 양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일하고 싶은 포부를 밝혔다. 수학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김 양은 "아주 기초적인 것은 알지만 자세한 야구용어는 잘 모른다. TV로만 봐왔던 야구 선수를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하다"면서도 "수업이 논술 위주로 진행돼 좋았다. 이론적으로 어렵지만 괜찮다. 수업도 계속 듣고 싶다. 오늘은 홈런 타구를 유심히 보고 싶다"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정봉규 마케팅팀 부장은 "SK 야구단은 인천지역 초·중·고교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에게 프로야구 관람을 통해 인천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야구를 좋아하는 선생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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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림고 영재학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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