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미안해" 양현종, 빈소에 바치지 못한 11승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0.06.29 21: 27

너무 승리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을까.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22)이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사인볼을 손에 쥔 채 눈을 감은 한 여성팬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아울러 팀의 9연패를 끊기 위해 29일 광주 SK전에 등판했지만 승리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고 최초로씨는 양현종이 등판할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23살의 열성 여성팬이었다. 그러나 젋은 나이에 혈액암으로 병상에 쓰러졌다. 병상에서 양현종과 직접 통화를 약속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필이면 전화를 거는 날 병세가 악화된 것이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양현종은 지난 17일 일산의 백병원까지 직접 찾아가 병문안을 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그녀와 병상의 데이트를 하면서 쾌유를 기원했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대신 "누나의 눈이 너무 맑고 순수해보였다"는 양현종의 기억. 그리고 사인볼을 가녀린 손에 쥐어주었다.    
양현종의 병문안 이후에도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27일 짧은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눈을 감을때까지도 양현종의 사인볼을 손에 쥐고 있었다. 고인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걸어 유골함 옆에 사인볼을 함께 넣어도 되느냐며 물어와 흔쾌히 승락했다. 등판 때문에 직접 빈소를 찾지 못했지만 조화를 보내 위로했다.
대신 양현종은 모자에 'CCR'이라는 영문 이니셜을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팀의 연패, 그리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경기였다. 4회까지는 흔들리지 않고 영의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5회초 SK의 공세를 막지 못하고 3실점했다. 6회도 등판했으나 연속안타를 맞고 강판했고 2실점을 추가했다. 이날만은 유난히 힘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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